이번 생은 비혼입니다만.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남주, 세희는 일명 '우대출, 좌고양'으로 불리는 남자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이 집과 고양이뿐"이라는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번 달 갚아야 할 대출금과 정서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고양이뿐. 휴일엔 혼자 집에서 도시락을 데워 먹으며 고독을 즐기는 그는 "주말에 방구석에 처박혀서 청승맞게 뭐 하냐"라고 조롱하는 친구에게 "황금과도 같은 나의 소중한 시간을 비하하지 말라"라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당당히 밝힐 줄 아는 남자다.  

그러나 이 쿨내 나는 비혼주의자에게도 방어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었으니, 바로 시시때때로 결혼을 종용하는 부모님의 잔소리. 급기야 "네가 결혼 안 하면 이혼 당하게 생겼다"라는 어머니의 협박에 못 이겨 룸메이트였던 지호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서로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 남녀가 계약을 맺고 형식적인 결혼의 형태만을 유지한다는 설정의 스토리는 황당할 정도로 비현실적이지만 실은 소름 끼치도록 적나라하게 현시대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웃프다. 만약 세희가 안정적인 직장과 집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이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고 드라마 작가가 되는데 실패한 지호에게 방 한 칸 구할 돈만 있었어도 이 계약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혼남녀가 결혼하지 않는 원인을 다층적인 관점으로 풀어놓은 책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고요?!>에 따르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녀의 비율은 변함없는데, 혼인율만 떨어지고 있다"라고 한다.


세상이 변해, 세희처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비혼이 된 이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자기 짝을 찾고 싶은 열망이 크다는 것. 그러나 비정규직과 높은 집값, 출산과 육아의 고충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각박한 현실이 혼인율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변했는데 보수적인 가치관은 변하지 않아서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결혼을 종용한다. 명절날 의례 쏟아지는 "결혼 안 하냐?"라는, 질문 자체에 이미 비판 섞인 물음을 거리낌 없이 던지며 '결혼해서 아이 낳는 게 자연의 순리이자 애국하는 일'이라고 훈계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 호황기를 거치며 취직과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삶의 '순리'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던 본인들의 삶이 시대의 혜택이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일본은 호황기를 맞아 1960년대 중반에 거의 모두 결혼을 했던 '전원 결혼 사회'를 맞습니다.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급여를 제공하니 가능했던 일이죠. ...(생략) 그러다 불황기를 맞아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났고 혼인율이 떨어졌습니다. 완전히 다른 시대인 거죠. 문제는 자녀들이 부모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부모가 전혀 모르는 인생을 사는데, 마치 옛날부터 그런 것처럼 착각을 하는 거죠. 지금 부모들은 앞으로 자녀가 자신과 같은 생활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고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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