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으로부터 이용자 보호 위한 대책 시급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및 장정숙 의원 주관으로 6월 29일 국회에서 ‘게임의 사행성 문제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국회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는 모바일게임 확률성 아이템 논란부터 시작해 규제가 왜 고쳐지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과 성토가 오갔다. 


포럼은 3월에 열린 같은 이름 포럼의 연장으로, 주최자인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이 개회사를 맡았다. 장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게임은 단순한 오락적 역할 뿐 아니라 e스포츠, 일자리 창출 등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독과 사행성 등 부정적인 영향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또, "게임중독은 모든 게임에 대한 문제가 아니며, 건전한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한 사행성 게임은 구분되어야 한다"며, "사행성 게임에 빠지기 쉬운 층이 저소득자와 서민,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구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사행성 게임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포럼 내용을 정리했다.

# "게임사와 스트리머, 이용자 의식이 지금과 같은 환경 만들었다"


포럼의 첫 발제는 한국IT직업전문학교의 홍성관 게임심리학 교수가 맡았다. 홍 교수는 "불법 인터넷 도박은 당연히 게임이 아니며, 카드, 보드게임은 사행을 모사한 적법 게임"이라고 구분했고, 유료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도 논란의 핵심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인기 모바일게임의 대부분이 이용자의 심리를 악용, 유통 과정에서 사행심을 유발하고 조장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기 모바일게임들이 주로 사용하는 심리적 트릭은 이용자가 정상적으로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많은 모바일게임이 평균 3만 3,000원의 상품을 사면 11개의 뽑기 상품을 제공한다. 상품을 사고 뽑기를 선택하는 즉시 결과가 나온다. 결제도 현금이 아니라 게임에서 사용하는 화폐를 사용하니 실제로 이용자가 돈을 쓴다는 실감이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인지하고 판단할 시간이 없으며, 게임은 결과로 인해 다음 선택을 즉흥적으로 하도록 유도한다. 스마트폰 특유의 터치 조작은 '생각할 시간 뺏기'를 더욱 단축해, 결과적으로 3~5초 이내에 돈을 써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절망이 아니라 "또 뽑고 싶다"는 갈망을 유도하며, 이것이 연속되면 자신이 돈을 쓴다는 자각 없이 손쉽게 큰 금액을 사용하게 된다. 슬롯머신이 수익을 내는 심리적 트릭이기도 하다. 


원하는 것을 뽑아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캐릭터를 내세우는 게임들은 합성과 강화, 진화와 각성 등 궁극적으로 유저가 갖고 싶었던 형태로 상품이 완성되는 것은 약 한 달이 넘게 걸리고, 게임은 더 강력하고 새로우며 예쁜 상품을 내놓는다. 한 온라인 FPS 게임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슬롯머신 등 수없이 뽑기 시스템을 유저에게 노출시키고, 또 다른 스포츠 게임은 이렇게 뽑은 캐릭터로 구단의 가치를 올려 현금화하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에 차별을 둬서 결과적으로는 고과금을 유도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홍 교수가 예로 든 게임들은 모두 자율규제 인증 마크를 받은 확률 공개 게임이다. 102개가 넘는 게임이 인증 마크를 받아 정직하게 확률을 공개하지만, 홍 교수는 "비현실적인 확률과 돈을 들여 아이템을 뽑고, 이것을 현금화하는 지금의 형태가 확률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면책받는 것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게임사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조작과 결제가 모두 간편한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의 문제도 있으며, 대형 유통사들의 수익 우선주의가 현재의 운영 행태를 낳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문제를 악용하는 제3자, 스트리머도 비판 대상에 넣었다. 정상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트리머가 아니라, 뽑기 방송으로 인기와 이익을 얻는 일부 방송의 악영향이 크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인기 스트리머가 큰 돈을 써서 뽑기 방송을 한다. 대박 난 걸 보여주면 아이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뽑기가 게임의 당연한 플레이 방식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이 비록 어린이라도, 실력과 노력이 없어도 돈이 있으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 이런 걸 배우고 자란 아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순수한 게임에서 재미를 못 찾는다. 쉽게 게임을 이기고 플레이할 방법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게임사는 수익 우선주의에 따라 스스로 업계의 질적 저하를 불러왔고, 자라나는 미래의 고객, 이용자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며 도박적 재미를 추구하게 된다.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인력이 너무나 부족한데 이 문제로 불러올 사회적 손실 비용은 매우 크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가정의 무관심, 윤리를 잃은 회사, 느린 정책, 이용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으니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강력한 응징책을 마련해도 현재 구조로는 작은 회사만 타격을 입고 줄도산하는데 큰 회사는 벌금을 내고 말아버린다. 결국 게임을 고르는 눈을 틔워주는 교육이 선행되며 올바른 정책이 함께했을 때 건강한 게임 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 "게임 농단 세력은 중독조직, 게임전문가, 게임 권력, 규제정책"


두 번째 발제자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다. 여 위원장은 "도박에 가까운 콘텐츠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우기면서, 이용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이익이 되는 규제 철폐에만 힘을 쏟는 민관협의체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관협의체를 포함해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중독조직', 잘못된 정보로 호도하는 '게임전문가', 민관협의체를 포함한 '게임 권력'과 각종 규제 정책이 게임 농단 세력이라고 주장하며 자신과 게임위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당한 압력을 받은 이유는 대형 회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규제를 폐지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여 위원장의 주장으로는 신변에 대한 가짜 뉴스가 퍼질 때가 2016년인데, 이때 일부 세력이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규제 완화를 위해 자신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여 위원장은 이를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와도 같은 "게임 농단 세력의 도둑질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익단체로만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은 국정 농단과 다름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조성이자 촛불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여 위원장은 "사람들이 한국 하면 떠오르는 걸출한 게임이나 게임사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게이머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제 상식의 회복을 위해 게임 이용자들, 뜻 있는 공무원들이 힘을 모아 입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 "업계가 신뢰 회복 못하면 최후의 수단은 결국 규제가 될 것"


이어 도박문제관리센터, 중독예방시민연대, 이용자 대표, 어뮤즈먼트산업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단체의 시민들이 참석해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전반적으로 게임업계의 사행성 조장 행위를 규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용자 보호 대책을 촉구하며, 게임위의 활동을 독려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강신성 중독게임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모든 게임 이용자가 겪는 문제는 정부에게 있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을 정부가 하는 것처럼, 게임 이용자를 억제하고 과소비를 차단하는 장치, 치유하고 회복하는 장치, 안전 장치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계의 관심은 온통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규제, 셧다운제 폐지 등에만 관심 있고 이용자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산업계가 스스로 자율규제가 깨졌을 때의 조치, 안전장치 의견을 먼저 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깝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은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게임 사행성 문제가 다르게 규정된다고 말했다. 아케이드 게임은 '인형 뽑기'조차도 우연에 의해 결과가 결정된다는 요소로 등급 거부를 받는데 온라인게임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바다이야기라는 커다란 파도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왜 이러는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정말로 아케이드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온라인도 아케이드도 정상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문체부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고 전했다.

홍수봉 동부산대학교 게임컨설팅학과 교수는 "확률을 공지한다고 해서 모든 사용자가 과소비를 자제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도 인력 문제가 커서 장시간 플레이와 인사이트가 필요한 게임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 업체가 자유롭게 심의한다고 하지만 잘 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사례가 필요하므로, 업체의 자율규제와 함께 게임위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애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홍보부장은 도박의 부정적인 면이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청소년에게도 번지고 있으며 그 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입장으로서는 인력이 부족해 감당하기 힘든 선을 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보다 실천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참가시켜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유저 대표로 나왔다는 김원일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은 "현금을 투자하고 환금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는 도박의 요소와 맞닿아 있으며, 단순 확률 공개에만 의존하는 자율규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게임을 불법복제해서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스팀을 이용해 게임을 구매하고 PC방에서도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부가요소에만 과금하는 게임을 즐긴다. 한국 유저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현금결제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이제 업계가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70%, 10대 중 85%가 주요 여가 활동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최근 통계를 설명하며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논의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로 등급을 받은 게임이 단지 확류형 아이템 과금 모델을 채택했다고 해서 도박이라고 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이런 이유로 특정 과금 모델을 금지하는 것은 시장에 직접 규제를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행 심리를 조장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시선도 내부에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규직 과장은 "정확한 확률 정보를 통해 게임사와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은 결국 규제가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업계에서도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게임산업도 더 노력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우리 부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력해 이용자와 학교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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