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다 : 4. 나는 너에게 항상 미안해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정말 운명같았어.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서 누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서로에 끌려 그렇게 시작되었지.

전기에 감전되듯이 짜릿하고 빠르게 서로를 타고 흘렀어.

너의 침실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데 살 냄새가 좋다며 네가 말했어.

그렇게 우리는 전우애를 넘어선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어.

4달 빠른 내가 먼저 전역하게 되었고, 두 달이 지나 나는 타지역에서 잠시 일을 시작했지.

너도 전역하고 나의 부름에 재지 않고 바로 내려와서 함께 일하며 함께 살았어.

군대에서 함께할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지?

우리 둘 다 이런건 처음이었으니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았었으니까 당연히 우리는 종종 싸웠고 서로를 힘들게 했는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라서 좋았고 잘 견디고 살 수 있었다?

그때의 싸움은 양방향의 싸움이 아니었어. 다툼이라는 게 원래 서로에게 이루어지는 일인데 항상 어느 한 쪽만 화를 냈고, 다른 한 쪽은 듣기만 하고 미안하다고 하는, 지극히 일방향의 싸움이었어. 그래서인지 싸움이라고 안 느껴졌지. 어쩌면 고집이 센 나와 또 고집이 센 너에게 적합한 싸움이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큰 충돌이 없었던 관계라고 생각해.

보통 싸움의 원인은 우리 서로의 바이오 리듬이 달라서 발생했지?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넌 올빼미형 인간이라 자고 일어나고 하는 생활이 많이 달랐어. 나는 같이 쉬는 날 뭐든 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부지런 떨고 너는 자고 있고. 기다리다가 니가 일어나면 하루는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버리고, 난 그게 아쉬워서 화를 냈던 것 같아. 미안해


나는 항상 하고 싶은 일이 많았어 지금도 그렇고.

나는 타지역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 물론 너와도 오래전부터 이야기했던 나의 계획이었기에 너도 반대없이 나를 응원해줬지? 나 혼자 해외에 나가는 것이 썩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너무나도 오랫동안 바래왔던 일이라서 즐겁기는 했어. 혹시 몰라서 내가 너한테도 지원해보라고 했었고 너도 정말 선착순에 들어서 비자를 받았지. 하지만 덜컥 오기는 힘들었을거야. 나는 대학교 복학 전에 마지막 휴학이라 생각하고 간 거라면 넌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기회가 생긴거니까 달랐을거야. 그래도 넌 내가 오라는 말만 믿고 정말 와버렸어. 6개월동안 난 혼자 워홀을 했고, 남은 6개월은 너와 함께 했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같이 산다는 것.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흔한 일이 아니지. 너는 항상 내게 말을 했어. 우리는 정말 특별한 관계라고. 나도 인정했지. 이런 커플 어디 없다고!


6개월간 우리는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먹고 자고 싸우고 또 먹고 자고 싸우고, 물론 일도 함께했지. 같은 일을 하지만 역시 너와 나의 바이오리듬은 달랐어. 그와중에 그것 때문에 또 다시 우리는 싸우고 다투고 서로에게 서러워했어. 그때까지는 나는 생각했어. 나만 항상 옳고 내가 사는 방식이 정답이고 교과서적이고 따라야한다고. 그래서 나에게 너는 항상 틀렸고 교정이 필요했고 바뀌어야하는 존재가 되었지.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도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이 커. 해외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 너는 너의 집으로, 나는 나의 집으로.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너에게 결별을 고했어. 맞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살다보니 마음이 멀어졌고, 나는 쉽게 너에게 이별을 말하게 된거지. 너에게는 청천벽력이었고 왜 헤어지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내게 말을 했지만 난 추가적인 설명없이 돌아갔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란 사람 너무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 뒤로 우린 연락을 하지 않았어. 아니 내가 답장을 하지 않았어. 너는 카톡도 보냈지만 난 답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끝이 났지.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에 집중했지만, 역시 새로운 인연은 찾아오는 법.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연애를 하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지는 생활을 겪었어. 정말 사람들 참 다양하구나 느꼈어.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했고 점점 내가 변했어. 그땐 참 좋았는데..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너를 바꾸려고 했을까. 우린 서로 다른 사람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내가 왜 너를 내 방식대로만 바꾸려고 고집했을까 정말 오래 후회하고 나를 미워했어. 너와의 이별 후에 남는건 미안함뿐이더라. 너를 떠올리면 항상 미안한 마음만 남아 나를 미워했어.


문자를 보내볼까? 전화를 걸어볼까? 카톡을 보내볼까?

주변에선 절대로 하면 안되는 일로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제일으로 꼽으니까, 나도 역시 쉽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너무 미안하고 염치없어서..

그래도 무시당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으로, 정말 고민하다가 카톡을 보냈어. “잘 지내니?” 시간이 흘러도 숫자는 사라지지 않고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어.

안하고 후회하느니 하고나서 후회하라는 나의 모토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어. 그런데 정확히 10분이 지났을 때 너로부터 답장이 왔어. 나는 잘 지낸다고. 너는 잘 지내냐고.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일이 손에 안잡히고 정신이 붕 떠버렸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갈지. 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대화를 이어나갔고 우리는 곧 통화를 했지. 그동안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요즘은 어떤지.

나는 너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그땐 정말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었고 나만 생각하고 이기적이었다고 고백했어. 너는 그렇지 않다고 너는 좋은 사람이라고 날 위로해주었고 난 할 말을 잃었지.

그냥 요즘 자꾸 너만 생각나는데 미안하기만 하다고 말했어 속이 정말 후련하더라.


그렇게 며칠 대화를 더 나누다가 니가 내가 있는 곳으로 왔어. 1박 2일동안 내가 사는 도시를 투어하고 놀러다녔는데, 마침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장염에 걸려서 안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지만 넌 날 걱정해줬어. 아 정말 이 친구는 좋은 사람이구나 느꼈다.

우리는 실제로 이렇게 만나서 다시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어.

3년 연애하고 20개월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


너를 다시 만나기 전에 전에 만났던 사람 때문에 불면증에 스트레스에 너무 힘들었는데 너를 다시 만나고 다 없었던 듯이 깨끗하게 나았어. 너무 고마웠고 너무 행복했어. 사실 너와 나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장거리 연애로 다시 시작한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어. 나도 더 이상 너를 바꾸려고 너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고, 그냥 연락하고 종종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만나더라고 볼때마다 좋았고, 우린 만나는 동안 서로 함께 가보지 않은 도시로 짧은 여행을 다녔어. 지도를 다 채울때까지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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