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공항에는 오메가 시계가 있다.

마카오 공항 여권 검사대 위에는 ‘오메가’ 시계가 커다란 벽시계의 형태로 걸려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럭셔리한 브랜드로 표출하려는 의지를 개인이 아닌 행정기관에서 보는 건 낯설었다. 내외국인의 출입국 문제에 관여하는 외교적이고 정치적인 느낌의 절차가 있어서 그런지, 내게 공항이란 조직은 어쩐지 정부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그런 식의 이미지의 분류에서 볼 때, 공항에 있는 오메가 시계는 마치 청와대에 걸린 오메가 시계처럼 생뚱맞은 인상이었다.

http://namsieon.com/2069 (남시언닷컴)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국가는 대게 그럴만한 여력을 갖췄어도 특수한 상표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공식석상에서 입는 영부인의 옷은 상표가 도드라지지 않으며 대통령의 차는 국산 브랜드로 한정되어 있다. 뉴스에 실리는 청와대의 만찬을 보면 호텔 뷔페의 풍성함과는 거리가 멀다. 재료와 요리사는 최고급일지언정 가짓수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식기도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심플함을 지향하고 선택된 품목의 내실을 최고급으로 다져놓는 것. 국가가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이미지 전략은 대게 이렇다. 너희들의 세금을 흥청망청 쓰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의 품격을 훼손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 있는 안목을 가졌다는 것. 국가는 국가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특정한 브랜드에 편승하는 걸 조심스러워 한다.

마카오는 달랐다. 낡은 느낌의 공항과는 대비되어 위화감이 들 정도로 빛나는 오메가였지만 검은색 테를 두른 가장 단순한 형태의 시계가 어울리는 대한민국 공항과는 다르게 잘 어울렸다. 듣기로는 두바이 공항에도 입국심사대 쪽에 오메가 시계가 있다고 하던데 역시나. 생각만 해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돈 냄새 나는 나라에 걸어 놓은 돈 냄새 나는 시계. 오메가를 지나 입국하는 길은 대놓고 돈을 밝히는 도시. 물질주의의 가치관을 중독적인 도박의 상업화로 열변하고 있는 세계로 들어서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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