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유닉스 엑스포


정확한 일시를 적지 않았는데, 아마 NeXT를 운영하고 있던 1991년이잖을까 싶다. 당시 뉴욕에 유닉스 엑스포가 있었고, 필자는 엑스포에서 기조연설을 함이 어떻겠냐고 잡스에게 물었었다.


“미쳤어? 유닉스 새끼들 쇼인데, 걔네들 아무 것도 몰라요. 나랑 책상을 거기다 데려가려면 2만 5천 불은 들 거야. 노!”


그리고 그는 필자에게 문으로 향하라고 손짓했다. 전형적인 스티브 잡스 방식이다.


잡스가 저렇게까지 말한 이유가 있었다. 유닉스 광들은 NeXT가 유닉스에 하는 짓(결국 GUI를 입히는 일이다)을 증오했고 야유를 퍼부을 족속이었다. 하지만 엑스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아니라는 것. 잡스 광팬들이 뉴욕에 많다는 답변이었다. 4천 명은 족히 모일 것이라나?


그 말을 다시 들려주니 잡스도 입장을 바꾼다. 그래, 무엇을 시연하면 좋을까? 팀-버너스 리라는 친구가 넥스트에서 구축한 Web을 보여줄까? 이거 쿨해? (이 질문은 뭐가 좋은지 자기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잡스는 어도비 포토샵보다 더 큰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로터스 Improv에 눈길을 줬다. 필자는 아직 개발중이기에 시연용은 아니라 말했다.


(깨알같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직구매(!)한 와이셔츠 300벌을 배달받는 장면이 나온다. 매일같이 새 셔츠를 입고 싶어해서 그렇게 구매했다는 얘기다.)


자, 유닉스 엑스포에서 잡스는 10만 달러를 주고 디자인한 넥스트 로고처럼, 정확히 28도 기울인 책상과 28도 기울인 키보드/모니터 배치를 원했다. 그리고 마치 피아노 연주자가 무대 위에 올라서듯 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싶어했다. “잠깐, 스티브. Improv는 아직 개발중인 소프트웨어니까 그거 시연하는 거 아닙니다.”


“그럼 네가 하든가.” 하고서 그는 나가버렸다.


항상 있는 일(…). 필자는 주최 측에 조금 기다려달라 부탁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잡스가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해서 모인 이들이었다. 수용 가능한 범위 이상의 청중이 운집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이게 웬 걸, 잡스가 미소 지으며 와 있었다. 말이 필요 없지. “준비 됐나요?”


그리고는 태연히 Improv를 시연했다. “제일 혁명적인 스프레드시트를 보고싶어하는 사람 손!”


4천 명이 손을 들었고, 스티브는 다시 필자를 뒤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