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나의 다분히 편파적인 예언 두 가지 중 하나를 실현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첫번 째. 조별 예선 무득점에 그친 메시와 졸전 끝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두점 차 이상의 점수로 승리, 극적으로 16강에 진출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날 경기에서 메시는 줄곧 도전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다 결국에는 러시아 월드컵 마수걸이 골을 넣을 것이다. 이 메시의 골은 그간 아르헨티나의 침체와 그로 인한 갈등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 것이다. 정말이지 그들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만약 아르헨티나가 16강에 진출한다면 그 상대가 프랑스일 지라도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프랑스와 프랑스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프랑스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덴마크에게 패하여 조2위로 16강에 올라 아르헨티나와 최대한 늦게까지 맞대결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
본선 토너먼트에서도 메시는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올릴 것이다. 메시가 나이지리아 전에서 첫 골을 기록하고 나면 팀 전체는 오히려 메시에 대한 의존을 줄이며 여러 선수들이 분산해서 활약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메시 자체도 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여러 선수들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좋은 패스를 계속 뿌려줄 것이다.
상대 팀들은 메시를 막을 지 내버려둘 지 헤매는 순간을 여럿 만들 것이고 그 순간 아르헨티나는 득점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매 경기 언더독으로 여겨 질 테지만 기어이 승리하고 월드컵 우승까지 거머쥐고 말 것이다.
메시는 비록 득점왕은 하지 못 하겠지만 당당히 우승의 주역으로 두 대회 연속 골든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 기간 메시의 얼굴에 그늘을 지게 했던 부담감을 내려놓고 남은 기간 축구 자체를 즐기고 축구 자체의 아이디어들을 늘 실험에 들게 하며 호나우딩요가 자신에게 했듯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별이 떠오르는 것을 즐겨 도울 것이다
두번 째.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팀과 메시는 투혼을 다해 싸웠지만 팀은 경기 막판까지 골을 넣지 못 하고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다 나이지리아의 역습 한 방에 무너져서 패색이 깊어질 것이다. 하지만 메시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번 월드컵에서의 첫 골을 기록하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낼 것이다. 하지만 팀의 16강 진출은 실패. 메시 3경기 1골. 아르헨티나 조별 예선 탈락.
절치부심한 메시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서 조용히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다. 축구의 공격적인 모든 면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려던 메시는 다시 골을 마무리 하는 일에 집중, 집착을 하고 그리하여 18/19시즌부터 매 시즌 계속해서 라리가 득점왕에 오를 것이다. 지적받던 시즌 후반의 침체에 대한 처방을 받아들여 시즌의 총 골 수는 조금 줄더라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도 높은 골을 기록하며 호날두의 챔피언스리그 최다 골 기록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22년 다음 월드컵까지 남은 4시즌 동안 적어도 3번의 리그 우승과 2번 이상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해낼 것이다. 발롱도르도 2번 이상 더 거머쥐며 최다 수상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국가 대표팀 에이스로 이루지 못한 꿈이 그를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이게 만들 것이다. 19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에 참석한 메시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과 달리 심리적인 이유들로 몸이 매우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팀은 매 경기 답답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이어가다 기여코 우승까지 거머쥐게 될 것이다.
메시는 이 대회에서 에이스와 같은 활약은 보이지 못 할 것이다. 우승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메시에게 우승을 거저먹었다고 조롱을 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는 굴하지 않고 3년 뒤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며 월드컵 우승의 의지를 보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추하다며 그를 욕하겠지만 그는 어린 대표님이 성장하는데 큰 중심이 되어 줄 것이다.
그의 마지막 월드컵, 메시는 자신이 활약을 못 했음에도 거둔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 덕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많이 내려 놓은 상태로 대회에 참가, 어린 선수들에게 감흥을 불어 넣는 플레이로 새로운 아르헨티나를 마침내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이다. 이 대회에서 메시는 단 한 경기에서만 미친 메시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경기에서는 매우 평범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는 매 경기 자신의 스타일과 공격성을 잃지 않고 부딪힐 것이고 단 한 경기에서 만큼은 정말로 시간을 되돌려 버릴 것이다. 그 단 한 경기는 새로운 아르헨티나를 각성시킬 것이고 그리하여 눈이 돌아간 아이들이 메시의 길고 커다란 커리어가 그곳에서 마무리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사람들이 이 글을 믿지 않고 비웃을 것을 안다. 그렇다 이 예언은 틀려도 좋다. 진심으로 그렇다하더라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보처럼 예언하는 것은 그가 한 모든 일들이 사라지고 패배, 실패만이 그의 가슴과 우리의 머리에 곰팡이처럼 퍼지는 일에 대한 나의 강한 거부감 때문이다. 그가 은퇴 후에 자신의 아이들을 그늘없는 웃음으로 안아줄 수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가 아름다웠던 언젠가의 단 한 경기만으로도 그는 나의 최고의 선수이다. 어떤 날들 속에서 그가 스스로의 커리어를 뭉게 가더라도 나는 그를 계속 좋아할 것이고 그를 가장 좋아한다고 당당히 얘기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또 많은 스타들에게) GOAT가 되라 압박을 한다. 그를 함께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메시는 예전의 그가 아니라며 그를 먼저 비난하고 그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모든 순간 계속 빛나야 한다면 그 누구도 꿈을 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무거운 꿈이 될 것이기에. 하지만 그 누구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무엇보다 아름다웠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를 노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꿈을 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물론 그가 끝의 끝까지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넘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를 보기 이전에 축구인지 몰랐던 그림들이 그를 본 후 축구 자체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내가 사랑을 만나기 전 삶의 아름다움을 다 몰랐던 것 처럼.
W 레오
Getty Images
2018.06.25
바랜 기억으로 쓰는 에세이_흘려 놓은 빵조각을 다시 주우며 진짜 나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