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에 대한 14,000,605가지의 미래 중, 메르켈의 유일한 승리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알아 봅시다. 에른스트 제호퍼 내무부장관(CSU)은 독일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난민 통제를 원했고, EU 내 다른 나라에 등록이 되어있으면 그 나라로 돌려보내자고 했고, 메르켈은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2주 후에 어차피 EU 정상회의가 있으니 전-유럽 해결책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이다.
자, 독일 내무부장관이 총리의 결재 없이 난민 금지 명령을 실행할 수는 있다. 그러면 메르켈은 제호퍼를 상사 결재 불이행으로 ‘경질’시킬 수 있다. 문제는 제호퍼가 메르켈이 이끄는 대연정의 한 축이라는 점에 있다. 이전에 바이에른 주총리이자 CSU의 당수였던 제호퍼는 전부터 이민을 둘러싸고 메르켈과 신경전을 불러왔던 사이였다(참조 1).
대충 변수가 다섯 가지 정도 된다.
변수 1: 10월에 있는 바이에른 주 총선
변수 2: 제호퍼와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레가),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간의 연합
변수 3: 내년 예정의 유럽의회 선거
변수 4: 대연정 붕괴의 위험과 그에 따른 재선거 및 연정 구성 게임
변수 5: CDU 자체의 변화, 변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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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1, 당연히 제호퍼가 저러는 것은 주 총선 때문이다. CSU는 AfD를 막기 위해 AfD보다 더 심한 AfD가 되는 것이 목표로 보일 정도인데, 현재 바이에른 주 총리인 마르쿠스 죄더의 트윗으로도 알 수 있다(참조 2). 트윗 내용이나 인터뷰(참조 3)를 보면 AfD가 쓴 줄 알겠다.
변수 2, 제호퍼는 난민 문제에 대해 쿠르츠와 연합하고 있으며 조만간 살비니와 회동할 예정이다. 이게... 변수 3과 연결된다. 유럽의회 선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AfD가 얻은 표를 CSU가 얻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CSU는 만프레트 베버(Manfred Weber)를 유럽의회 총선시 EC 의장후보로 추대하려 하고 있다.
즉, 메르켈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참조 4). 그래서 제호퍼가 난민 문제를 갖고 메르켈을 건드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위험한 장난, CSU가 연정에서 떨어져나갈 정도가 된다면 남는 것은 재선거밖에 없다.
만에 하나, 대연정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될까(참조 5)? 바이에른 주법상 후보자 구성이 7월 중순, 실제 등록은 8월 2일까지다. 지금 난리 부리는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상으로만 있는 CDU와 CSU의 분리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바이에른에 CDU 출마자가 나온다는 얘기다) 바이에른에서 CSU가 여당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을까?
달리 말해서, CSU는 바이에른 주 바깥에서 과연 당선자를 낼 수 있을까? 헤세 주 정도를 빼면 별로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메르켈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 CSU보다 차라리 녹색당을 연정에 끌어들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CDU는 중도우파 정당이라기보다는 이제 중도좌파정당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메르켈은 몰라도 CDU가, 당이 원치 않는다.
따라서 CSU의 봉기(!)는 어쩌면 메르켈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 근데 CDU가 과연 이를 반길까? 잠룡들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아니 어쩌면 SPD 내의 반-러시아 파와 CDU가 합쳐지는 편이 더 나을까? 올라프 숄츠나 하이코 마스는 CDU 정치인이라고 해도 될 성 싶은데, SPD는 과연 그걸 원할까?
CSU는 분명 크로이터 분리 결정(Kreuther Trennungsbeschluss, 참조 1)의 망령을 아직 지니고 있다. 그래서 “분리”하자는 말은 아니라고 빼고 있기는 한데, 메르켈로서도 어느 시나리오가 승리의 시나리오인지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힐 것 같다. 더군다나 메르켈의 친구(?) 마리아노 라호이도 이제는 더 이상 스페인 총리가 아니다. 다가올 정상회의에서 어떻게 이탈리아를 맞설까? 마크롱 말을 들어줘야 하나?
기사의 말마따나 CSU는 메르켈에게 엔드게임(Endspiel)을 선언했다. 누군가 메르켈에게 타임스톤을 갖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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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CDU와 CSU(2015년 11월 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639084239831?pnref=story
2. https://twitter.com/Markus_Soeder/status/1007226345338830848 …독일은 무한정 유럽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3. CSU droht CDU: Werden nicht auf Europa warten(2018년 6월 14일): https://www.t-online.de/nachrichten/deutschland/innenpolitik/id_83932270/asylstreit-zwischen-cdu-und-csu-seehofer-droht-angela-merkel-mit-alleingang.html
4. CSU는 CDU와 함께 유럽의회에서 EPP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보수당과 프랑스의 공화당, 이탈리아의 포르차이탈리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5. Trennungsplanspiele in der Union(2018년 6월 17일): http://www.faz.net/-gpf-9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