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안개 2화

기다릴까봐 후딱 왔쪄

후아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고 있나요

난 집순이생활 행복했따

역시 집이 최고야

집이 제일 짜릿해!!!!!!!


암튼 오늘도 마음 단디 잡고 보쟈잉

후 하 후 하

무서우니까 손잡고 보자 ㅋㅋㅋㅋ

그럼 고


______________________




"쿨럭...쿨럭"


간신히 기도를 열어젖히는 힘겨운 기침 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이 돌아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눈의 초점이 서서히 맞추어지자 주변의 광경이 눈 앞에 들어왔다.

화사한 테라스처럼 고급스럽게 꾸며진 약간 어두운 실내 공간이었다.

누군가가 내 정면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주변에 건장한 서너명이 무게를 잡고 서 있었다.

나 또한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두 팔이 위자 뒤로 포박당한 채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주변만 할로겐등처럼 강렬하게 아래로 내리비치는 빛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얼굴은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담배 하나를 물고 있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최대한 거만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 누구야?"


전화 속의 그 놈 목소리였다.


"쿨럭...제 친구는요?"

"죽지 않았으니까 걱정마."

"저 한테 왜 이러시는거예요?"


간신히 입을 열 때마다 상처난 오른쪽 이마와 손으로 가격당한 왼쪽 광대뼈가 아려왔다.


"난 니가 내 번호와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할 뿐이다."

"전 정말 몰라요..쿨럭.... 누가 알려준 거예요."

"그게 누구야?"

"몰라요...메모 쪽지가 그냥 제 호주머니에 있었어요..."

"좋은 말로 할 때 말해.. 그 놈이 누구야?"


말이 통하지 않는 그와의 대화가 계속되자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 섞인 짜증이 밀려왔다.


"몰라!! 씨발!! 모른다는데 왜 자꾸 지랄이야!!!!"


나의 괴성에 주변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남자의 손짓이 있자 건장한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막장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두려움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쿨럭..쿨럭...차라리 죽여라..씨발 놈들아..."


그 건장한 청년은 나에게 주먹질 대신에 내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 알 수없는 주사액을 밀어넣었다.


"뭐...뭐하는 짓이야?"


나의 물음에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입을 열었다.


"넌 잠시 후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


"조까고 있네...십새끼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의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조명등 너머의 그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사약의 효과를 기다리는 듯 했다.

잠시 후 주사액 때문인지 눈 앞의 초점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편안함이 몰려왔다.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는 웃음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동굴 속의 울림처럼 그 두목같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누구야?"

"히히히...김..성..태..."

"너 뭐하는 놈이야?"

"놀고 먹는 백수지 뭐야...히히히.."

"너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알아?"

"음...뭐더라....."

"........?"

"그..그 놈이 주고 갔어.....내 차 가져 간 놈...."

"누..누구?"


갑자기 주변에 엷은 안개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히히히....안개다...안개...안개가 낀다.'


기분이 들뜨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나는 삭신이 오그라드는 듯한 공포가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뇌의 99%가 약물에 정복당했음에도, 나머지 1%의 정상적인 부분이 나를 일깨우려 애쓰는 것 같았다.

머리를 똑바로 들어올리려 했지만 목의 근육이 다 풀려버린 것처럼 내 머리는 이리저리 내팽개쳐졌다.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말 해....그 놈이 누구야?"


그의 질문에 나는 오직 진실만을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 말이다.


"누구긴 누구야.....바로 니 앞에 서 있는 놈이지......"

"뭔 개소리야?"


그 두목같은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내 앞에 그 놈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

뒷 모습만 봐도 분명히 그 놈이 맞다. 내 차를 견인해 간 놈.

그 놈은 나를 등진 채 두목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뿌연 연막처럼 그가 반투명하게 보였다.

그 놈이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목 녀석의 형상이 투시되어 보였다.

사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그냥 이 안개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게 뽕맞은 기분인가?


"우히히히히히......"


나도 모르게 요사스러운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 놈을 몰아 붙였다.


"니가 경찰에 신고했지? 씨발 놈....내 차 니가 찾아와... 씨발 놈아....죽일 놈...히히히"


나의 횡설수설에 그 두목 녀석이 입을 열었다.


"저 새끼 진짜 왜 저래? 약을 너무 탄 것 아냐? 완전히 미친 새끼군. 야!! 더 이상 볼 것 없어. 처리 해!!"


그는 불호령을 내리며 들고 있던 담배를 너무나도 깔끔해 보이는 바닥에 그냥 집어 던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거친 욕설과 간교한 웃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야~~~ 씨발놈아!! 내 차 내놔...개새끼야!! .....히히히...."


나를 등지고 있는 그 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조금 전에 나에게 약을 주사했던 건장한 청년이 옆의 탁자에서 뭔가를 집어들더니 발걸음을 나에게로 옮겼다.

끈 이었다.

빳빳한 가죽 끈 같은 것을 몇 번 양쪽으로 소리내어 잡아채더니, 이내 그것을 내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그 동작 후에 정작 그가 힘을 주어 조른 것의 자신의 목이었다.


"우에엑!! 켁!! 켁!!"


그 놈은 자신의 목을 조른 채 눈깔을 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자식이 청년의 뒤에서 힘을 주어 목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저 자식!! 혼자 뭐하는거야!!!"


주변의 사내들이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죽어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연신 몇 번을 켁켁대던 그가 갑자기 가죽끈을 목에서 풀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몇 번 좌우로 꺽었다.

달려들던 사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수차례 목을 꺽던 청년이 갑자기 검은 양복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조명등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것은 족히 30센티는 돼 보이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이었다.


그리고 곧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

망나니의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그는 자신에게 바라보던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연신 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고성이 난무하면서 사방에 핏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칼침을 수 차례나 맞은 듯한 한 놈이 내 무릎 위에 떨어졌다. 그의 마지막으로 남은 몇 번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빨갛게 그어진 멱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물총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처럼 따끈한 핏줄기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즐겼다.


"오 예!!!....히히히히.....푸우!!"


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는 분무기처럼 그것을 공중에 뿌려댔다.

몇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채 피의 제전은 계속 되었다.

여기 저기서 날아드는 여러 개의 회칼이 마치 무당들의 칼춤처럼 화려함을 더 했다.

두목 녀석의 정수리에 회칼이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피의 제전이 끝났다.


광기어린 축제가 끝났음에도 회칼을 든 사내는 한 동안 피바다 속에서 홀로 망나니 춤을 계속 이어갔다.

그 붉은 바다에 물을 채우 듯 그의 몸 서너군데에서 물줄기가 용솟음쳤다.

그리고 또 한 놈이 망나니 춤을 추고 있었다.

칼을 든 사내와 겹쳐진 형상으로 똑같이 춤을 추고 있는 놈은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씨발놈이었다.

한참동안 망나니 춤을 선보이던 그 씨발놈이 갑자기 춤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칼을 든 사내는 무너지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옆 모습을 나에게 보인 채 잠시 서 있던 그 녀석이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안개도 사라졌다.......


서서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밀려왔다.

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구의 몸에서 떨어지는 지 모르는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젠 즐겁지가 않다.

약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즐거움도 같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서야 처참한 도륙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악!!"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뿌려진 미지근하고 끈적한 액체의 촉감이 내 뺨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 형사의 경험담처럼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한 사내의 부릅 뜬 눈과 마주쳤다..

그 형사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씨발.


"후........"


긴 한숨과 함께 조금 전에 미처 뿜어내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입 속에서 새어 나왔다.

아...졸립다.

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한 하루다. 집에 가고 싶다.

나는 실신하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성태야...성태야....."


어떤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

아버지였다.


"이제 정신이 드냐?"


아버지가 왠 일로 이렇게 친절하시지?


"김성태...괜찮아?"

사건현장에 동행했던 그 형사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


"여...여기가 어디죠?"

"병원이다. 이 놈아..아예 여기서 살림 차릴래?"


늘 같은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속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울먹임이 느껴졌다.


"아버님.. 잠깐 나가 계시죠."


형사의 부탁에 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병실을 나섰다.

아버지가 병실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형사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못한 것 같네. 나 ㅇㅇ경찰서 강력계 1팀장 박정우 경사다."


나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너 어떻게 거길 간거냐?"

"......."

"니 의지로 간거냐? 아니면 납치 된거냐?"


갑자기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흑......"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넘어 침대속으로 젖어들었다.


"김성태..."


나의 흐느낌에 박형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


"무서워...씨발...이제 그만 내버려둬.....흑흑"


쥐어짜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연신 쏟아냈다.

나의 흐느낌이 멈출 때까지 박형사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10여분이 지났을 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박형사는 입을 열었다.


"듣기 싫어도 들어라. 너 거기 니가 알고 간 것 아니지?"

"....."

"이 거 누가 적어준거지?"


박형사는 그 쪽지를 나에게 들어보였다.


"누가 적어준 게 아니지? 이 거 니 글씨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일런트 엔젤이 뭐야?"

"몰라요..."


나의 성의없는 대답에 박형사는 무언가를 고백하듯 긴 얘기를 꺼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 몇 개월 전에 우리 수사팀은 대규모의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어. 그 때 수사망에 포착된 조직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너와 같이 있었던 놈들이야. 그 조직은 몇 개의 나이트클럽과 고급 스탠드바를 운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조직들이 주요 근거지로 삼는 스탠드바가 하나 있었는데, 주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었지. 철저한 회원제와 신분 보장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어. 거기엔 얼굴 마담격의 여자가 있었는데, 미모가 얼마나 출중하고 요염했는지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군. 그 여자가 바로 니가 찾아 낸 김나연이라는 여자야."


박형사의 놀라운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직의 중간보스급으로 보이는 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야. 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마두'라고 소개하더군. 물론 그 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었겠지. 그 녀석은 자신과 김나연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 무슨 장부를 하나 넘기겠다고 했는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 장부를 손에 넣기가 힘들었는지, 아니면 조직의 철저한 내부 단속 때문이었지 모르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어. 그런데 보름 만에 마두한테 전화가 온 거야. 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였는데 뜻 밖의 얘기를 하더라구. 김나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는거야. 그런데...."


박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요?"


나는 이미 박형사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마두가 횡설수설을 하는거야. 나연이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 온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매일 밤마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다는 거야. 수면 중에 인기척에 놀라 깨어보면 어둠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운 상태로 노려보며 있기도 하고, 어느 날 밤은 깨어보면 나연이가 그 소름끼치는 차림으로 화장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다는 거야. 깨어보면 꿈이고, 깨어보면 꿈이고...매일 밤마다 악몽같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그럴 때마다 실내에서도 사방이 안개로 뒤덮인다고 하더군."


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간신히 내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


"마두라는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

"........."


나의 물음에 박형사가 답을 거부했다.

분위기를 눈치 챈 나는 간략하게 다시 물었다.


"주...죽었죠?"

"그래"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간신히 눈물을 멈추고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었어요?"

"새벽에 살고 있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어.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두의 얼굴을 본 거야. 초면치고는 너무 처참하게 만난거지. 현장에 가니까 머리가 깨져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팔다리는 모두 부러져 제멋대로 꺾인 기이한 자세를 만들고 있는 시체가 있더라구.

처음엔 그 얼굴의 주인공이 마두인지조차 몰랐지. 전에 본 적이 없으니 말야. 사건을 조사하면서 우리 서와 내 번호가 찍힌 그 놈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보고 알게 된거지.

휴대폰 통화내역은 정말 중요한 정보였어. 수없이 많은 번호들을 우리는 일일이 다 조회를 했지. 그런데 몇 개의 떨거지 놈들의 번호를 빼 놓고는 모두 엉뚱한 주인을 가진 대포폰이었어. 마두의 것도 마찬가지였고... 아무리 불법을 일삼는 조폭이래도 거의 모두가 대포폰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야. 뭔가 철저히 지켜야 할 비밀이 있는거지.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정보를 넘기겠다는 사람이 죽었으니 우리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철저히 수사를 했지. 족적, 지문, 머리카락, 아파트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의 CCTV...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분석하고 조사했지. 마두의 죽음으로 우리는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 같았어. 그 사건을 계기로 수사팀은 그 조직의 근거지를 얼마 동안 출입할 수 있었거든. 모두들 입을 열기를 꺼려하고,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지.

그런데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조직과의 연관성은 커녕 타살의 흔적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어.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CCTV는 그 어떤 침입의 흔적도 보여주지 못했어. 족적이나 지문은 모두 마두의 것이었고.... 타살 흔적 하나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지."


박형사는 긴 한숨을 한 번 내 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나 형사의 직감이라는게 있어. 물증은 없었지만 타살이라는 심증을 버릴 수가 없었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에 마두가 한 말이 있었어. 그 자식이 나를 죽일거라는 거야. 무엇을 감추는지 '그 자식'의 정체를 말하지 않는거야. 게다가 처음 새벽에 그를 발견한 경비원 목격담도 우리의 심증을 뒷받침 해줬지."


나는 박형사를 등지고 옆으로 누운 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새벽 순찰 중에 싸우는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달려갔는데, 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거야.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비명을 안 질러. 마두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떠밀린거야. 싸우는 듯한 고함소리는 또 뭐야? 분명히 뭔 가가 있다고 확신이 섰어. 그런데 이상한 건 목소리의 종류는 한 가지 뿐이었다고 경비원이 말한 부분이야. 뭐 귀신 놀이도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


"누가 죽였는지 알아요."


갑작스런 나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박형사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뭐라 그랬냐?"

"마두라는 사람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다구요."


박형사는 나의 팔뚝을 잡아당겨 돌아 누운 나를 바로잡았다.


"너 지금 그 말 사실이야?"


흥분한 듯한 박형사의 눈빛이 느껴졌다.


"누구야?"

"어제 그 놈들을 죽인 놈이예요."


"그럼 어제 그 놈들이 지들끼리 치고 받은 게 아니었어?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던데... 족적이나 지문도 그 놈들 것 밖에 없었고..."


"누군지 모르는데, 사람이 아니었어요."

"뭐?"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긴 얘기를 꺼냈다.


"어제 형사님과 헤어져 집으로 향하던 중 그 쪽지의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나는 어제 오후부터 지금 이 병원에서 눈을 뜰 때까지 기억하고 있던 일을 박형사에게 낱낱이 얘기했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박형사는 한 번도 나의 말을 끊지 않았다. 아니 끊을 수가 없었다. 말하는 나도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리는데 박형사는 오죽하겠는가?

멍하니 넋을 놓고 들을 뿐이었다.


"...그 쪽지에 적인 글씨체가 제 것이잖아요. 저는 글씨를 쓴 기억도 없고, 그 내용이 뭔지도 몰라요. 어떻게 보면 저도 그 놈한테 당한거죠. 귀신에 홀린 거예요."


내 얘기가 끝났음에도 박형사는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나 또한 박형사의 대답을 기다리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너...진짜로 귀신 볼 줄 아나보다....."


한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박형사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았다.


"제 예감이 틀리길 바라지만, 왠지 이 걸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요."


박형사는 무거운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얘기하자. 조금 전에 의사가 너 다친 게 아니라 잠이 든거라고 하더라. 퇴원해도 된다는 얘기지. 원하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게."


"괜찮아요. 그냥 버스타고 갈게요. 사람 많은 게 좋아요. 요즘은 사람하고 같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


박형사가 나간 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기를 바랬지만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여러 군데 보였다.

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즐겼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데, 그 생각의 종류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텅빈 느낌이었다. 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 어쩌다가 이런 이유 모를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지금 단 한가지 나의 바램은 이 악몽같은 사건의 고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낮은 고도로 떠 있는 태양 빛이 내 두 눈을 비추고 있었다. 노란빛 광원 속에 붉은빛이 간간히 섞여 아른거렸다. 서서히 졸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몸이 나른해졌다. 졸음 때문인지, 너무나 밝은 눈부심 때문인지 주변 사물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안개가 긴 것처럼...

주변이 뿌옇게 흐려졌다.



[출처] 웃대 공게 베스트 | 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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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주변이 뿌옇게 흐려지면 무서워지지

마치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밤만 되면 무서워지는것처럼

그 이전에 내가 퍼온 썰들 중에서도 밤만 되면 무서운 집 있었지

그런것처럼 ㅠㅠㅠㅠㅠㅠ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후...

내일 또 올테니까 꼭 같이 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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