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월요일은 역시 독서지.


역사는 G-7 정상회담에서 촬영된 이 사진을 어떻게 기록할까? 이 사진을 맨 처음 공개했던 곳은 다름 아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실(참조 1)이었지만, 독일 총리실은 분명 인터넷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며, 이렇게 회자(膾炙) 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르켈의 지도력을 보여주고 싶어했겠지만...


이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meme을 결정하는가? 수전 손택의 이 두꺼운 사진에 대한 책이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봐도 좋을까? 답변은 여러가지다. 심각하게 얘기하자면 플라톤부터의 내러티브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구도”가 (르네상스보다는) 네덜란드 화풍에 맞아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손택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이미지는 현실을 기록하지 않는다. 현실은 이미지를 기록한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참조 3)?


상당히 러시아 유머스러운 표현이기는 한데(주어와 동사의 위치가 자주 바뀐다), 어차피 철학자들은 세상이 진짜 세상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래서 종교가 탄생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인간은 끊임 없이 주변 현실을 복제하는 습관을 지녔거늘, 사진이라는 무기가 생겼으니 더더욱 복사/붙이기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메르켈의 사진을 “마치 그림과 같다”라거나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다”라는 표현도, 저 현장의 장면이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를 설명하려는 방식일 것이다. 이렇게 현실이 자기 자신을 그대로 사진의 형태로 인화했으니, 사람들이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림과는 좀 다르다. 모더니즘 이후의 회화는 표현보다는 해석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이는 우연찮게도 사진술의 발달과 일치한다. 물론 사진 자체도 해석을 요구할 수 있겠으나 사실 올바른 해석 따위는 존재하지 않잖나? 그래서 현실은 사진을 자신의 주관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진을 갖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일 수 있다. 차려 놓은 상은? 먹어야 한다.


그러니 마음껏 잔치에 참여하도록 하자. 이것이 수전 손택의 책을 읽으며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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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Für freien Handel und Multilateralismus(2018년 6월 10일): https://www.bundeskanzlerin.de/Content/DE/Reiseberichte/2018-06-08-g7-kananda.html


큰 사이즈는 여기: https://www.bundeskanzlerin.de/Content/DE/Fotoreihe/2018/2018-06-10-g7/08.jpg?__blob=poster&v=1


2. 전속 사진사인 예스코 덴첼이 촬영했다. http://www.jescodenzel.com


3.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외로이 변화를 대표하는 신대륙의 트럼프가, 구대륙 대표 메르켈과 그의 일족들에 맞서는 현실을, 사진이 그대로 담아냈다.


그래서 사진이 현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사진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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