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베일리


애플 전문가들은 아마 잘 알아차리지 못했을 테지만 2012년 애플 리테일 사업에 위기가 닥쳤었다. 론 존슨이 떠난 이후 들어온 존 브라웻이 리테일 사업부를 거의 망쳐버렸기 때문이다(실제로 실적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잡스가 사망한 후, 지도 사건이 나는 등 뒤숭숭한 시기이기도 했고, 잡스의 세력이 애플에 건재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애플 리테일 사업부는 그로부터 2년 동안이나 사업본부장을 맞이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 시기는 팀 쿡이 직접 리테일을 챙겼으며, 드디어는 2014년, 버베리로부터 영입한 인물이 있었으니, 앤젤라 아렌츠다. (한국에서 올해 1월 애플 스토어를 개장할 때에도 등장했었다.)


이 앤젤라 아렌츠 얘기를 언젠가는 하겠지만, 아렌츠는 보통 인물이 아니다. 인디애나 출신의 미국 여자 아렌츠가 패션 산업에서 승승장구하여 영국의 버베리를 부활한 원동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06년 버베리 CEO를 시작하면서 20억 파운드 가치를 갖던 회사를 2014년 퇴임할 때 70억 파운드의 가치로 올려 놓았다. 3.5배 성장시킨 셈이다.


하지만 잡스에게 티베니언이나 포스탈, 베를레 등이 있었듯, 앤젤라 아렌츠도 혼자가 아니었다. 뛰어난 경영자로서 아렌츠 곁에는 버베리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버베리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것은 2004년부터였고, 아렌츠는 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었다.


(여담이지만, 잡스가 아이브에게 회사를 넘겼다면 버베리처럼 됐을까?)


베일리 얘기를 좀 해 보자. 한 마디로 말해서 버베리/버버리를 다시금 핫한 브랜드로 만든 장본인이 베일리이다. 도나 캐런과 구찌를 거쳐 버베리에 영입됐으며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 되살리기 작업을 시작한다.


우선은 영국 전통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기, 그 다음에는 “영국” 스타들을 이용하기(당장 케이트 모스와 카라 델러빈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하이패션 경쟁사들이 아직 엄두를 못 내던 하이테크를 사용하기였다. 버베리는 이를테면 패션소를 라이브-스트리밍/라이브-트윗으로 방영한 첫 회사이고, 오로지 “영국” 가수들만 들어간 채널을 애플뮤직에서 론치하기도 했었다.


물론 제일 큰 족적은 아무래도 럭셔리의 “패스트 패션”일 것이다(참조 1). 패션 업계에 사람을 갈아넣는(...) 관행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남녀 의복을 합치고, 패션위크에 선보였으면 곧바로 판매에 들어가는(see now buy now)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유통 채널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했다.


바로 리테일이다. (아렌츠가 어째서 애플 리테일 책임자로 갔는지 아시겠는가?) 물론 이건 베일리의 업적이라고 보기에 좀 뭐하긴 하다. 그는 경영을 해본 적이 없는 수석 디자이너였을 따름이다(참조 2). 중국 시장도 부진해졌고, 뭣보다 마음이 떠났다.


그래서 올해 2월이 바로 그의 마지막 패션위크. 일단 버베리를 다시금 하이패션으로 띄워 놓기는 했는데, 후임자(Céline에서 온 Marco Gobbetti)는 버베리를 루이 뷔똥이나 디올의 영역으로 한 층 더 올리려 하고 있다.


그럼 수석 디자이너는 누가? 존 갈리아노(매종 마르지엘라)? 피비 파일로(셀린)? 스튜어트 베버스(코치)? 어찌 됐든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제 축구선수가 됐어. 더 잘 주는 곳에 가지(참조 3).


그렇다면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베일리는 어디로 향할까? 톰 포드처럼 Nocturnal Animals이라도 찍으려나? 보그의 애나 윈투어는 그가 뭐든 다 할 수 있으리라고 덕담을 해줬다.


미란다 프리슬리(...애나 윈투어?)스러웠던 하이 패션을 보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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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패션계의 Brexit(2016년 2월 25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885180389831


2. 그래서 CEO로서의 베일리에 대해서는 평이 박하다. Why Christopher Bailey was great for British fashion but bad for business(2017년 10월 31일): http://www.independent.co.uk/life-style/fashion/christopher-bailey-burberry-british-fashion-brand-business-a8029646.html


3. 패션 디자이너 루머 모음집(2016년 4월 26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06942747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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