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다 : 5. 짧지만 강렬했던 너



지난번 글에 이어서 쓰는 내용은 아니고 또 다른 독립적인 글이다.

내가 "이쪽"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곧 게이들의 세계를 말한다는 것을 알아두자.


주변에 믿을만한, 친한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할때마다 운이 좋았는지 주변에 포용력이 큰 사람이 많아서인지 항상 그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서 문제가 되지 않아왔다.

또 그들의 공통적인 궁금증, 질문이 있다면

"어떻게 너같은 종류의 사람을 만나서 연애같은걸 할 수 있는거야?" 인데, 게이가 어떻게 게이를 알아보고 만나느냐는 취지이다.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이쪽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했듯이, 그 역할이 굉장하다.


나는 방학마다 부산에 놀러가는 편이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전국 각지에 친한 사람들이 생겼고 종종 만나기도 하면서 여행가도 잘 수 있는 터전이 생겼다.

그래서 부산에 가도 잘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고 고독한 여행이 되지 않는다.

부산에 가면 좋은 점이, 전역하고 함께 일했던 젊은 사장님이 있어서 그 분의 가게일을 도와주며 장기간 머무르며 지낼 수 있다는 것.

방학에 2주 3주 한달 그런 식으로 지내면서 부산생활 맛보기를 할 수 있었다.


어김없이 대학교 다니면서 여름방학에 부산으로 내려갔다.

3주 머무를 생각으로 간 것이었기 때문에 딱히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플을 하다보면 목적지까지 내려가는 기차에서부터 많은 쪽지를 받는다.

대부분이 번개하냐는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쪽지가 많이오면 기분이 좋다..

부산에서 가게 일 도우며 지낼때였다. 일을 마무리하고 쉬고 있을때,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L에게서 쪽지가 왔고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장마철이라 비도 오고 있었고, 피곤하기도 했고 누구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기 보다는, 누군가를 아예 만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쉽사리 응할 수 없었다.

며칠에 걸쳐 계속 쪽지만 오가다가 큰 결단을 내렸다.

그냥 마음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만나서 이야기나 해봐야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서로 일 끝날 시간에 약속을 잡았고, 약속 장소로 내가 먼저 갔다. 무더운 여름날.


며칠 계속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처음 만나보는 날이었지만 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처음 L을 보자마자 난 느꼈다.

'왜 내가 미루고 만나지 않으려고 했을까!!! 더 빨리 만나서 시간을 더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첫인상이 정말 너무 좋았다.

L의 미소, 목소리, 표정, 체구 모든 것에 한 순간에 빠져버렸다.

금사빠는 아닌데 처음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막차시간까지였고 한시간 남짓이었다.

그렇게 밀도 높은 대화까지는 아니었지만 L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외모보다는 성격을 좀 더 많이 보는 편인데, 내 성격과 그 사람의 성격으로 충돌이 많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너무나도 짧고 아쉬운 1시간을 보내고 그는 돌아갔다.

보통 한 번 만나보면 그 후로 연락이 뜸해지는데 L과 나는 오히려 연락이 늘었다.

그리고 최대한 볼 수 있으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L을 2일 3일에 한 번씩은 만났고 그 짧은 시간으로부터 연애가 시작되었다.

나는 부산에 3주만 머무르는 일정이어서 곧 장거리 연애가 되었지만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아서 만날 수 있었다.

내가 L이 사는 곳으로 내려가기도 했고 L이 우리 집에와서 자고 가기도 했다.

서로 사는 지역을 산책하고 여행하고 소개했다.

또, 부산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강원도 여행도 했다.

대관령 삼양목장, 경포대 등 짧지만 알찬 여행을 즐겼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L이 가고싶지만 가보지 않았던 전주 한옥마을에 가기도 했다.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고,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났고 난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방학때는 내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L의 일정에 맞추면 만날 수 있었지만 개강 후에는 그게 많이 어러워졌고, 정확히 언제 만나자는 것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어디에서 보자는 내용은 오갔다.

애틋한 장거리 연애.

L을 만난 지 두 달하고도 반이 지나갈 무렵 L의 연락이 뜸해지고 무언가 피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아, 우린 이렇게 끝나겠구나' 느꼈다.

정말 그렇게 2주의 시간이 흘렀고 난 교양과목 수업을 듣고 있는데, 장문의 카톡이 하나 왔다.


결국은 헤어지자는 내용이었고, 카톡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L을 많이 좋아해서 많이 슬플 줄 알았는데 안슬펐다. 아쉽긴 했다.

나는 L을 만날때마다 너무 좋았고 항상 좋아했다.

앞으로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우연히 조우한다면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L의 생각을 존중했다. 그렇게 헤어졌다.


사실 L과의 추억은 온통 좋은 것 뿐이다. 나쁜 기억이 정말 하나도 없고 순도 100%의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

마무리가 아쉬운건 사실이지만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


지금도 L에게 안부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정말 아쉽게도 카톡도 전화번호도 SNS 계정도 다 지우고 없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우리 우연히 만난다면 웃으며 인사하고 싶어.

그동안 잘 지냈냐고, 앞으로도 잘 지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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