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이 필때면

오월이다

이때 쯤 이면 고향 초등학교 운동장엔

아카시아 꽃 활짝 피는 달이다.


토요일 오후 교실 환경미화를 위해 담임 선생님과 단 둘이 남아 교실을 꾸미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선 운동장엔 아무도 없었다.

고즈녁한 봄날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 많이 너무나 평화롭게 기억된다.


갓 부임 해온 처녀 담임과 반장인 나의 사랑은 그렇게 초등학교 1학년때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나의 손을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을때 양철지붕 교실 끝자락에서 들리던 풍금 소리는 마치 웨딩마치 처럼 심쿵했고 수줍기 까지했다.


선생님 한테선 늘 아카시아 꽃 향내가 은은하게 났다.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아카시아 꽃 향인지 구분 할수는 없었지만

성인이되어 연애할때 그녀 에게서 나던 향내가 그때의 선생님을 추억한걸 보면

분명 여인의 향이였다.


선생님도 나를 좋아하셨는지 자주 심부름도 시키고 코도 닦아주고 방과후 까지 나를 잡아 놓으셨다.


비가 많이 내리던 장마철엔 섶다리가 떠내려가 선생님 자취방에서 함께 혼숙 하기도했다.

다른 얘들은 아버지가 와서 업어 건너 갔지만 우리 아버지는 의례히 오시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고마웠고 비를 내려 주시는 하나님도 고마웠다.

선생님도 나와 같은 마음 이었으리라 지금 와서 기대해본다.


나의 바람기(마눌님이 만들어낸)는 그때 시작된 듯하다.

우체국장 딸 영옥이가 전학 갈때 선생님을 옆에 두고도 몇 날을 가슴 앓이를 한걸보면...


내가 더이상 시골 학교서 배울게 없어 하산 하듯이 춘천으로 전학간 3학년 까지 우리의 사랑은 밀당 없이 상처 없이 이어졌다.


나는 아낌없이 준 탓인지 이별이 슬펐던거 같지는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아마 많은 날을 슬픔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피천득 선생은 오월을

'방금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 이라고 표현했다.

그시절 선생님의 얼굴이, 나이가 그러했으리라.


지금 나는 환갑을 목전에 둔 늙은이로 변해 가고있다.

손주의 재롱에 넋을 잃고 산다.


오월의 아카시아 향을 지녔던 선생님은 아직도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신록의 계절 오월 속에서 생뚱맞은 상상을 해본다.

이렇듯 상상을 하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즐겁다.


"내 나이 헤아려 무엇하리

내가 그 오월 속에 있지 않은가"


시인 에게 배운다.

59년 돼지띠 이성수 취미는 나의 글 끄적이기 우리 소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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