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0. 진실 혹은 거짓(2)

“구도헌씨가 거기서 왜.”



굳은 목소리의 기태였다. 기태는 로라 뒤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있는 도헌을 발견하곤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그게 그러니까…”



로라는 한껏 당황해, 기태와 도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기태는 이 시간에, 로라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리고 누가 봐도 잠옷 차림으로. 게다가 재활용 쓰레기까지라니. 이건 보나마나 로라의 집에서 밤을 지새운 모습이었다.



“두 사람…함께…밤새 있기라도 했…”



기태가 굳은 목소리로 말을 열었는데, 도헌이 그런 기태의 말을 싹둑 잘라먹었다.



“뭔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
“어젠 이렇게 다치는 바람에 집에서 걱정할까봐 못 들어가서.”
“…….”
“누나도 그러고 내 친구도 집에서 자고 가라해서…”



하고 도헌이 이 상황을 커버 쳐주기 위해 운을 뗐는데. 이번엔 로라가 도헌의 말을 싹둑 잘라먹었다.



“같이 살아요.”



갑작스런 그 말에 기태는 물론이고 변명을 하고 있던 도헌마저 화들짝 놀라며 로라를 바라보았다.



“같이…산다구요?”



기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로라는 가방을 고쳐 매며, 도헌에게 저벅저벅 걸어가 도헌의 손에 쥐어져있던 주문장을 받아 들었다.



“네. 쟤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집에 못 들어갈 사정이 있어.”
“…….”
“동생 친한 친구기도 하고, 저도 어렸을 때 몇 번 본 적 있기도 해서 그냥 몇 달 저희 집에서 지내라고 했어요.”



로라는 모든 걸 털어 놓았다. 하지만 기태는 화를 더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도헌과 로라는 불순한 관계도 단 둘이, 동거를 하는 것도 아닌 것이었으니. 게다가 로라의 친 동생도 함께 살고 있는 것이었기에.


하지만 찝찝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었기에.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로라씨.”



애써 화를 억누르고 기태가 물었지만, 기태의 목소리에는 아까보다 더 굳어 있었다.



“굳이…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뭐 대단한 일도 아니구요.”
“그래도. 적어도 함께 산다, 이 정도는 나도 알아야 되지 않나 싶은데.”
“안 그래도 오늘이나 내일 쯤 말씀드리려 했어요. 화나셨다면, 죄송해요.”



사실대로 말해버린 로라가 의외였다. 도헌은 눈만 끔뻑이며 로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뭐, 화가 났다기 보단…조금 당황스러워서….”



하고 기태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이내 로라의 팔목을 쥐었다.



“일단 타시죠. 출근 늦겠습니다.”



그렇게 로라는 기태에게 끌려 기태의 차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내 몇 걸음 걷다 로라는 멍하니 서 있는 도헌을 뒤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 로라가 입술을 달싹였는데 휙, 도헌이 로라를 지나쳐 가버렸다.



“저…싸가지 없는 시끼….”



* * *



“화…많이 나신 건 아니죠 선생님.”



신호를 받은 기태의 차. 로라는 슬며시 기태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기태는 설핏 미소지으며 로라를 돌아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화가 많이 나는 건 아닌데.”
“…….”
“그렇다고 화가 아주 안 나는 것도 아니네요.”
“…죄송해요. 정말 미리 말씀은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로라씨 탓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뭐. 동생 친군데.”
“…….”
“그냥. 질투가 나서랄까요. 로라씨와 구도헌씨가 함께 지낸다고 하니.”
“…….”
“부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그렇네요.”



기태는 멋쩍게 웃으며 다시금 정면을 응시했다. 로라는 기태가 미리 준비한 아이스티를 마시며 수줍게 웃었다.



“질투…라구요.”
“웃기죠. 이 나이에…질투라니. 나도 웃기네요.”



정말이었다. 이 나이 되도록 질투라는 건 못 느껴본 기태였는데. 이상하게 로라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모든 감정들이 학창시절의 사춘기 때로 되돌아간 듯 예민하고 불거져 있는 듯 했다. 그때, 로라의 휴대폰에 띵똥, 메시지가 도착했다.



- 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왜 해요. 요새 웃긴다, 오호라? 자기가 얘기하지 말래놓고 쓸데없는 소리 제일 많이 하고 다녀.



도헌이었다. 로라는 도헌의 문자에 한숨을 푹 내쉬며 ‘쓸데없는 얘기’란 말을 곱씹었다. 그때, 갑자기 기태의 차 앞으로 차 한 대가 급하게 끼어들었고 기태는 화들짝 놀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윽!”



덕분에 로라가 들고 있던 아이스티가 철렁, 로라의 무릎에 와락 쏟아졌다.



“아, 운전을 뭐 저 딴 식으로 하는 거야! 로라씨 괜찮아?!”



기태는 순간, 로라에게 오른 팔을 뻗어 로라가 튕겨 나가지 않게 잡았다.



“아…전 괜찮은데…이걸 어쩌죠. 아이스티를 쏟았는데….”



로라의 치맛자락이 아이스티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기태는 곧, 로라의 가게 근처에 서둘러 차를 주차하곤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 로라에게 건넸다.



“미안해요. 많이 차갑죠. 이걸로 우선 닦아요.”



하고 기태가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들었는데, 로라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이…건.”



어젯 밤 보았던 그 손수건. 그때 그 여자 손님이 자신에게 선물해주었던 연보라빛의 예쁜 꽃들이 수놓아져 있는, 그리고 ‘carpe diem.’ 이라는 라틴어가 적혀있던 그 손수건과 비슷한 수건이었다.


로라는 가만히 손수건을 살펴보았다. 어제 자신이 선물 받은 손수건은 보랏빛과 분홍빛의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면 기태의 손수건엔 푸른빛의 자수로 어제와 비슷한 꽃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게다가 로라의 손수건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퉁이에 적힌 ‘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까지.


이건…무슨 우연이람.



“왜…그래요?”
“아…. 손수건이 너무 예뻐서요.”



로라는 그렇게 둘러대며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예뻐서 닦기가 좀 그런데…, 이 손수건은 어디서 사셨어요? 예쁘네요.”
“아. 산 건 아니고 누구한테 선물 받았어요. 어디 파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이 직접 만든 건데.”
“…….”
“로라씨 마음에 들면 가질래요?”
“…네? 선물…받으신 거라면서요…?”



로라는 선뜻 선물을 주겠다는 기태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기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디서 물티슈를 꺼내 로라의 치맛자락에 묻은 아이스티를 쓱쓱 닦아주었다.



“선물 받은 거긴 한데, 저한텐 별로 필요도 없고 의미 없는 거라.”



기태의 말에 로라는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다. 이건…분명…그 여자가 준 것과 똑같은데…. 어디 파는 것도 아니고 선물받은 거라고 선생님도 직접 말씀하시니, 로라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로라는 손수건을 다시금 기태에게 내밀곤 차에서 내렸다.



“왜, 가지셔도 되는데요, 정말로요.”
“아니에요. 그래도 선물 받으신 건데. 주신 분이 섭섭해 하실 거 아니에요.”



로라는 기태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곤 히죽 웃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심장이 쿵쾅쿵쾅 떨려왔지만, 애써 그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로라였다. 기태는 휘적휘적 걸어와 로라 앞에 섰다.



“점심 같이 먹어요. 업무 끝나고 기다릴게요.”
“네, 그래요.”
“한 번 안아…봐도 되요?”



그러고 기태는 로라를 따스히 감싸 안았다. 기태의 품 안에 쏙 안기는 로라였다. 기태는 로라를 한 팔로 감싸안고 한 팔론 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받는 느낌이, 한 몸에 드는 로라였다.



“선생님…보는 눈도 많은데…하하하, 여기서.”
“뭐 어때요. 내 여자 친군데.”
“병원…사람들이…봐두 되는 건지…”
“안 될 게 뭐가 있어요. 참. 언제 한 번, 로라씨 저랑 같이 저희 집에 인사드리러 가도 괜찮을까요?” “네…?”



갑작스런 기태의 말에 로라는 적잖이 놀라며 기태의 품에서 벗어났다.



“로라씨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선…생님.”
“너무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로라씨에게 확신이 들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 안 봤는데, 결혼이라는 것도…하고 싶고….”



성급하긴 했지만, 기태는 진심인 듯 보였다. 로라는 가만히 그런 기태를 올려다보다 이내 배시시 웃어버렸다.



“긴장되는 걸요, 아직은…. 고마워요 선생님. 그런 말씀 해주셔서.”
“진심…입니다. 얼른…보여드리고 싶어요, 로라씨를.”
“그럼…시간…한 번…맞추어 봐요, 선생님.”



로라도 싫지는 않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로라 역시 기태라는 사람이라면, 하고 기태와의 결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로라는 기태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곤 먼저 가게 문을 오픈하기 위해, 상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자꾸만 그 손수건이 눈에 거슬렸다. 로라는 뭘까, 뭐지…우연이라기엔 너무 똑같았는데, 속으로 생각하며 가게 앞에 섰다. 그러곤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기 위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는데.



“어…?”



그때 그 여자. 자신에게 손수건을 선물했던, 그 여자가 기태의 병원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순간 로라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뭐…지?”



그리고 순간, 그 여자와 로라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 * *


그나저나, 빙글 새로 업데이트가 된 것인지 사진추가가 안되네요ㅠ_ㅠ

표지사진도 올리고시픈데,,,,

표지 없으니 허전하다능,,,

토, 일은 업데이트가 어렵고 주중에 업데이트 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론 주중에 자주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나아갈 진, 여물다 숙, 진숙입니다! 소설 문의 메일 : shinhwa2x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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