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노동'을 혐오하는 사회가 됐을까?"

"중고 교과서 중 '노동'을 독립된 단원으로 다룬 교과서 단 한 권도 없어"

- "노동자 됐다는 건.. 창피하거나 재수 없는 일이 아니다"

- 우리 중고 교과서에엔 '노동'이나 '근로'에 대한 내용들 없어

- 유럽에선 '노동'이 굉장히 중요한 파트로 구성돼

- 미국서도 교과서에 노동문제는 '독립된 단원'으로 들어가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4월 3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 정관용> 청취자 여러분께 제가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할까요, 안 할까요. 전혀 없답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선진국 교과서에서는 그런 내용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상세하게 가르친다고 그러죠.


이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성공회대 하종강 교수가 어린이들을 위한 노동백과,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책을 펴내셨네요. 그래서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하종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진짜 하나도 없습니까?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이 우리 초등학교 교과서에?


◆ 하종강>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샅샅이 조사해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전수조사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노동이나 근로에 대한 내용들이 거의 없었고 그런데 프랑스 같은 경우만 해도 시민교육이라는 과목 속에 노동이 굉장히 중요한 파트로 구성이 돼 있고요.


예를 들어서 프랑스의 초등학생과 같은 연령의 파키스탄 소년들이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고생을 하면서 한 1600번째 바느질을 해야 공 하나가 나오는데 그러면서 불과 받는 돈이 몇 센트다 이런 내용들이 교과서에 수록돼 있거든요.


◇ 정관용> 프랑스 초등학교 교과서에.


◆ 하종강> 시민교육이란 과목이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독일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데 독일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모의 노사교섭이 6번 정도 1년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 정관용> 노사교섭을 한다고요? 초등학생이?


◆ 하종강> 그렇죠. 초등학생부터 노동자 역할도 맡아보고 경영자 역할도 맡아보면서 노사교섭을 마주앉아서 합니다.


◇ 정관용> 자기가 노조위원장, 나는 사장 이런 식으로?


◆ 하종강>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실 대부분 노동자가 되지만 경영자가 될 줄 알고 자라잖아요.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노동자 간부 역할을 신청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항상 경영자 역할을 맡을 학생이 부족하다는 거죠.


한국 교사 중에는 직접 연수 가서 본 교사들이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떤 학급은 1명 빼고 다 노동자 간부 역할을 신청했다는 겁니다. 나중에 1명은 부모의 기업을 경영할 학생 1명 빼고는 다.


◇ 정관용> 그 아이들은 이미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커서 노동자가 될 거야라는 것을 알고 있군요.


◆ 하종강> 그리고 노동자가 되는 게 전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요.


◇ 정관용> 부끄러운 게 아니고 당연한 거죠. 어떤 사회든지 성인의 구성으로 보면 노동자가 압도적인 거 아닙니까?


◆ 하종강> 그렇죠. 그리고 지금 청소년들도 거의 90% 정도 노동자 경험을 하게 됩니다.


◇ 정관용> 당연한 거죠.


◆ 하종강> 한국 사회에서는 지금 오늘 10명이 취업하잖아요. 8명이 비정규직 일자리예요, 그중에. 그건 데이터가 그렇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고등학교 한 반에 보통 25명, 30명 정도 되잖아요. 그러면 대학을 가든 안 가든 나중에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되는 학생은 그중에 1명 정도입니다, 통계상. 그런데 그 1명이 주로 자사고, 특목고 출신 중에서 나와요.


그러니까 일반 고등학교는 한 세 학급 중 1명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돼요. 안정적인 직장에.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계속 그 한 명이 돼라만 가르치거든요. 그랬다가 그렇게 못 되면 나머지는 재수 없게 나는 노동자가 됐을까 이런 생각으로 살게 되는 거거든요. 최소한 노동자가 됐다는 것이 그렇게 창피스럽고 재수 없는 일은 결코 아니다.


◇ 정관용> 이 책에도 직접 쓰셨던데.


◆ 하종강> 그게 제 책의 거의 맥시멈입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것을 책에 쓰셨던데 요즘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한테 ‘너 공부 안 하고 놀면 저렇게 노동자 돼’ 이렇게 말한다고요?


◆ 하종강> 그런데 이런 정서가 다른 나라들은 별로 없어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직책이 높아도 자기가 워커라고 생각합니다. 워커, 노동자죠. 그런데 ILO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잖아요. 매년 총회를 합니다.


한 200개 나라 대표가 참여하는데 노사정 대표가 다 참석하거든요. 한국에서도 양대노총 위원장, 노동부 장관, 경청회장, 전경련 회장들이 다 이렇게 갑니다. 회의할 때 다른 나라 대표단 '워커(Worker)'라고 표현을 해요. 그런데 한국 정부 측, 기업 측 대표만 굳이 '임플로이(Employee)' 라는 단어를 쓰거든요. 그 단어 나올 때마다 다른 나라 대표들이 웃더라는 거예요, 쟤 왜 저러고 있냐고.


어떤 관료나 학자가 워커를 노동자, 임플로이는 근로자 이렇게 번역했나 봐요. 임플로이는 사실 정확히 번역하면 피고용자라는 뜻입니다. 인사노무관리상의 개념이 상당히 강한 단어거든요. 한국처럼 노동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혐오하는 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어요.


◇ 정관용> 근로자의 날이라고 했잖아요. 얼마 전까지.


◆ 하종강> 이게 한국에만 있는 달력입니다. 어떤 나라들도 다 모든 한자권 나라가 노동절로 표기하거든요. 대만이나 중국이나 일본 그 노동 관련 논문에 노동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라는 지표가 있어요.


굳이 한국 학자나 관료들이 번역할 때 이걸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로 번역을 하거든요. 이번에 개헌안 정부가 내면서 근로를 노동으로 표기를 바꾸겠다. 이거 사실 대단한 게 아니고 그냥 다른 나라와 같아지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걸 가지고 지금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거 아닙니까?


◆ 하종강>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 하종강> 제가 얼마 전에 한 고등학교에 인문학 강의를 하러 갔어요. 강의제목이 노동이란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한국사의 노동 바로 이해하기’ 이게 제목이었거든요.


보통 제가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는 노동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제목에. 거부감이 느껴질 테니까. 그래서 제가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쓴 책도 제목이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라든가.


◇ 정관용> 그런 애매하게.


◆ 하종강> 또는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이런 책에 제가 중고등학생 대상 원고를 써서 참여를 했어요. 제가 혼자 쓴 책은 아닌데. 그런데 그 학교는 인문학 훈련이 상당히 돼 있는 학생이어서 노동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지도교사가 그러시더라고요. 전교조 활동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그렇게 해서 제목을 정해서 갔더니 교장, 교감선생님이 제목에 노동이 들어갔다고 올라오셔서 30분을 저랑 토론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합의가 됐냐 하면 그러면 제목에서 노동을 빼고 제가 고등학생 중에도 인문학 기초가 있는 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했지만 중학생 수준의 강의 자료로 바꿔서 강의하겠습니다. 강의했거든요.


학생들에게 도중에 노동에 대한 비정상적인 혐오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 얘기, 그 사정을 설명했어요. 30분 늦은 이유는 그래, 30분 동안 교장, 교감 선생님하고 토론하느라고 늦었다. 그래서 오늘 2시간 반 프로그램인데 2시간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고 강의의 수준도 중학생 수준으로 낮췄다 설명을 했어요.


◇ 정관용> 학생들이 뭐래요?


◆ 하종강> 끝나고 나가는데 지도교사랑 같이 나가는데 계단에 여학생 3명이 이렇게 서 있었습니다. 지도교사가 안 가고, 뭐하냐 그랬더니 할 말이 있어서 기다렸다고. 그러더니 한 학생이 ‘너무 창피하고요. 화나요.’ 이 얘기를 하다가 목이 멨어요, 그 학생이.


◇ 정관용> 자기네 교장선생님이 화난다, 창피하다.


◆ 하종강> 꼭 그 개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 현실이 너무 답답한 거죠. ‘너무 창피하고 화나요.’ 그걸 학생이 얘기하다가 목이 메어서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그 청소년이 주인이 될 거잖아요, 우리는 다 물러날 거고. 저런 모습이 사실 희망이다 이런 경험을 바로 며칠 전에 했어요, 제가 또.


◇ 정관용> 그런데 도대체 왜 한국만 그렇게 유독하게 노동에 대한 개념이 잘못돼 있다고 생각하세요?


◆ 하종강>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그런데 중세 농경사회에서 지금 산업사회, 자본주의 건설한 100여 년 역사가 한국처럼 식민지 뒤에 바로 분단이 이어지고 전쟁을 치르면서 그 뒤에 군사정부가 30년가량 있었던 이런 과정을 거친 나라가 눈 씻고 찾아봐도 우리밖에 없거든요. 이런 배경이 우선 큰 영향을 미쳤죠. 그리고 또 이북에 있는 정당의 집권당 명칭이 노동당이고. 발행하는 신문도 노동신문이고 이러니까.


◇ 정관용> 노동 하면 무조건 북한.


◆ 하종강> 일종의 레드 콤플렉스 있는 건데요. 근로자라는 단어를 이북이 사용해요. 그리고 근로자라는 단어가 계급성이 없는 단어는 아닙니다. 이북에서는 우리 진행자님이나 저 같은 사람들은 노동자로 표기하지 않아요. 근로인텔리라고 표기합니다. 근로인텔리와 노동자 합쳐서 노동계층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예전에.


◇ 정관용> 화이트칼라랑 블루칼라를 분리하는 거네요.


◆ 하종강> 물론 이북에서 노동자, 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 꼭 육체노동만 의미하지는 않아요. 사회과학적으로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직업을 지칭할 때는 근로인텔리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예전에 해방 이후 처음으로 무슨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한국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이 40년 만인가 처음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북경공항에 갔다가 평양공항까지 갈 동안 비행기 내에서 계속 다툰 게 평양공항에 도착했을 때 트랩을 어느 순서로 내려갈 거냐. 이걸로 계속 싸웠다는 거죠.


◇ 정관용> 왜요?


◆ 하종강> 가장 중요한 단체 대표가 첫 번째 나오잖아요, 보통. 대통령 순방할 때도 가장 대통령이 제일 먼저 나오잖아요, 트랩에서. 그런데 순안공항 도착하니까 평양 당국이 순서를 짜서 올라왔다는 거예요.


첫 번째가 당시 막 만들어지고 국회의원 10명을 확보했던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노회찬 씨가 갔었거든요. 올라와서 남한 근로계층을 대표하는 정당이어서 우리가 1번에 배정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 요즘도 하면서 감격해 합니다, 노회찬 씨가.


◇ 정관용> 우리의 역사적인 경험이 노동에 대한 이런 인식을 만들었다. 그러니 노동만 들어도 그런데 노동조합 그다음 파업 여기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하종강> 독일은 교과서에 보면 모의노의교섭에 대해서 어떤 내용까지 가르치냐면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방안, 현수막을 써 붙이는 법, 항의문건을 보내는 방식.


◇ 정관용> 초등학생들한테.


◆ 하종강> 그게 교과서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언론과 인터뷰할 때 노동조합 간부가 지켜야 될 원칙들. 나중에 이제 기자회견문을 쓰는 요령 이런 게 교과서에 수록돼 있어요. 그리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과목이 되면 교과서 분량의 3분의 1 정도가 단체교섭의 전략전술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유럽만 그런 게 아니고요. 미국도 노동문제가 경제 교과서, 사회교과서에 독립된 단원으로 여러 개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그 63권의 중고교 사회교과목 중에서 노동이나 근로를 독립된 단원으로 다룬 교과서는 단 1권도 없었습니다.


◇ 정관용> 한 권도?


◆ 하종강> 한 권도 없습니다. 그냥 기업의 생산 활동을 설명할 때 노사관계를 잠깐 언급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언급돼 있지.


◇ 정관용> 뭔가 충격인데요.


◆ 하종강> 산업사회 노동이나 근로를 독립된 단원으로조차 교과서에 기술하지 않고 있습니다.


◇ 정관용> 충격인데요, 정말.


◆ 하종강> 더 심각한 건 최저임금제에 대해서 17권의 교과서가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63권 중에서. 그런데 주로 어떤 내용이 기술돼 있냐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또는 최저임금제 실시하면 일부 근로자의 소득은 올라가겠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게 교과서에 수록돼 있습니다.


그러면 최저임금제도라는 건 사실 그 정도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기업 경영하지 말라는 취지거든요. 왜냐면 그래야 국가경제에 유익하니까. 그런 취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은 채 부작용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이런 내용들이 많았고요.


그리고 심지어는 노동기본권이 한국은 과도하게 보장된 측면이 있어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식의 기술도 있어요.


◇ 정관용> 그걸 교과서에 그렇게 써요?


◆ 하종강> 그렇게 노동운동의 부작용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부작용이 있죠, 사실.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굳이 그것만 기술할 필요가 과연 있겠느냐 하는 건데 이건 한국의 학풍이 전체적으로 그래서 그래요. 지식 인프라가 이런 쪽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는 나라가 거의 전 세계에는 없거든요.


◇ 정관용> 우리나라도 교수노조가 있기는 있죠.


◆ 하종강> 있죠. 2개가 있습니다.


◇ 정관용> 소수죠?


◆ 하종강> 교수노조가 있고 비정규직 교수노조가 있어요. 대개 교수노조의 규약에 보면 물론 비전임 교원도 가입할 수 있지만 교수사회에서 교수노조회는 전임교원이 주로 하고. 비전임교원들은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하고 대충 이렇죠, 분위기는.


◇ 정관용>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독일이나 프랑스나 이런 데들은 당연히 교수들의 노동조합 우리보다 훨씬 강하겠죠.


◆ 하종강> 그리고 그 나라는 교수노조만, 그리고 아직 한국은 교수노조가 불법이에요.

하종강 교수의 책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불법인가요?


◆ 하종강> 네. 교수노조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가 아직 통과되지 않아서요.


◇ 정관용> 그래요? 임의단체예요?


◆ 하종강> 임의단체입니다. 불법단체는 아니고 임의조직이죠.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핀란드 보건복지부 차관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촛불집회 한창이었을 때.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했냐면 기자회견을 하면서 기자들에게 핀란드가 그렇게 작은 나라지만 국가경쟁력이 상당히 높고 학업성취도 평가라든가 장기적인 지속성장이라든가 경제성장이라든가 이런 걸 이룰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라고 물어보니까 강력한 노동자의 힘 때문이래요. ‘나도 노동 조합원입니다’ 차관이 이렇게 답했어요.


◇ 정관용> 차관이 조합원이다.


◆ 하종강> 그렇죠. 유럽에서는 차관이 공무원 노조에 가입합니다. 그러니까 차관도 자기를 노동자로 생각하고 다른 사회 구성원도 차관을 볼 때 국가에서 고용된 노동자다 이렇게 본다는 거죠. 이게 사회가 발전할수록 이렇게 점점 넓어져요, 범위가.


한국도 보면 사실 방송사에 지금 노조가 있잖아요. 불과 30년 전에는 단 1개의 방송사에 도 노조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많이 있잖아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계속 범위가 확장되는데 독일이 가장 대표적이죠. 독일은 장관까지 가입할 수 있고요.


◇ 정관용> 그런데 또 87년 이후에 우리나라에 그나마 노동조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었잖아요. 그러다가 오히려 좀 줄어들었잖아요. 왜 안 늘어나죠?


◆ 하종강> 그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사실은 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죠. 87년, 88년 2년 동안에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해방 이후 40년 동안 만든 노동조합 개수와 거의 비슷했어요. 그래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그 시기가 사실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고.


한국은 노동조합에 대한 비정상적인 혐오감이 경영자들 사이에 있어서 특히 대기업보다 작은 중소기업들, 오너가 자수성가해서 애써 평생 동안 키운 기업들 여기에 노조가 생기면 이걸 못 견딥니다, 경영자들이.


◇ 정관용> 문 닫고 말지 이런 식이죠.


◆ 하종강> 그래서 사실 그냥 경영파트너로 인정을 하고, 노동조합을. 경영을 하면 될 텐데. 비정상 혐오감이 생겨서 많이 위축됐고. 오늘 이런 얘기하러 온 게 아니고 사실은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의 고민으로 이 책이 나왔다 이것 때문에 제가 여기 불려온 건데. (웃음)


◇ 정관용> 청취자분들한테는 이런 얘기를 해 줘야 됩니다.


◆ 하종강> 왜 초등학생에게 노동문제를 설명하는 책을 썼냐, 문제제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다른 나라는 이미 다 다루는 내용이고요.


◇ 정관용> 맞습니다. 교육만 그렇겠어요. 지금 말씀 나누다 보니까 우리의 정치, 우리의 언론 이렇게 따져 들어가면 저는 사실 간간이 진보 쪽인 정당, 진보적인 언론 이렇게들 일부 언론과 정당을 부르던데. 정말 자본주의 사회에 노동과 자본이란 관점에서 보면 노동 편을 드는 진보적인 정당이나 진보적인 언론은 사실 없다고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 하종강>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 나는 정치적으로 중립이야, 진보도 보수도 아니야 이런 사람들은 사실 외국의 시각으로 볼 때 거의 다 극우세력이잖아요. 비근한 예로 미국에서도 저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대학 교수 복장만으로 어느 정당 지지자인가 구별이 된대요.



대학 교수가 청바지를 즐겨입고 넥타이를 잘 매지 않고 학생들하고 이름 부르고 친하게 지내면 대개 민주당 지지자죠, 오바마 지지자고. 품위 있게 양복 갖춰입고 넥타이 반듯하게 매고 프로페서라고 부르게 하고 학생들에게. 이러면 대개 공화당 지지자라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대학교수 복장을 보고 어느 정당 지지자인지 구분이 잘 안 돼요. 왜냐하면 이 대부분의 정당이 대부분 보수정당이거든요. 여러 개의 정당들이 대부분, 극소수 몇 개를 빼면. 한국의 정치지형이 전반적으로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서 좀 폭넓은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생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아, 너희들 크면 대부분 다 노동자가 된단다. 또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당연한 권리란다.


◆ 하종강> 그게 헌법상의 권리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부터 노동조합을 만들면 내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한번씩 같이 고민해 보자꾸나.


◆ 하종강> 그렇게 자세히 까지는 못했고요. 노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정도로 노동자가 된다는 게 그렇게 창피하거나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떤 직종의 노동자가 되든 자기권리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걸 주장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 여기까지 설명했습니다, 제가.


◇ 정관용> 저는 이 책을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먼저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들이 잘못 가르치고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쳤으니까 아이들이 그러는 거 아니에요.


◆ 하종강> 그렇죠. 한국의 최고의 엘리트가 언론사 기자들이잖아요. 그런데 작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한국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보니까 30차례 시위가 예고돼 있고 격렬한 반대시위가 예고돼 있는데 그 시위를 예고한 반대세력 중에 학생들, 반세계 활동가들, 무역조합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무역조합이 G20 정상회담에 반대를? 좀 이상하잖아요.


◇ 정관용> 무역조합?


◆ 하종강> 네. 각 나라 정상이 모여서 무역을 좀 더 많이 하자고 하는 게 그 회의인데 그래서 제가 막 찾아보니까 이 기자가 트레이드 유니온(Trade union)을 무역조합으로 번역한 거예요. 그런데 이 기자가 한 번도 노동조합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 노동조합이 처음 탄생할 때부터 명칭이 트레이드 유니온이었다. 사실 레이버 유니온(Labor union) 은 나중에 노동조합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낸 표현이고 영어권에서는 유니온이거나 트레이드유니온이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그걸 무역조합이라고.


◆ 하종강> 그런데 한번도 배운 적이 없으니까 노동조합에 대해서 그렇게 번역했는데 이 기사가 데스크를 다 통과해서 그냥 지면에 나온 거죠.


◇ 정관용> 조금 아까 제가 드린 말씀 또 수정합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먼저 봐야 됩니다가 아니라 전 국민이 봐야 되겠네요, 먼저.


◆ 하종강> 그런데 보려면 재미가 있어야 되잖아요.



◇ 정관용> 그래서 그림도 많이.


◆ 하종강> 그림을 절반 정도 넣고 가능한 한 쉽게 설명했고.


◇ 정관용> 이제 책 선전은 그만하시면 됐어요. (웃음)


◆ 하종강> 그래요? (웃음)


◇ 정관용>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책을 들고 오신 성공회대학 하종강 교수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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