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자동차 ]


송정뚝방길로 벚꽃 구경 갔었는데요​

할머니 두 분이 꽃구경 와 꽃 구경은 뒷전인 채

벤치에 앉아 자동차 얘기만 하고 있더라고요​

‘자동차 같았어봐요, 바꿔도 벌써 몇 번은 바꿨지​’

​‘맞아요 맞아, 벌써 대여섯 번은 더 바꿨겠네요’

'감사하지요, 암요 이만하면 감사하고 말고요'

​좋은 봄날 벚꽃 구경 갔다가 벚꽃 뒤로하고

생뚱맞게 녹슨 자동차 얘기만 듣다 왔네요, 벚꽃잎이

할머니들 어깨 위로 가뿐 내려앉고 있었어요

​이만하면 한세상 잘 달려온 것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코끝이 어찌 그리도 짠하던지요

동부간선도로엔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네요


[ 풀빵 ]


노쇠한 부엉이 한 마리 병상에 앉아 있다.

그때 외에 그때 있잖여 나 초등학교 몇 학년 때더라 캄캄한 한밤중 칠절 절골 느티나무 아래 앉아 멍하니 울고 있었잖여. 아 그때에

말두 마라 말두 마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주 오래 전 그때 그 밤길을 링거영양제 흘러내리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어놓는다.


꼬박 두 물 잡은 바지락 장 봐 쌀이랑 보리 몇 되, 젯상 올릴 거 몇 팔고 나니께 겨우 돈 몇 푼 남더라. 독한 맘먹고 모처럼 버스 타러 갔는디 자꾸 시장 입구서 팔던 풀빵이 아른거리더라구. 차비로 풀빵 사고 걸어올 요량으로 짐을 차부 가게에 맡기고 갔다 왔는디 짐 보따리가 없어진 겨. 잘 좀 봐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했는디 그 주인 여편네 시치미 뚝 떼고 모르는 척하데.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없고, 혹시나 해서 차불 몇 바퀴나 돌았는지 물러. 세상이 온통 다 노랗더라. 한참을 벌벌 떨다 정신 차렸는데도 도무지 막막허구, 담날 할아버지 제사는 나중 일인디 당장 니 아버지 그 승질머리랑 할머니 성화 불 보듯 뻔하잖여, 해 다 질 때까지 찾았지만 없어진 게 발이 있어 제 발로 걸어 나오것냐!

어쩔 수 없이 단념허고 미친년처럼 집으로 걸어오는디 밤절고개 넘어 원당 삼거리서 나도 모르게 집 방향 오섬 쪽이 아닌 틀무시 쪽으로 걷고 있더라. 그길로 뭐에 홀린 듯 틀무시 지나 송산 가곡리 이모네까지 걸어간 겨. 지금 생각혀도 기가차지 기가 차. 가깝기나 헌가 뛰다시피 가기는 갔는디 그 집은 뭐 변변했어야지 한참을 망설였다. 이모부 몰래 보리쌀 둬 됫박 간신히 퍼 와서는 쌀은 이웃집에 사정해 꿔 주데.

그때 풀빵을 꺼낼까 말까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

집에 오는 길을 무수리, 송석리 쪽으로 가로질러 잡으려다 멀지만 틀무시 원당리 쪽 온 길로 다시 잡었지. 틀무시까지만 나오면 그래도 한참은 신작로 길이잖냐. 달도 없는 밤길, 칠흑같이 캄캄해서 양지 마을 공동묘지 넘는 게 무서운 것도 무서운 거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혹시나 싶어 인 짐이 더 걱정이더라. 오는 길 내내 멀리 인기척이 있으면 서고, 다시 걷다 서고 그날은 사람이 그렇게 제일루 무섭더라.

멀리 우리 집 불빛이 보이니께 그때서야 두 다리 맥이 확 풀리더라구. 철푸덕 주저앉아 하늘 쳐다보며 큰 숨 내쉬는디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겨. 내둥 안 하던 짓을 그날따라 왜 그랬는지. 정신이 나갔지 뭔 배짱으로 버스는 타려 했을까, 그래 봐야 풀빵 몇 개 입맛만 버릴건디 언제 새끼들 챙겼다고 그늠의 풀빵은 살려구 했는지, 그 여편네 좀 까칠하긴 혀두 그럴 위인은 분명 아닌디, 사이다라도 한 병 사고 맡겼어야 했는디 내가 미쳤지 미쳤어, 온갖 생각에 복장 터져 눈물만 절로 줄줄 나오더라. 그때 마침 너희들이 거기까지 마중 온 겨


그날 니들이 거기서 먹은 그 풀빵이 그런 풀빵이여

그동안 몇 번을 꼬드겨 물었는데도 그때마다 못 들은 척 그냥 웃음으로 넘기더니, 이렇게 그 깊은 속내까지 다 가볍게 비워내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아주 먼 길 떠나야 함을 아나 보다. 그날 비 안 온 게 다행이지 비 안 온 게 천만다행이여

깡마른 부엉이 한 마리가 병실 창문 밖 구름에 흘러가는 달 끔벅끔벅 바라보며

참 밝아서 좋다 훤해서 좋아 마지막 먼 밤길을 준비 중이다.


- 다시올문학 2018년 가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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