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기 결정권, 쉬어가기...

<리틀 포레스트>를 보다...



작은 숲. 나에게도 작은 숲이 있다면 좋겠다고,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겨울에 고향으로 떠나온 그녀. 92년 6월 1일생 송혜원(김태리). 교사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덤덤하게 온 고향집. 집에는 아무도 없다. 눈 덮인 텃밭에서 월동하는 낙오된 배추 한 포기를 뽑아 국을 끓이고, 한 홉도 안 되는 쌀을 퍼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배추국에 밥 한 공기로도 뿌듯한 시골집.


엄마는 엄마를 떠나 독립하겠다던 혜원이가 수능을 보던 그 해 겨울에 혜원을 두고 떠난다. 엄마가 찾겠다는 자신의 삶이 혜원에게도 있기를 바라며. 혜원도 시골집을 이내 떠났다. 좁은 자취방과 고된 아르바이트로 이어지는 서울 생활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지쳐 돌아온 시골집은 졸업도 채 못한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의 기억으로 불편하지만, 시골 생활에 젖어들며 옛 친구들과 서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이곳이 혜원에게는 편안기만 하다. 친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골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음 편한 쉴 곳, 땀 흘린 만큼 얻어지는 최소한의 열매들이 혜원을 포근하게 만드는 작은 숲, 아무리 상처입어도 혜원 한 몸 뉘우고 치유될 수 있는, 엄마가 가꾸어 놓은 작은 숲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엄마의 숲일지도 모르는 작은 숲 말이다.


혜원이가 4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가 가꾸어온 작은 숲은, 어쩌면 기억의 숲일지도 모르겠다. 혜원의 가슴에 자리잡은 따듯한 기억들이 숲을 이룰 만큼 단단하게 자란 작은 숲은, 세상이라는 도둑에게 털린 마음을 채워줄 마음 저금 통장, 엄마가 가꾸어준 숲이라고. 사람은 기억함으로 추억하는 힘으로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릴 적 놀던 힘이 세상을 사는 힘이 되는... 그리고 환경이고 사람이고 끼워 맞추어가는 것이 아닌, 타고난 대로 생긴대로 살아가는, 순수 그대로의 생태학적 삶이라고나 할까?

사진, 역사, 건축, 문학을 아우르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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