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공장서 10년…이야기가 계속 떠올랐죠"

'괴물작가' 김동식 "지금은 그냥 마냥 좋습니다…더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 2006년에 서울 올라와 주물공장서 10년 넘게 일했죠

-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 했었는데…이젠 기계에서 벗어난 느낌

- 게시판에 맞춤법도 엉망인 글 올렸는데…'재미있다' 댓글 달려

- 16년 5월 이후 346편의 글을 올렸죠

- 180도 바뀐 인생…모르던 세상에 갑자기 떨어진 느낌 들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06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동식 작가(소설집 '회색인간')


◇ 정관용> 오늘 스튜디오에 좀 특별한 작가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흔히 작가라면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분입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노동자로 일하면서 글을 쓰신 분이고요.


평생 읽은 책이 10권이 안 되는 분이랍니다. 김동식 작가, 작년 연말에 무려 3권의 소설집을 한꺼번에 펴냈어요. 그런데 지금 벌써 6쇄를 찍었답니다. 소설집 ‘회색인간’, 또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라고 하는 3권을 동시에 펴내신 작가 김동식 씨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김동식> 안녕하세요. 김동식입니다.


◇ 정관용> 진짜 평생 읽은 책이 10권이 안 돼요?


◆ 김동식> 네. 기억나는 것도 없습니다.


◇ 정관용> 10권의 제목도 기억이 안 나요? 책 읽는 걸 원래 어려서부터 안 좋아했어요?


◆ 김동식> 예, 좀 안 친했죠. 공부나 책이나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 정관용> 중학교 몇 학년 다니다 중퇴했어요?


◆ 김동식>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인가 아마 중퇴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왜요? 왜 중퇴했어요?


◆ 김동식> 그때 당시 학교 가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가지고 제가 또 자주 안 가게 되다 보니까 점점 더 그게 안 가게 되더라고요.


◇ 정관용> 그럼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때려치우고 뭐했어요?


◆ 김동식> 그때 당시에는 그냥 생각 없이 그냥 놀았던 것 같습니다. 게임하고 그러고 하다가 한 18살 때인가 그때 이제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대구 올라갔죠. 그전에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제가 끈기 있게 못 했었고요. 그때 재단이나 봉제하고 건설현장에서 전화선 연결하는 일이나 그런 거 짧게 짧게 했었거든요.


◇ 정관용>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이 일, 저 일.


◆ 김동식> 원래는 꾸준히 직장을 알아봐주셔서 했어야 되는 건데 제가 그걸 못 견디고 그만 뒀던 거죠. 그러다가 이제.


◇ 정관용> 일이 힘들어서 그만둔 거예요?


◆ 김동식> 예. 그때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 정관용> 하긴 14~15살 그때일 테니까 그렇죠?


◆ 김동식> 네. 한 15, 16살 때. 18살 때 됐을 때 대구로 올라가서 원래는 바닥타일 기술 배우려고 했어요, 그때는.


◇ 정관용> 타일 붙이는 거.


◆ 김동식> 그런데 그건 일이 너무 없어서 제가 기술을 못 배웠고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PC방에 취직하게 됐고 꾸준히 일하다가.


◇ 정관용> PC방 관리하는 일.


◆ 김동식> 그렇죠. 아르바이트했죠. 그러다가 이제 2006년 월드컵 때 서울로 올라와서 공장에 정착해서 10년 넘게 계속 일했죠.

◇ 정관용> 어떤 공장이었어요?


◆ 김동식> 주물공장이었습니다.


◇ 정관용> 주물.


◆ 김동식>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장인데 단추나 지퍼나 벨트 버클 같은 그런 거 있잖아요. 그걸 원형을 찍어내는 공장이죠.


◇ 정관용> 그 공장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어요? 그냥 우연히?


◆ 김동식> 아니요. 외삼촌이 일하고 계셔가지고. 일은 정말 그때 당시에는 뭐 편하게 했었습니다. 워낙 공장이 사람들이 좋아서요. 작은 공장이기는 했는데.


◇ 정관용> 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 김동식> (웃음) 불경기였어요. 들어갔을 때부터 쭉 불경기였거든요.


◇ 정관용> (웃음) 10년 넘게.


◆ 김동식> 여름에는 원래 바쁘고 겨울에는 한가한 일이거든요, 이 일이. 그래서 겨울에 한가할 때는 4시, 3시에도 그냥 끝나고 퇴근하기도 했었어요.


◇ 정관용> 월급은 얼마 정도 받았어요?


◆ 김동식> 퇴사하기 직전에는 185만 원 받았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공장에 다니면서 그래도 고졸 검정고시까지 했다면서요. 중졸, 고졸?


◆ 김동식> 그건 딱히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한 공장 다니기 시작하고 초반에 시험을 보는 게 굉장히 간단하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검정고시가?


◆ 김동식> 간단하니까 한 권으로, 검정고시 책 한 권 보고 가서 당일에 가서 보고 치고 또 보고 치고 이렇게 두 번 해서 고졸까지 땄네요. 그 목적은 있었던 건 아니고요.


◇ 정관용> 대학에 갈 생각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 김동식>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 김동식> 글은 제가 사실 자주 가는 사이트가 공포게시판이라는 게시판이 있었거든요, 그 사이트에. 무서운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올려줘요. 그걸 보는 걸 즐겼거든요, 제가. 그러다 보니까 자신의 창작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나도 한번 올려볼까 하는 생각에 그냥 한 편 딱 올렸는데 더 보고 싶다, 재미있다 이런 댓글이 달리는 거예요.


◇ 정관용> 그게 처음 그 글을 올린 게 언제예요?


◆ 김동식> 그게 16년 5월입니다.


◇ 정관용> 2016년 5월?


◆ 김동식> 네.


◇ 정관용> 얼마 안 됐네요.


◆ 김동식> 그렇죠. 그때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이라는 걸 써본 거고 그때는 거의 남들 올리는 거 흉내 내는 수준으로 엉망진창의 글이. 맞춤법도 안 맞고 그런 글을 올렸는데. 다행히 계속 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재미있다는 댓글도 달리고. 그게 굉장히 기분이 좋아서 이거 더 올리고 싶다, 그 마음이 들어서 다음 편 또 올리게 되고 그때는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이건 너무 기분이 좋다 해서 또 올리고 또 올리고 또 올리고 하다 보니까 꾸준히 올리게 됐습니다.


◇ 정관용> 계속 공포물만 올린 거예요, 그러면?


◆ 김동식> 게시판 자체가 공포물만 올리는 게시판이었어요.


◇ 정관용> 그래서 저희가 자료를 보니까 지금 말한 2016년 5월 첫 글을 올린 이후에 지금까지 무려 346편의 글을 거기다 올렸다고요?


◆ 김동식> 그렇죠.


◇ 정관용> 거의 이건 이틀에 한 편 꼴인데요, 그렇죠?


◆ 김동식> 그런데 워낙 글이 가볍게 썼기 때문에 쉽게 쉽게 금방금방 올릴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원고지 몇 매 정도예요, 하나 올리는 게?


◆ 김동식> 제가 원고지가 아니고 메모장 파일을 켜놓고 쓰거든요. 그래서 원고지 몇 매인지를 제가 가늠을 못해요, 제가. 그래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래도 제가 이 책에 실려 있는 소설들을 보니까 일반적인 단편소설보다도 매우 짧은.


◆ 김동식> 예, 아주 짧죠.


◇ 정관용> 그렇지만 그래도 한 30~40매 정도는 한 편에.


◆ 김동식> 그럴까요?


◇ 정관용> 그 정도라고 보이거든요. 20~30매, 30~40매 정도. 그런데 그걸 이틀에 한 번씩 써냈다는 거죠, 그러니까?


◆ 김동식> 어떤 날은 아침에 올리고 밤에 또 올리기도 하고.


◇ 정관용> 하루에 두 편씩.


◆ 김동식> 어떤 날은 3일에 걸쳐서 올리기도 하고 이게 들쑥날쑥하게 올렸습니다.

◇ 정관용> 그런 생각이 막 샘솟듯이 나와요?


◆ 김동식> 항상 잡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평소에 일하면서도 워낙 단순반복이고 사람과 대화할 일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 정관용> 공장일이?


◆ 김동식> 예. 그러니까 일하면서 계속 잡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쓰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많이 생각났었죠. 초기에는 굉장히 쉽게 쉽게 쉽게 항상 바로 쓸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생각이 그동안 쭉 쌓여져 있었을 테니까. 하기는 또 공장일하면서 글쓰기 전에 그 게시판에서 남의 글 읽는 게 또 취미였다고 하니까. 남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나 같으면 이걸 이렇게 썼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


◆ 김동식> 맞습니다. 약간 결말이 예상에 너무 들어간다 싶다거나 아니면 소재가 좀 아깝다거나 그런 느낌도 있었고.


◇ 정관용> 그렇죠.


◆ 김동식> 그리고 이 주제를 얘기하려면 좀 이런 소재로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하고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남의 글에서 나라면 이렇게 바꿀 거야.


◆ 김동식>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그건. 영화의 결말이 이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든지 그런 걸 주로 많이 생각했죠.


◇ 정관용> 지금도 꾸준히 그렇게 글을 쓰고 있어요?


◆ 김동식> 지금도 이제 꾸준히 쓰고는 있는데 초기에 비해서는 좀 잘 안 써지는 편입니다.


◇ 정관용> (웃음) 조금 바닥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모양이네요.


◆ 김동식> 제가 소재를 너무 많이 써먹어서 이제 안 건드린 게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중복되면 안 되니까.


◇ 정관용> 네, 그렇죠. 그래서 이 모두 346편. 지금은 편 수가 더 늘어났겠지만, 써놓은 글들을 따지면. 그 중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3권의 책을 묶어내면서 66편을 골라서 3권에 담았어요, 나눠서. 그렇죠? 이걸 고른 건 누가 고른 거예요?


◆ 김동식> 김민섭 선생님이 직접 고르셨습니다.


◇ 정관용> 김민섭 작가랑은 어떻게 인연이 됐어요?


◆ 김동식> 그게 저에게 메일을 주셨거든요. 어떻게 글을 쓰는 게 쌓인 게 중반쯤 정도 쌓였을 때 혹시 책을 내실 생각이 있으시냐고 그때 메일을 주셨었어요. 그때는 제가 무슨 책이냐고 그렇게 그냥 거절했었는데 나중에 좀 후반부 그 사이에 제가 하도 댓글로 책을 내달라고 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번 나름대로 시도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책을 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해서 그냥 흐지부지 취소가 됐어요.


◇ 정관용> 아는 출판사도 없으셨을 거고.


◆ 김동식> 거의 개인출판을 어떻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는 하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취소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거의 300편 정도 쌓였을 때 그때 김민섭 선생님이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을 주시는 거예요.


어떻게 그냥 게시판에 올리는 사람인데 인터뷰를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한번 만나보자 싶어서 나갔어요. 나가서 이제 인터뷰를 하고 마지막에 김민석 선생님이 책을 내실 생각이 있으시면 자기가 출판사를 연결해 주겠다고.


◇ 정관용> 도와주겠다.


◆ 김동식> 굉장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책을 내는 과정이나 어떻게 만들어진다 이런 것을. 그러니까 확연하게 뻔히 보이니까 너무 감사해서 바로 책을 내겠다고 하고 이제 원고를 드린 거죠.


◇ 정관용> 그랬더니 김민석 작가가 그 중에 몇 편을 골라서?


◆ 김동식> 한 20편 정도를 골라달라고 하셔서 제가 그걸 보내드렸는데. 그걸 출판사 쪽에 보여줬더니 한 3권을 동시에 내자고 하셨대요. 20편을 1권이 아니라. 그러면서 그때부터 김민석 선생님이 제 모든 글을 받아보시고 거기서 뭔가를 뽑으신 거죠.


◇ 정관용> 그래서 한꺼번에 3권?


◆ 김동식> 네, 한꺼번에 3권이요.


◇ 정관용> 그리고 또 4권, 5권 또 나올 거라면서요?


◆ 김동식> 네. 지금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가서 이번 달 아니면 다음 달에 나올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몇 권이 더 나옵니까?


◆ 김동식> 4권, 5권 두 권이.


◇ 정관용> 두 권이 더 나와요?


◆ 김동식> 네.


◇ 정관용> 보통 소설가도 한꺼번에 책 3권, 4권, 5권 이렇게 낸다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거든요. (웃음)


◆ 김동식> 그런가요.


◇ 정관용> 갑자기 그렇게 책을 내고 사람들이 지금 벌써 6쇄까지 찍었다면 많이 팔렸다는 얘기고. 그리고 여기저기서 인터뷰하자고 요청도 오고 요즘 그러죠?


◆ 김동식> 네,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요즘 본인의 정신상태가 어때요? 약간 붕 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 김동식> 맞아요. (웃음) 붕 떠서 그래도 글도 잘 안 써지고. 막 신기하고 갑자기 인생이 180도 바뀐 느낌이에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세상에 갑자기 떨어진 느낌입니다. 원래는 집, 공장, 집, 공장만 반복하고 사실 밖에 나가는 일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일주일에 몇 번씩 계속 나갈 일이 생기니까.


◇ 정관용> 공장은 그만 뒀어요?


◆ 김동식> 공장은 16년 11월에 한 1년만 쉬어보자는 생각으로 쉬었는데 다시 복귀할 타이밍에 이게 책이 나오게 되면서 계속 지금 쉬고 있게 됐네요.

◇ 정관용> 그래서 지금 이제 소설가, 작가 이렇게 불리잖아요. 그렇게 불리는 게 어때요, 본인의 느낌이?


◆ 김동식> 좀 어색하죠, 저는.


◇ 정관용> 어색해요?


◆ 김동식> 작가라기보다는 그냥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인데 작가라는 호칭이 좀 너무 과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요즘 시대에는 모두가 작가인데요, 뭐.


◆ 김동식> 아, 그럴까요.


◇ 정관용> 게다가 이제 공장에서 월급 따던 건 없어졌고. 그렇죠? 대신 책 인세가 주된 수입이잖아요. 그럼 전업 작가인 거예요.


◆ 김동식> (웃음) 그래요? 그렇군요. 전업 작가요?


◇ 정관용>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인생으로 내가 어딘가 던져진 것 같다 좀 아까 그랬잖아요. 좋은 게 많아요? 무서운 게 많아요? 겁나는 게 많아요?


◆ 김동식> 지금은 그냥 마냥 좋습니다. 이게 좀 더 약간 살아 있는 느낌이 들고 공장에서 일하던 시기에는 이게 계속 반복된 작업이고 제가 하는 일이 제가 만든 물건이 어디로 가는지도 제가 모르고 그냥 일이니까 계속 할 뿐인.


거의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을 했었는데 글을 쓰면서부터는 봐주시는 분들을 제가 볼 수 있고 제가 만든 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그걸 제가 아니까 좀 기계에서 벗어난 느낌, 그런 느낌이 들고는 해요.


◇ 정관용> 본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 책 3권 가운데 첫 번째 책인 ‘회색인간’에 실린 ‘무인도의 부자노인’이라고 하는 단편이 나는 제일 마음에 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그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 김동식> 그러니까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사람들이 식량문제 때문에 힘없는 다친 노인을 희생하려고 하는 거죠. 그 노인에게는 식량을 안 나눠주려고. 식량이 아까우니까. 어차피 도태될 거다 그렇게 예상하고. 그런데 노인이 이제 자신은 사회에서 굉장한 부자다, 어떤 기업의 그거다 이렇게 소개를 하면서 만약 지금 나를 도와준다면 사회에 돌아갔을 때 큰 재산으로 돌려주겠다. 통조림 하나를 막 1000만 원에 사주겠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믿냐고 했더니 노인이 그러면 당신들은 사회에 안 돌아갈 생각이냐고. 사회에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내 말을 믿어야 되는 거 아니냐.


◇ 정관용> 그러네요.


◆ 김동식> 그래서 이제 노인을 도와주게 돼요. 식량도 나누게 되고 노인을 도와주게 되고. 그러면서 무인도에서 일종의 사회가 형성되는 거예요. 노인에 의해서. 거래, 돈이라는 게 없는데 가상의 돈을 이제 거래하는 거죠. 일을 시키면서 노인이 만약 집을 지어준다면 당신의 노동을 내가 돈으로 대신해 주겠다, 이런 식으로.


◇ 정관용> 일당 몇 십만 원 주겠다.


◆ 김동식> 이렇게 가상의 돈으로 사회가 형성되고 나중에는 구조까지 되는.


◇ 정관용> 구조가 됐어요?


◆ 김동식> 그때는 그런데 노인의 말이 거짓인 걸 거짓말이었던 걸 그때를 모면하기 위한 말이었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돼요.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노인의 그 말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정상적인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으로서 살 수 있었을까. 무인도에서 그 생각을 하면서 노인을 용서하는, 그런 결말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 정관용> 이 이야기가 제일 마음에 드는 이유가 뭐예요?


◆ 김동식> 그게 제가 공포게시판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공포물, 그런 물에서 좀 벗어나잖아요. 그러니까 최초 시도했던 이야기가 이 ‘무인도의 부자노인’이었거든요. 공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그러다 보니까 기억에 각인이 남더라고요.


올리면서도 공포게시판이니까 봐주시는 분들이 좀 안 좋아하시면 어떨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좋아해 주시는 거예요. 댓글도 백 몇 개씩 달아주시고 그게 기억에 남아서 사실 좀.


◇ 정관용> 사실은 우리 김동식 작가를 저희 프로그램에 초대해서 인터뷰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 글이에요. 제가 그 글을 읽어보고 이 작가는 정말 뭔가 내용이 풍부한 작가다.


◆ 김동식> 감사합니다.


◇ 정관용>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강하게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초대를 한 거거든요. 앞으로 긴 장편소설에도 혹시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 김동식> 긴 장편을 제가 쓸 줄 알면 쓰고 싶은데 쓰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떻게 쓰는지. 지금 쓰는 건 인터넷을 하면서 그 방식에, 인터넷 게시판에 맞춰서 배워갔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한 호흡 조금 쉬어가는 그런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동식> 예, 알겠습니다.


◇ 정관용> 김동식 작가. 한꺼번에 세 권. 곧 두 권 더 합쳐지니까 다섯 권의 소설을 낸 괴물작가를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동식> 예. 감사합니다.


CBS노컷뉴스의 공식 빙글 계정입니다. SNS에서 여러분과 늘 호흡을 같이하는 친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