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I 2018] 기상천외한 '미니 게임 지옥'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리뷰

*주의기괴한 이미지



이 세상 게임이 아니다.


20일 열리는 실험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 2018'의 공식 선정작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에브리띵 이즈 고잉 투 비 오케이)를 해본 소감이다. 이 게임을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 회의 시간에 자신 있게 리뷰하기로 한 걸 몇 번이나 후회했다. 리드(첫머리)를 쓰는 지금도 머리가 살짝 어지럽다. 


PC 바탕 화면을 묘사한 듯한 인터페이스에서 파일을 하나씩 둘러보며 미니 게임을 진행하는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는 특유의 사이키델릭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는 개발자의 경험과 감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은 "치유가 됐다", "힐링 게임이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어떻게 이렇게 어지럽고 난해한 게임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정말 머리가 어지럽다. 게임 소개 영상을 보면 기자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  토끼의 디지털 월드 모험… 기상천외한 미니 게임 '지옥'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화이트 래빗을 모티프로 한 듯한 토끼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게임은 27개의 ''페이지''와 3개의 '미싱 '페이지'' 총 30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페이지'는 컴퓨터 바탕화면의 파일처럼 게임이 진행되는 하나의 섹션이다. 플레이어는 PC 바탕화면을 연상시키지만 사이키델릭하고 그로테스크해 전혀 익숙지 않은 메인 화면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을 켜면 '페이지'가 랜덤한 위치에 흩뿌려진다. 계속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페이지'가 1부터 27까지 순서대로 클릭하지 말라는 듯 놓여있으니 선뜻 플레이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각각의 '페이지'는 일종의 미니 게임이다.

'페이지'에는 '대못 위에서 점프하기',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회적인 언어로 친구 사귀기', '잘린 몸 이어붙이기' 등 기괴한 미니 게임이 들어있다. 예전에 '미니 게임 천국'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참 즐겁게 플레이했었는데, 이 게임은 '미니 게임 지옥'이다.


'지옥'이라고 썼지만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의 미니 게임의 난이도는 아주 낮은 편이다. '페이지'에서 로드한 미니 게임은 성공하지 않아도 되며, 플레이 중간에 '페이지'를 꺼도 게임 진행엔 지장이 없다. '페이지' 중에는 음악 만들기, 그림 그리기, PPT 만들기, 이야기 만들기 같은 독특한 미니 게임도 들어있다.


게임을 껐다 켜면 게임의 모든 기록이 사라지지만 플레이 중 만든 음악이나 그림은 저장할 수 있다. 도스(DOS) 화면과 윈도우 바탕화면을 콘셉트로 한 '희망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3개의 미싱 '페이지'에서도 미니 게임, 챗봇 등 다양한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 정말 게임이 아닐까?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의 실험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의 기법은 굉장히 실험적이다. 문자로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게이머에게 익숙할 법한 컴퓨터의 UI를 보여주지만, 게임 속 요소는 전부 뒤틀리고 왜곡됐다. 엑스를 누르면 화면 위에서 엑스 아이콘이 떨어지고, zoom을 누르면 화면이 아니라 zoom 글자가 커진다. 


이 게임 안에서는 플레이어가 알고 있던 조작을 하기 어렵다. 이는 친숙한 일상 속 대상을 낯설게 만들어 관객에게 특이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 기법인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인 것. 익숙한 대상에서 오는 낯선 기분을 섬뜩함(uncanny)이라고 하는데,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주된 감정이 바로 '섬뜩함'이다. 

일반적으로 섬뜩한 사물은 기피 대상으로 꼽히지만,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들며 기묘한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는 그런 흥미 요소가 곳곳에 들어있어 탐험할 가치가 충분하다. 게임은 "여기서 뭐가 나올까?"라는 기대를 끊임없이 품게 만들고, 거기에 보답하는 특이한 요소를 계속 보여준다. 쏟아지는 영문 텍스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게임 중간에는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도 즐거워하는 토끼를 비롯한 각종 유머 요소가 들어있다. 자본주의, 죽음, 사랑, 친구 관계 모든 것이 게임 세계 속에서 풍자와 조소의 대상이 된다. 어지러운 컴퓨터 세계가 1인 개발자 에일리언멜론(alienmelon)이 OOI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웃음"의 공간이 된 것이다.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에는 '잘하면 이긴다'라는 게임의 주요 특성이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미니 게임 결과와 무관하게 흘러가며 '페이지'는 무한정 건너뛸 수 있다. 서사의 연결 과정이 뚜렷하지 않으며, 미니 게임의 결과가 전체 게임의 결과가 크게 연결되지도 않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Everything is going to be OK>가 게임이 아니라 디지털 아트에 가깝다는 평가를 했다.


이에 개발자 에일리언멜론은 OOI와의 인터뷰에서 "게임과 디지털 아트 두 가지 영역을 분리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렵다"라고 말했으며, 동시에 "정확히 이야기하면 게임이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기자도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를 게임이라고 부를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프로그램 안에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이 여러 가지 들어있다. 게임 내 삽입된 제작자의 에세이도 '선택지'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텍스트 어드벤쳐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게임 스토리를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카드 찾기 게임을 하듯이 어질러진 '페이지'를 순서별로 클리어하면, 분명 토끼의 이세계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어떤 과정에 다다른다는 스토리 라인도 파악된다.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에 성공과 실패, 성취감과 희열은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를 진행하고 편집한다는 점에서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 

# 위로하지 않는 것이 위로, 이 게임이 '힐링' 게임인 이유


에일리언멜론은 인터뷰에서 많은 플레이어가 "<Everything is going to be OK>한 뒤 자살을 이겨냈다는 후기를 남겼다"고 밝혔다. 실제로 게임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게임을 한 많은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접한 후 '힐링이 됐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기괴한 형식의 게임을 하고 힐링이 됐다니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초반부 '페이지'에서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is going to be OK)라던 토끼는 후반부로 가며 "다 그럴 만 해"(Everything is as it should be)라고 말한다. 우울하고 고독한 토끼에게 "다 잘 될 거야", "포기하지 마", "힘내"라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처지를 겪는 이에게 주어지는 영혼 없는 위로가 얼마나 쓸모없는가?' 게임의 코드는 여기 있다.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란 없다, 그저 모든 것이 '다 그럴 만 하다'는 것이 이 게임의 정서이며 많은 이들이 치유를 받은 이유이다


각각의 게임 '페이지'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사랑받기 위해 나를 더 꾸미고 포장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강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일인가를 뒤돌아보게 한다. 게임 속 모든 악조건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는 특별히 없으며, 뒤틀린 유머만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어두운 그림자는 게임을 플레이한 이들의 소감을 통해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라는 연대 의식으로 승화한다.

당신은 여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모든 결점은 '정상'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길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영웅입니다. 


이 게임은 삶에 대한 추상적인 편린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을 때 느꼈던 것들, 그 이후 제가 느꼈던 감정들, 그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제작자의 변제작자의 변



게임을 끄고, 사이키델릭한 화면에 피로해진 눈을 한참 동안 비볐다.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으니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소식이 떴다. 문득 프론트맨 장기하가 부른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들은 살고 죽고 살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울고 웃는 세상에 있어


잠이 들면 깨고 자고 깨고 달이 뜨면 해가 지고 오고 가는 세상에 있어


사랑할 수 있는 건 오늘 뿐이야 변하는 것은 그저 기억뿐이고


장기하 - 디지털 월드 中장기하 - 디지털 월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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