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다 : 7. 커밍아웃 스토리


요즘엔 확실이 예전에 비해 이쪽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매우 나아졌다.

내가 체감할 수 있을만큼 정말 많이 좋아졌다.

물론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하는 호모포비아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의 첫 커밍아웃.

고3 수능이 끝난 시점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여사친에게 고백했다.

약속을 잡은 시점부터 말해겠노라 다짐하고 발걸음을 나섰지만, 생각대로 입에서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배스킨 라빈스에서 파인트인지 쿼터였는지 싱글이었는지 먹었던 아이스크림 종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긴장되던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하려던 말을 잊은건 아니지만 입밖으로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었다.

그렇게 다른 이야기만 하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시간을 보낸 뒤 헤어지던 무렵,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어 갈라지기 직전에 이야기했다.

"나 게이야."

심장이 터질듯하면서도 발화의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저 말을 툭 던지고 빠르게 이동했지만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제대로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으면서도 내심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야기를 듣고 미소짓던 친구.

문자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친구.

덕분에 학교생활도 재미있게 즐겁게했지만 앞으로도 더 가깝게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며 지금도 연락 잘 하며 지내고 있다.


그동안 살면서 주변 친구 20명정도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모두 잘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다.

사람을 거르고 거르고 차별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주변에 말할 수 있게 해준 친구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내 주변에도 호모포비아인 친구가 있다는 것이며 그런 친구들에게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



대부분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남달랐던 경험이 있다.

바로 친 형에게 말한 것.

형과 나는 1살 차이로 유일한 형제로 남들이 그러하듯 어릴때부터 많이 싸웠다.

하지만 형이 고등학교를 가면서부터 대화가 엄청 줄어버렸고 사이가 좀 멀어졌다.

이상한건지 당연한건지 형이 군대를 가면서부터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다.

말수도 늘고 장난도 치고, 또 형이라고 무언가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지금까지 잘 이어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다.

드물게 같은 버스를 타면 그럴 생각도 없지만 아는척 하지 말라고 장난스런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26살 가을 어느날, 형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저녁에 둘이 같이 술먹자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형이 무언가 알아버린 것일까 아니면 갑자기 왜 술을 먹자고 하는걸까?'

살면서 형이 먼저 같이 술 먹자고 한 것이 애초에 처음이었으니까 별 생각 다 하게 되었다.

무슨 사고를 친 건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나를 알아버린건지.

많은 생각을 품고 긴장하면서 컬투치킨으로 갔다.

형이 먼저와 앉아 있었고, 여기 맛있다며 미리 시켜놨다고 했다.

나의 첫마디는 왜 갑자기 술먹자고 한거냐고. 이러는거 처음이라 신기하다고 였다.

형이 대답하길 그도 이런 적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그냥' 처음으로 같이 마셔보고 싶었다는게 전부였다.

긴장이 풀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꽤 오래했다.

형은 모르지만 아빠엄마 그리고 나만 아는 이야기를 해주면 진짜냐고 충격도 받고..ㅋㅋ

(원래 형이 아빠엄마랑 대화가 많지 않아서 잘 모르기도 하고, 나는 갑자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다보니 꽤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형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 친구들은 어릴때부터 니네 형제는 여자 안만나냐고 둘이 무슨 게이형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자기는 얼마전에 이런저런 사유로 만나기 시작했던 사람과 이별을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지만 난 이미 헤어진 것을 알고는 있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메세지보면 답이 나오므로..

형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무슨 배짱인지 몰라도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에 나는 대답했다.

"나는 맞아."

형이 놀란 눈으로 "뭐?"  했다가 한 번 더 "뭐??"

그랬다.

그래서 다시 말해줬다.

"지금은 내가 남자친구가 없어서 애매하지만 남자 좋아한다"고.

형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어쨌거나 형제니까 날 때리거나 상종을 안한다거나 자리를 뜨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흥미로운 시선으로 날 봤다.

형은 "타이밍 좋게 잘 말했네." 라고 말했고ㅠ우린 대화를 이어나갔다.

형도 과거에 비해 현재는 많이 유해지고 생각이 넓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다만 아빠 엄마에게는 당장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그건 나도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친가족 중에 비밀을 터놓고나니 정말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고 전보다 편해졌다.

아마 적지 않은 이쪽 사람들의 작지 않은 고민이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주변에서 잘 받아들이고 잘 지내주어 생각보다 끝내주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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