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아시안컵을 통해 보는 한국 축구 팬덤

한창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가운데, 축구 팬들의 반응을 보며 칼럼 주제가 생각났다. 과거에도 있었던 이야기다. 이른바 '냄비근성.' 그리고 흔히 '빤다'라고 한다.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만 엄청나게 칭찬하는 행위를 뜻한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빤다'라는 단어가 이런 의미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 축구 팬들의 모습은 잘하는 선수를 빨아대고 못하는 선수를 지옥까지 보내버린다.


재밌는 부분은 한 경기 만에 선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성용, 이청용, 황희찬 등. 필리핀 전과 비교해 키르기스스탄 전 평가가 다르고 중국 전 평가가 다 다르다. 다를 수 있는데 그 다름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예를 들어, 100의 수치에서 잘함이 1에 수렴하고 못함이 100에 수렴한다고 가정하자. 현재 한국 축구 선수들은 1차전에서 1의 수치를 받은 선수가 2차전에서 100의 수치를 받은 것과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축구팬, 정말 무섭다.

(기성용에 대한 평가 댓글,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 캡처)


언제는 갓성용, 지금은 느림보?


아시안컵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기성용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여전히 기성용의 입지는 굉장하다. 하지만 아시안컵 개막 이후, 기성용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흐름을 끊는다, 느리다 등. 한순간에 평가가 1에서 100으로 변했다.


동료들조차 기성용의 존재를 크게 인지하고 있다. 하나같이 '성용이 형의 빈자리가 크지만 잘 메우겠다'라고 한다. 기성용이 없으니 좌우 측면 횡패스도 거의 없고 상대 수비를 흔들지도 못했던 한국 축구다. 단순히 느려서 템포를 끊는다고 하기엔 기성용이 가진 기술과 판을 짜는 판단력이 너무 아깝다.


기성용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럴 것이다. 빨리 공격진으로 패스를 줬으면 좋겠고, 뒤로 볼을 돌리지 말고 계속 앞으로 패스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무조건 앞으로 간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패스를 주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고, 패스 스피드에 따라 상대가 패스를 빼앗을 수 있다. 또, 바로 앞에 있는 선수 말고 더 공격진에 위치한 선수들의 공간과 상대 수비와의 거리 등을 계산해야 한다. 여러 가지 수를 계산하면서 경기를 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느려 보일 수 있다.


아울러서 템포를 계속 유지한다고 치자. 모든 선수들이 정상적인 힘으로 90분을 소화할 수 없다. 계속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조율해야 선수들이 빠른 스피드와 강한 힘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 그 조율점이 기성용이기 때문에 기성용이 느려 보이는 것이다.


수비할 때 느려 보일 수 있다. 기성용은 큰 키와 좋은 체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다. 어쩔 수 없다. 수비 시엔 기성용이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키핑과 패스 능력을 갖고 있어 수비하고 빠른 역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로 쓰일 수 있다. 선수가 완벽할 순 없다. 오히려 기성용의 강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황희찬은 드리블을 다듬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사진=대한축구협회)


역시 황희찬의 드리블! → 에이, 황희찬 좀 빼라?


아시안컵 1차전 필리핀을 상대로 황희찬의 드리블이 결승골을 만들었다. 안 그래도 한국 축구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 능력이 먹히지 않고 있었는데 황희찬이 답답한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그래서 역시 황소 드리블의 황희찬이라며 황희찬을 빨아(?) 댔다.


그러나 평가가 달라졌다. 패스는 안 하고 드리블만 하다가 빼앗기고. 도대체 하는 게 뭐냐며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경기의 영웅이었던 황희찬이 한순간에 역적이 되어버렸다.


물론, 황희찬의 드리블 실력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다. 세밀함이 떨어져서 드리블하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걸 굳이 욕까지 하면서 그럴 필요는 있었나 싶다.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비난하기 보다 이유 있는, 발전적인 비판을 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드리블이 뭐냐 그게. 저런 애가 어떻게 독일에서 뛰고 있냐.' 이런 비난이 아니라, '드리블 보면 위태하다. 드리블 좀만 더 다듬으면 좋겠다. 좀만 더 신경 써서 하자.'라고 비판하는 것이 선수의 기도 살려주면서 발전적인 팬덤을 만들 수 있다. 그저 당장의 퍼포먼스를 갖고 나무라는 문화가 만연해있어 가슴이 아프다.

(벤투 감독이나 슈틸리케 감독이나, 사진=대한축구협회)


갓벤투! → 벤투나 슈틸리케나


벤투 감독은 역대급 경기력, 열정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자신과 함께하는 코치 사단을 함께 데려오며 여느 감독보다 열정을 쏟고 있다. 우루과이, 칠레 등 강팀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한국 축구 팬들로부터 '갓'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벤투 감독도 한국 축구 팬의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순 없었다. 아시안컵을 대비한 사우디와의 평가전,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의 본고사전에서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사우디전에선 무득점,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전에선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 약팀을 상대로 다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과거 슈틸리케 감독과 다를 게 뭐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2015 아시안컵 때,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던 경기가 많았다. '늪 축구'라는 단어로 좋게 포장됐듯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중국전에선 두 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너무 안타깝다. 한 경기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한국 축구 팬들의 평가 때문에 선수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자기들도 욕먹기 싫은데,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는데 말이다.


물론 황의조처럼 꾸준히 잘해서 욕을 안 먹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잘하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는 것이 스포츠고 토너먼트다. 핵심은 그 어떤 선수도 설렁설렁 뛰거나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시안컵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선수들 마음가짐은 똑같다. 그런 선수들에게 지나친 비난, 극과 극을 넘나드는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손흥민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정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축구팬, 언론, 관계된 모든 분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축구팬. 지금부터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의 상식축구 입니다! 더 많은 칼럼은 blog.naver.com/sang495 로!! 유튜브 '상식축구' 구독 부탁드려요! www.youtube.com/sensesoccers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