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자취할때 있었던 일

언젠가 한번 이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어느덧 십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독실한 가톨릭집안에 나고 자랐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당연히 귀신이나 미신같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유독 다른 아이들에 비해 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토요미스테리극장을 봐도 뭐가 무서운지 몰랐고 여태껏 꿈에서도 귀신이 나와 겁에질려 잠에서 깨본적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귀신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던, 인생에서 가장 기묘했던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2006년 2월

제대를 했다

사회의 겨울은 참 따듯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입대해 새학기 개강 2주전에 제대를 하게 된 나는 전역자의 여유를 느낄새도 없이 곧바로 복학준비를 해야 했다.


그 중 가장 다급했던 것이 자취방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자취충들이라면 개강 2주전에 방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고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정문 중문 후문쪽에 각각 원룸촌이 형성되어있었는데 학교와 거리가 가장 짧아 인기가 좋던  중문쪽 방들과

지은지 얼마 안된 신식건물이 많던 후문쪽은 이미 방이 다 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정문쪽도 학교와 가까운 골목쪽 방들은 이미 다 계약이 끝난 상태였고,

거리가 멀고 건물이 구식이라 학생들이 제일 기피하던 학교병원뒤쪽 원룸들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이 복학을 하게된 동기녀석이 있었는데 이놈은 나보다 몇달 전에 복학을해서 이미 방을잡아놓은 상태였고

자취가 처음이었던 나는 도움이될까 싶어 이놈을 데리고 방을 알아보러 다녔다


어짜피 학교주변에 남아있는 방은그쪽에 다 몰려있던터라 둘러보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죄다 구식건물들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곰팡이에 뜯어진 벽지에 방 상태가 거의다 엉망이었다


그러던 중 그나마 괜찮은 방 하나를 찾게되었는데 2층에 있어 해도 잘들어오고 도배도 새로한것같이 깨끗했다

가격도 다른 ㅎㅌㅊ방들보다 그리 비싸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수압이 쌨다

자취하는사람들은 수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거다


맘이 조급했던 나는 별 고민없이 그자리에서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때까진 횡재했단 생각이었겠지


그렇게 방을 잡고 개강을 하고 복학생이었던 나는 정말 정신없이 놀러다녔다.

2년동안 못놀았던 한을 푸리라하는 마음으로 개강총회며 동아리행사며 조인엠티며 거의 일주일에 4~5일은 술을 마시고 다녔던것같다.


자연스레 밖에서 밤을 새는 날이 잦았고 자취방에 몇일씩 안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개강을하고 한 3주가 흘렀을 무렵이었나 그 날도 3일만에 자취방을 가게되었다

전날 술을 잔뜩 퍼마시고 중문쪽 친구네서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학생식당 라면으로 해장을하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문이 열려있었다.

가끔 잠그고 나오지 않을때가 있긴 하지만 밖에서 잘것같은경우에는 꼭잠그고다녔었는데 혹시 깜빡했던걸까 생각해봤지만 기억이나지않았다

방문을열고 들어가니 몹시 추웠다

창문이 열려있었고 있으나 마나 했던 낡아빠진 방범창이 어설프게 뜯겨 창문에 매달려있었다


도둑이 들었구나


정신이 번쩍들었다

학교주변이 워낙 슬럼가라 도둑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 자취방에 도둑이 들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당황해서 신고할 생각도 못하고 없어진 물건이 있나 찾는것부터 시작했다

학생혼자 사는 자취방에 털어갈게 무엇이 있겠냐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두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현금도 시계도.

방 안에서 딱 두개가 사라졌다

옷걸이에 걸려있던 패딩과

냉장고 위에 올려놓았던 계란판에서 날계란 두개가 없어졌다

사놓고 방에서 음식을 해먹은적이 없었으니 도둑이 가져갔으리라하고 짐작했다.


돈은 그대로 두고 계란이랑 패딩을 훔쳐갔다

뭔가 이상했다


좀 진정이 된 후 경찰에 신고를 했다

없어진것도패딩 한장이라 그냥 신고하지말까 하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라도 도둑이 또 들어올까 무서워 신고를 했다


그리고 한달이흘렀다

중간고사 기간이었지만 여전히 열심히 술을퍼마시고 다녔다

동기들과 수업을 째고 근처에 있는 여의도공원에서 맥주를 까고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경찰이었다. 도둑을 잡았단다


경찰서로 갔다

범인이 누구인지,왜 계란을 훔쳤는지 궁금해서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다


범인은 기껏해야 열여섯일곱쯤되보이는 어린애였다

학교를 자퇴하고 가출을 한뒤 비슷한 처지인 애들과 함께살면서 좀도둑질을 하며 먹고산다고 했다

경찰에 잡힌 것도 학교앞 원룸촌의 다른 집을 털다가 잡힌 것이었다


경찰에게 그 놈이 한 진술을 전해 들었는데 좀 이상했다.


그 놈이 한말은 이랬다


자기 친구와 몇일전부터 내 자취방 건물을 털기로 정해놓고 기웃거리면서 저녁에 불이 안들어오는 방을 털기로 했는데 그게 내방이었다


내방은 2층이지만 1층이 반지하에 가깝게 밑으로 꺼져있어서 옆건물 화단을 밟고 기어오르면 충분히 창문쪽으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였다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려했는데 워낙에 낡은지라 몇번 흔드니 떨어졌다고 한다


이틀전 저녁부터 물색을 하다가 내가 3일만에 들어온 그 전날 낮에 침입했다고 했다

그러고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갔다는데

여기서 이상한 진술이 나왔다




분명 아무도 없는 방이라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자 화장실에서 왠 아줌마가 쪼그려 앉아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머리를 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곤 이 녀석이 방에 들어가자 아무말도 없이 이 도둑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단다


이 도둑놈은 순간 너무 당황해서 바로 옆에 책상위에 있던 샤프를 집어 그 아줌마를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위협한 후에

문쪽으로 나오면서 옷걸이에걸린 패딩과 달갈 두개를 집어들고 부리나케 도망을 나왔다는 것이다


나 혼자사는 집인데 아줌마가 있다니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경찰이 동거가족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거짓진술을 했을까


처음에는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놈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대질을 했을때에도 같은 진술을 했다

거짓말을 하는것같아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게 그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도둑질을 한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도둑질한것을 부인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구린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경찰서까지 같이 따라온 친구도 거짓말같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경찰서에서 나와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집주인이 낮시간에 돈을 받고 방을 빌려주는것이 아니냐고 말하셨다

대학생들이 보통 낮시간에 학교에 가있으니

그시간에 몰래 빌려주는것이리라 생각하셨나보다


허나 집주인이 학생 시간표를 어떻게 꿰차고 빈시간에 방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별로 설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거 말고는 딱히 다른생각이 나지 않았던것도 사실이다



집주인과 통화를하고 저녁즈음해서 동아리 선배와같이 찾아갔다

학교는 서울지역이었고 집주인은 경기도 외곽에 살고 있었다


찾아가 경찰서에서 했던 얘기를 들려줬더니 집주인 여자가 태어나서 처음보는 해괴한 표정으로 울상을짓더니 남편을 데리고 온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동아리 선배도 이 상황이 뭔가 싶어서 어리둥절했다

십분이나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고

부부가 나왔다

집주인여자는 거의 울상이되어 남편 팔목을꽉잡고 걷지도 못해 거의 끌려나오다시피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집주인남자가 입을 열었다


보증금 월세 모두 돌려줄테니 바로 방을비워달라는것이었다


얼척이없어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학생 정말 미안하게 됐는데 그렇게 해줘요

이렇게 말할뿐 이유를 알려주지않았다


이때까지도 진짜 내가 없는 사이에 방을 다른사람에게 빌려준게 맞나보다했다


화가나서 따져물었다 이게 뭐하는거냐고

선배도 옆에서 거들었다

집주인 여자는 이제 그냥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실랑이를 했을까

집주인 남자가 입을 열었다


두달전에 내가 있던 방에서 여자가 자살을 했단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

지방에서 올라온 여자였는데 이혼을 한건지 다른 사연이 있는건지 혼자살고있다고 했단다


학교앞 식당에서 일을하며 일년정도 살았는데

우울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세달전 샤워기로 목을 감아 자살했다고 한다

아마 도둑이 본건 그 여자였을거라는 것이다


처음에 이야기를 듣고는 벙쪄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들고서는 공포가 몰려왔다


집주인에게는 내일 당장 방을 빼겠노라 했다


선배와 주인집을 나서 자취방으로 향하다가 너무 무서워서 학교로 발걸음을 돌려 동아리 동기들을 다불러냈다


밤새 술을 마셨다

차마 방으로 갈 용기가 나지않아 내일 날이 밝으면 몇명이서 같이 가 짐을 빼기로 했다


다음날 동기 다섯명과 자취방으로 향했다

문앞에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방문을 가까스로 열고 준비해간 박스에 닥치는대로 짐을 구겨넣고 삼십분도 되지않아 도망나오듯이 빠져나왔다


그 이후로 나는 귀신을 믿게 되었다


자취방이 있던 병원뒷쪽 원룸촌은 그로부터 몇년후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금도 가끔은 그 아줌마가 왜 죽어야 했는지

왜 죽어서도 거기에서 머리를 감고 있었는지 생각하곤한다



출처 이글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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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생각했는데 귀신이었다니...... 으으 근데 빈집 스토리여도 무섭고 귀신이어도 무서운건 마찬가지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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