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1

꿈속에서 너를 만났다. 가장 피곤했던 밤에. 진해진 다크서클을 보자마자 내일로 도망치려 잠든 밤. 내 머리는 그동안 너와의 재회 시나리오를 미친 듯이 짜내고 있었나 보다. 미화된 추억이야 뭐 어쨌든. 가장 초라한 모습의 나, 가장 멋진 모습의 너의 모습으로 만났다. 너는 여전히 예뻤다.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서.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너는 주변을 빨아들이듯 크고 빛나 보였다. 그동안 공부 많이 했나 보다. 뭐에 쫓기듯 자기를 키우려던 너는 어느덧 올려다봐도 까마득한 사람이 됐다. 나는 여전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내가 뭐라도 되는 듯 항상 무리 바깥에서 겉도는 사람. 내 치부를 가린 긴 앞머리는 남의 시선을 닫는 커튼. 내 시선은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만을 담는 창이다. 같이 있던 그 꿈에서조차 너를 힐끗대기만 하며. 반대쪽에선 너의 마음을 바랐던 위선까지도. 꿈에서도 난 너에게 말 한마디 걸지 못했다. 매번 니 생각에 급한 버스도 보낼 정돈데. 매일 네 이름을 SNS에 적었다 지우는데. 아직도 나는 1년 전처럼 똑같은데. 멀리 간다 했던 너를 혹시나 만날까 너가 좋아했던 내 모습으로 꾸미는 난데. 차라리 좀 더 나에게 모질었으면 했다. 내가 너에게 진저리 날 정도였으면. 너를 싫어했으면 했다. 꿈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만큼이나 짧아서. 긴 밤을 다 잡아먹을 정도로 강렬하다. 달아난 잠은 다시 머물 생각이 없고. 나는 기어코 너의 사진을 찾아 추하게 예전 기억을 되뇌였다. 멀리 가버린 너를 다시 내 눈 앞에 둘 기회는 꿈에서밖에 없으니. 난 긴 밤을 다 잡아먹으면서 너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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