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자율운행차를 발명한 사나이

https://www.politico.eu/article/delf-driving-car-born-1986-ernst-dickmanns-mercedes/


자동차 관련해서는 독일(참조 1)이 세계 최초인 사례가 꽤 많다. 디젤이라는 것 자체가 독어이기도 하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라디에이터도 여러분 잘 아시는 이름일 벤츠와 마이바흐가 만들었다. 심지어 전기자동차도 독일이 최초였다(참조 2). 여기에 추가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자율운행차량 또한 독일이 원조라는 얘기다. 예? 뭐든 신기술은 미국 아닐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독일의 자율주행자동차의 고속도로 주행은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결국은 좌초됐다. 첫 실험은 1994년의 가을. 대상 차량은 메르세데스 500SEL이었으며, 시간당 130KM까지 달렸다.


에른스트 디크만스(Ernst Dickmanns, 아직 살아계시다!)를 소개한다. 그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념은 80년대 후반, 그러니까 본격적인 인터넷 사용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였다. 원래 우주공학박사였던 그는 1970년대 말 독일 국방군 연구소에서 기계에게 시각을 가르치는 연구를 했었다.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하늘 위의 우주선보다는 땅 위의 자동차에게 시각을 가르치자. 바로 자율주행차의 서막이다.


그는 자비로 메르세데스 밴을 한 대 구입하여 여기에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하고 1986년 대학 캠퍼스 내에서 주행 실험을 실시했다. 동료들은 모두, 괴상한 연구이기는 하지만 그럴 짬은 되니까(우주공학박사!) 그냥 놔두고 지켜보자는 쪽이었다. 이 메르세데스 밴은 최초로 테스트한 자율주행 차량이었다.


1987년에는 좀 더 마음을 크게 먹었다. 아직 닫혀있던 바이에른의 한 아우토반을 이용한 것이다. 그의 밴은 90km/h의 속도까지 냈다. 그의 연구를 알아차린 다이믈러(!)가 이제 그에게 접근했다. 벤츠와 함께라면 당연히 예산 확보도 수월해진다. 다이믈러의 요구사항도 야심찼다.


“벤츠 승용차를 (1994년) 10월 파리에서 최종 시연할 수 있겠습니까? 3차선 도로에서 주행해 보는 것이죠.”


프랑스 정부에 대한 설득은 다이믈러의 몫이었다. 결국 1994년 10월(참조 3) 샤를 드골 공항의 고속도로를 자율주행 메르세데스가 달리게 된다. 물론 정말 아무도 안 탄 것은 아니고 만일을 대비하여 엔지니어가 탑승한 차량이었다.


파리에서 주행 성공에 고무된 그는 1995년, 독일(바이에른)-덴마크 구간도 테스트해 본다. 이번에는 최고 속도가 175km/h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에 프로젝트는 갑자기 종료됐고 그의 연구는 거의 망각에 파묻힌다. 어째서?


AI 전문가들이 흔히 일컫는 “AI Winter”라는 개념이 있다. 요새야 AI가 떠들썩하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우리나라 전래동화 “옹고집전”에 나오는 “말 하는 허수아비”, 즉 지능이 달린 AI 로봇의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고, 실제 AI 연구도 1950년대부터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동절기”가 찾아왔다. 그 만큼의 성과가 안 나와서였다.


파리에서 실험을 했던 1990년대 중반이 바로 “동절기”가 찾아왔던 해였다. 디크만스의 자율주행차량은 운전 방향의 시각적 이미지만 분석했다. 즉, 현재의 자율주행용 AI에 비해 돌발상황 대응이 매우 부족했다(물론 당시 컴퓨터의 처리 능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따라서 고속도로와 같은 예측 가능한 도로는 테스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겠지만, 도심 내 도로는 전혀 테스트를 성공시키기가 어려웠다.


다이믈러 또한 기업이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제품화를 시키고 싶어했었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의 자율주행차량은 역시 시기상조였다. 그러자 다이믈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그래서 독일의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의 맥도 끊긴다.


어떻게 보면 독일의 전기자동차(참조 2)와 똑같은 운명을 겪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디크만스는 1990년대 후반,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육군연구소에서 그는 보다 복잡한 환경에서의 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했고, 그의 연구 성과는 미국 국방부의 Darpa 눈에 띄였다. 그의 성과를 통해 미 국방부는 2004년 자율주행차량을 테스트한다. 이 테스트에서 두각을 보인 인물 역시 독일인이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사를 아신다면 모두 기억하실, 제바스티안 트룬(Sebastian Thrun)이다. 그는 아예 미국(스탠퍼드)에서 교수를 하고 구글 자율주행팀을 설립한다. 결국 독일인이 만들었다가 잊혀진 기술을 계속 독일인이 “미국에서” 이끄는 아이러니이다.


디크만스는 진정한 자율주행차량이 아직은 멀었다고 한다. 통제가 별로 안 되는 환경(가령 구글맵에 누락되어 있는 곳이라든지)에서의 운전에 아직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82세이신 디크만스의 이 “통제받지 않은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개념”을 다른 연구소에서 작업 중이다. 당연히 돕고 계실 것이다. 이 개념은 가령 자연재해 이후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을 시도하고 있다.


오래 사셔야 합니다, 디크만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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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프랑스와 독일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왔다. 프랑스가 와닿지 않으실(...) 텐데 18세기의 조젭 퀴노의 증기 자동차, 벨기에인이기는 하지만 19세기 중반 에띠엔 르누아르(화가 르누아르와는 스펠링이 다르다)의 내연기관 자동차 특허 등이 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프랑스 vs. 독일의 경쟁이었다.


2. 전기자동차는 독일이 원조(2017년 8월 20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525889214831


3. 당시 프랑스는 미테랑 대통령 - 발라뒤르 총리의 좌우 동거정부 형태였다. 추측컨데 아무래도 신기술 테스트는 독일과 같은 연방제/의원내각제보다는 프랑스같은 대통령중심제에서 더 신속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믈러가 프랑스를 택하잖았나 싶다. 그 비극은 지금의 AI 경쟁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말이다. 이건 다른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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