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레일, 3000억대 전동차 구매 '짬짬이' 입찰 의혹

블라인드 의무 규정에도 첫장에 업체 설립 연도, 주요 기술 홍보
입찰 책자 옆엔 음영표시 보이도록 해…코레일 "회사 상징 없어 몰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전동차 (사진=자료사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3000억원 대 전동차 구매 사업을 하면서 사내 '블라인드 규정'을 어긴 업체를 입찰자로 선정해 '짬짬이' 의혹이 제기된다.


코레일은 지난 8월 전동차(간선형전기동차) 150량을 3029억원에 구매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입찰에는 국내 3개업체가 참여했고, 그 중 전동차를 개발·생산하는 A업체를 선정했다. 한국의 경우 철도시장이 크지 않아 전동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그 경쟁도 치열해 짬짬이 의혹은 더욱 커진다.


구매 사업은 공사 내규 상 평가자가 입찰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입찰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기술규격서에 회사 설립연도를 넣거나, 서류 책자 옆면에 음영을 넣는 등 어떤 회사인지 구별될 수 있는 정보를 넣었다.


A 업체는 기술력만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규격서 '사업제안 서문'에 "1974년 철도차량 전장품 사업을 시작으로 전동차의 주요 장치인 핵심전장품을 개발 공급했다"며 "KTX의 모터블럭 국산화 개발도 완료했다"고 입찰 서류 첫 페이지부터 자신의 회사를 알 수 있는 정보들을 담았다.


또 "국내 최초로 고무차륜형식 경량전철 차량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서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외 사업 수주 내용 등 어떤 사업을 했는지도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철도업계를 잘 알 수밖에 없는 평가자 입장에서는 어떤 회사인지인지 금세 알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얼핏 보면 자신을 홍보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기술만을 보기 위해 블라인드로 진행하는 기술규격서에 업체를 구별할 수 있는 정보를 상세히 적은 것이다. 해당 정보들은 업체 홈페이지 소개란에서도 쉽게 찾을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제안서 작성 규정상 "기술규격서 옆면 등에는 아무런 표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혔지만 낙찰 업체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규격서 옆면에 줄처럼 색인용 음영이 보이도록 해놔, 다른 규격서와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한눈에 회사를 알아보긴 힘들지만 다른 회사와 구분하기 위한 일종의 표시로도 받아들일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블라인드 입찰 방식이지만 특정 업체들은 기술규격서에 회사 설립연도를 넣거나, 서류 책자 옆면에 음영을 넣는 등 어떤 회사인지 구별될 수 있는 정보를 넣었다.

코레일은 입찰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평가 방식을 도입해왔다. '규격입찰서 작성요령 및 평가기준'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명확히 하고, 블라인드 준수의무를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블라인드 준수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적격처리 되며 평가이후 발견될 때에도 결과와 관계없이 낙찰자 결정 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받게 됨을 알려드린다"며 어겼을 시 낙찰 취소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세부 규정에서도 규격입찰서에는 "회사명, 대표자, 주소, 사업자 번호, 로고 등 입찰자를 식별할 수 있는 일체의 표식 금지"라는 규정도 있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블라인드 규정위반일 수 있는 부분을 문제 삼지 않고 해당 업체를 낙찰자로 최종 선정했다.


코레일 측은 "회사이름이나 회사 로고가 없어 몰랐다"며 "직접적인 회사 이름이나 회사 로고가 없으니 낙찰자 선정 취소까지 해야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당 입찰은 문제가 불거져 경쟁업체에 의해 현재 법원에 입찰 가처분신청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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