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의 리비아 컨퍼런스

http://www.spiegel.de/politik/ausland/libyen-gipfel-in-palermo-matteo-salvinis-rache-an-emmanuel-macron-a-1237712.html


은하영웅전설 팬들은 동맹과 제국 사이를 중재하는, 일종의 중립 지대로서 페잔 자치령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페잔은 리비아에서 핵심적인 지역 중 하나, 동쪽과 서쪽과 남쪽(북쪽은 없다, 지중해니까)에서 남쪽이 바로 페잔이다.


아마 리비아를 계속 챙겨보시는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해서 좀 더 설명을 하자면, 리비아의 주된 군벌은 UN이 인정한 트리폴리(서쪽) 정부가 있고, 여기에 대한 반군의 벵가지(동쪽) 정권(?)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계속 내전을 벌이는 지역 중 하나가 바로 페잔인데, 페잔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로 아래에 있는 챠드의 반정부군들이 페잔으로 몰려들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방의 감초, ISIS 세력들도 존재한다.


물론 리비아가 주체적으로 서로 싸운다고 보실 분들은 없으리라. 서쪽은 (별 의미가 없는?) UN과 함께 이탈리아가 지지한다. 동쪽은? 자기들이 무너뜨렸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참조 1), 러시아까지 모두 은근히 동쪽을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만만히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동쪽은 이미 챠드 정부와 힘을 합쳐서 페잔을 치고 있다. 참조 2)


그리고 역사를 아신다면 리비아가 원래 이탈리아 식민 지역이었음을 아실 것이다. 그래서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끈 전쟁을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탈리아가 제몸도 못 가누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이제 좀 정부가 돌아간다 싶었던 모양인지 팔레르모에서 리비아 컨퍼런스(Conferenza per la Libia, 참조 3)를 개최한다. 일단 이탈리아의 컨퍼런스는 초대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불참(…)했지만 그럭저럭 많이들 모여들었다. 그런데 가다피 제거 작전에 거의 참여를 못 했고, 사전에 통보도 못 받았다고 하던 이탈리아가 이제서 왜? 잠깐 시계를 돌려 보자.


위에서 음모론을 얘기했었다. 프랑스가 자꾸 (말그대로) 이탈리아의 앞마당에 뛰어들어서이다. 기사에 나오듯, 이탈리아가 총선 결과로 정부 수립이 안 되어 뒤숭숭할 때 마크롱은 동쪽과 서쪽을 모두 불러모아 화끈하게 회의를 주재했었다. 화끈하게?라고 한 이유는 올해 12월에 아예 대선과 총선을 같이 치르자고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법도 없다시피한데?) 그래서 이탈리아로서는 12월이 오기 전에 훼방을 좀 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쟁이 리비아 사정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참조 4). 문제는 이탈리아가 지지하는 서쪽 정부는 제아무리 유엔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수도인 트리폴리 지역 외에는 별다른 통제를 못 한다(그래서 페잔이 난장판이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로서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리비아에서만 2014년 이래 60만 명의 난민(참조 4)이 흘러들어왔고(이것이 바로 레가와 5성운동이 급성장한 계기였다), 리비아-시칠리아로 이어지는 원유때문이다.


프랑스는? TOTAL이 시장 점유를 늘리기 위해 마크롱과 함께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가 45% 정도이고, TOTAL은 10% 정도다.


이탈리아의 훼방 시도가 어느 정도나 성과를 보일까? 기사(제목은 “마크롱에 대한 살비니의 복수”)에 따르면 독일은 그냥 Niels Annen 외교부 차관을 보냈다. 프랑스는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을 보냈으며, “불-이 경쟁같은 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경쟁이 있음은 참가자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결국은 리비아 군벌들에게만 이익일 것이다. 뭣보다 이탈리아의 집권여당인 레가와 오성운동 사이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참조 5), 성과가 크게 날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 러시아는? 미국은 국무부 차관을 보냈고,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총리를 보냈다. 초코파이도 가져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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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유엔 상임이사국(…)들이야 그렇다 치고, 어째서 이집트와 UAE가 동쪽을 지지할까? 무슬림형제단 제압에 동쪽이 적극적이어서다. 심지어 이스라엘도 동쪽을 지원했다는 루머가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aftar: Israeli secret aid to Libya's strongman reveals a new friend in Africa(2017년 8월 8일): https://www.middleeasteye.net/columns/haftar-israeli-military-aid-strongman-reveals-new-friend-libya-1638239413


2. Des « mercenaires étrangers » en Libye, une stratégie à risque(2018년 10월 30일): https://www.lemonde.fr/afrique/article/2018/10/30/des-mercenaires-etrangers-engages-dans-le-chaos-libyen-une-strategie-a-risque_5376739_3212.html


3. Libia: conferenza a Palermo: Haftar arriva e incontra Conte. Il premier: "No miracoli o scorciatoie”(2018년 11월 12일): https://www.repubblica.it/esteri/2018/11/12/news/libia_al_sisi_partecipera_alla_conferenza_di_palermo-211448968/


4. La rivalité entre Rome et Paris complique encore la situation en Libye(2018년 11월 11일): https://www.lemonde.fr/afrique/article/2018/11/11/la-rivalite-entre-rome-et-paris-complique-encore-la-situation-en-libye_5382086_3212.html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르몽드의 이 기사에는 ENI에 대한 언급만 나와 있고 TOTAL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5. 레가와 오성운동이 손을 잡기야 잡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반-EU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로마 시장을 두고 으르렁거리는 걸 보면 연립여당이라 말하기가 뭐할 지경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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