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치료

https://www.atlasobscura.com/articles/what-was-the-rest-cure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이라는 미국 작가가 있다. 아마 영문학 전공이 아니면 잘 모를 수 있을 텐데(트위터의 애니 프사들은 아마 잘 알지도 모르겠다), 나도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만 알고 있다. 좀 심각한 주말 특집으로서, 이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동 소설의 내용도 좀 아셔야 한다. ---------- 1892년 뉴 잉글랜드 매거진(The New England Magazine)이라는 잡지에 처음 발표된 이 소설은 정신병에 걸린 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주인공은 무조건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른바 휴식 치료(rest cure)를 처방 받고 누워지내기만 한다. 하지만 점차 누런 빛을 띄는 낡은 방 벽지가 환상으로 바뀌면서, 벽지의 요상한 무늬 뒤에 갇힌 여자들을 자기가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는데… 그래서 광증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벽지를 찢어발기고 네발로 기어다니면서 “나는 빠져나왔어요”라고 말하면서 끝난다. ---------- 길먼은 1913년 “The Forerunner”라는 잡지에 “왜 나는 누런 벽지를 썼는가(Why I wrote ‘The Yellow Wallpaper’”라는 글을 기고했는데, 여기서 그녀는 바로 자기 자신이 받았던 우울증 치료요법(즉, 휴식 치료) 때문에 착안한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처방을 했던 의사의 실명을 거론하는데… 그의 이름은 Dr. Silas Weir Mitchell. 미국 현대 신경학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즉, “휴식 치료” 처방이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도 퍼져 있었다는 의미다. 대표적 사례는 아마 버지니아 울프) 1800년대 후반, 미첼 박사는 남북전쟁에서 팔다리가 잘려나간 병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팔다리의 통증을 느낀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신경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병명, “phantom limb syndrome”도 지었다.) 다만 그는 신경증의 확산이 바로 미국의 “빨리빨리” 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응? 뭐라고?).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기력(nervous energy)을 빨린다고 본 것이다. 즉, 그가 내린 결론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급변하는 현대(19세기) 사회에서 조용하고 안정된 휴식만이 어지러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남녀 환자들 간에 처방이 달랐다는 점에 있었다. 남자들에게 그는 서부로 가서 장작 좀 패고, 고기 좀 모닥불에서 구워 드시고 하는 식으로 휴양을 가라고 했고, 여자들에게는… 침대에 누워 가만 있으라고 했다. (잠깐 그를 변호하자면 여자들이 서부로 가서 장작 패고 모닥불에 고기 구워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여자 환자들에 대한 처방은 대체로 6-8주일 간의 누워있기였다. 일종의 “겨울잠”이다. 그래서 재밌게도, 혹은 끔찍스럽게도 눕눕 하기 전에 우유를 (과도하게) 많이 마시라는 처방도 있었다. 그래야 잠이 더 잘 오니까. “겨울잠”을 자야 하니 고칼로리의 음식도 권유했고 말이다. 물론 잘 먹고 잘 쉬면 좋아질 수 있긴 하겠지만, 무조건 계속 누워 있으면서 사육(?)을 받는다? 이건 당연히 몸에 좋지 않다. 제아무리 현대 신경학의 아버지라도 이런 비과학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법. 그래서 20세기 초, 정확히는 세계대전 즈음 때까지 휴식 치료는 사라진다. 자신의 체험을 “누런 벽지”로 쓴 길먼에 따르면 미첼 박사도 자신의 얘기를 듣고는 처방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서 생각나는 점이 하나 있다. 통상적으로 ‘히스테리’라는 것이 자신의 자신에 대한 평가와 사회/주변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발생한다고 본다면 어째서 보통, 여자들에게 히스테리가 더 많이 발생할까? 19세기 사례를 보면 확실히, 사회 활동/진출을 못 하는 데에서 나오는 스트레스가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과연 이게 19세기의 사례로 끝났을까?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 사례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보면 허난설헌도 비슷한 스트레스가 있잖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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