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다 : 8. 나는 너에게 항상 미안해(2)


(이전 이야기 마지막 부분)


너를 다시 만나기 전에 전에 만났던 사람 때문에 불면증에 스트레스에 너무 힘들었는데 너를 다시 만나고 다 없었던 듯이 깨끗하게 나았어. 너무 고마웠고 너무 행복했어. 사실 너와 나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장거리 연애로 다시 시작한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어. 나도 더 이상 너를 바꾸려고 너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고, 그냥 연락하고 종종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만나더라고 볼때마다 좋았고, 우린 만나는 동안 서로 함께 가보지 않은 도시로 짧은 여행을 다녔어. 지도를 다 채울때까지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후 이야기, 나는 너에게 항상 미안해(2)


우린 정말 이제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었고 그 흔한 데이트조차 쉽지 않았었지?

한 번 만날때마다 허락된 시간은 24시간 채 되지 못했지만, 그 순간순간마다 너무 소중했고 아쉬워서 더 의미있고 좋은 시간이길 바랬어.

정말 애틋함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되었지.

직접 얼굴 앞에두고 이야기 하지 못해서 우리 집으로 너가 보낸 택배.

열어보니 들어있던 코털깎이.....정말 피식 웃어버렸어.

둘이 시간내서 2박3일을 보내게 되었을때, 우린 파라다이스 스파에 가기로 했었어.

준비성이 너무나도 철저한 너는 스파에서 신고 다닐 나이키 아쿠아 슈즈를 나에게 주려고 사왔고,

사진찍기 좋아하는 나를 위해 디스커버리 방수팩도 줬어.

내가 한 일이라고는 파라다이스 스파 이용권 뿐인데말이지.

항상 고마웠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는게 미안하면서 고마웠어.

항상 사랑받는 느낌을 받는다는게 너무 고마웠고 좋았고 미안했어.

너는 그렇게 너의 세상에 나를 크게 담아준 사람이었지.

키는 나보다 작았어도 생각은 나보다 깊고 넓은 거인같은 너였어.


전주 한옥마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에 우리는 또 오랜만에 만나 전주로 향했어.

남들 다 하는 한복대여를 해서 입고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전동성당에도 가보고, 길거리 간식도 사먹었어.

지금도 기억나는건 통통한 왕새우가 들어있던 만두.

몇 개 들어있지도 않은데 5천원이었던가..

전주 비빔밥도 먹고 경치좋은 카페에도 갔지.

그리고 한창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에 빠져있던 나를 생각해서 컴퓨터 배그를 알려주겠다고 피시방에 가자는 너.. 전주까지 와서 무슨 피시방이냐고 투덜대는 나였지만 그래도 따라가서 2판 했었지?

나는 역시 모바일로 시작해서 컴퓨터 배그는 못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서로 흡연자지만 너는 너무 헤비스모커같다고 자주 말했었지. 금연해볼 생각도 아닌데 아이코스같은 전자담배도 하면서 일반담배도 하는 너를 보며 타박해도 너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대했어.

전주 터미널쪽에 저렴한 수제담배가 있다고 알려줬지만 바로 거기로 가자고 할 줄은 몰랐었어.

거기서 바로 2보루를 사는 너를 보고, '아 너는 정말 골초구나..' 생각했어. 그래도 그런 너가 좋았다.


나는 겉으로는 안 그런척해도 속으로는 많은 계산을 하는 사람인데(돈 쓰기 아까운 게 아니라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타이밍과 여윳돈이 얼마인지 얼마까지 사용이 가능한 지에 대한 계산) 너는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이라 걱정을 참 많이 했어.

예전에도 바퀴 프레임 하나에만 40만원하는 자전거를 산 너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서 웬만하면 이젠 잘 놀라지도 않지만 말이야.

나에게 들어가는 돈도 정말 상당했을텐데 - 나는 대학생 신분이었고 너는 직장인이었으니 - 그래도 나는 부담주기 싫어서 내가 계산할 수 있으면 하려해도 니가 훨씬 많이 썼지.. 그런게 미안해서 내가 먼저 예약하거나 결제를 해버리면 너는 돌아갈 나에게 차비를 준 적도 있어. 고마웠어.


내가 하는 일과 네가 하는 일은 정말 너무나도 다른 세계라서 내가 일에 대해 짜증내고 말을 해도 너는 최대한 들어주려고 했던 모습,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떻게든 위로의 말을 찾던 너의 모습, 약해지는 나를 꿋꿋하게 서있게 해주려는 너의 모습 잊을 수가 없네.

나도 어디가서 멘탈 약하다는 소리는 안듣는데 너와 통화할때면 얼마나 애처럼 굴었는지. 실제로는 괜찮은데 안 괜찮은 척을 했는지..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하고 힘들텐데 내가 전화하면 받아주고 오랜 통화에 응해주던 너. 내가 예전에 말했던 일에 대한 문제들도 조금은 기억하면서 넌지시 물어보던 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너는 그걸 해주었네.


진짜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너에게 빚만 지고 있었던 것 같아. 그 와중에 나는 그런게 고마웠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긴적도 많은 것 같아.


나는 학교일로, 너는 너의 일로 서로의 생활에 치여 살며 조금씩 연락이 뜸해졌지. 그래도 서로 아는게 많아서 서로 이해하고 그러려니 했었지.

시간은 안 맞았어도 결국 연락은 주고 받았으니까, 또 괜한 오해따위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였으니까.


이런 상황에도 저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우리가 지금은 다시 헤어지게 된 이유는 또 나에게 있지. 그 모든 이유는 나때문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너에게 미안해.

우리가 다시 만난 지 8-9개월이 되었을때, 나는 고민이 하나 생겨버렸어.

오래 생각해봐도 혼자 고민을 오래 해봐도 절대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걸 알게 되어, 나중에 직접 만나게 되었을때 말해버렸어.

누군가에게 커밍아웃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너에게는 꼭 말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만났으니 말을 꺼냈지.

"나는 내가 폴리아모리라고 생각해. 아니 나는 폴리아모리가 맞는 것 같아. 그렇다고 지금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야."

폴리아모리. 너는 폴리아모리가 무슨 단어인지 무슨 뜻인지 그게 뭔지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단어일거야.

바로 검색을 해보더니 깊은 한 숨, 무게가 다른 한 숨을 내뱉는 너를 보면서도 나는 떨렸어. 내가 과연 잘한건지. 이렇게 말하는게 맞는건지.


폴리아모리 :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多者間) 사랑을 뜻하는 말이다.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이들은 일부일처제를 비판하며, 일부는 집단혼 형태로 가족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많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폴리(poly)’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의 변형태인 ‘아모리(amory)’의 합성어로,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多者間) 사랑, 즉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파트너의 동의 하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바람 피우기’ 또는 ‘스와핑’과는 구별된다.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사상을 폴리아모리즘(polyamorism), 폴리아모리를 행하는 이들을 폴리아모리스트(polyamorist)라고 한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전통적인 혼인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한 사람에 얽매이지 않는 연애 생활을 추구한다. 이들은 모노가미(monogamy) 즉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결혼 제도라 하여 이를 비판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여러 파트너와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성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폴리아모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폴리아모리스트들은 파트너에 대한 헌신과 친밀감 등의 정신적 유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말을 이어갔어. 너한테는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말하는 거라고. 내가 폴리아모리인지 헷갈리는게 아니라 폴리아모리가 맞다고 확신해서 말하는거라고. 근데 이건 숨기면 안될 것 같다고. 내가 말하는 폴리아모리는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말하는건데 나는 다자연애보다는 "비독점적"이라는 단어에 더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너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버렸고 화가 났어.

처음 너의 생각을 정리한, 나에게 전한 말은

내가 바람을 한 3번 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었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만

단 한 번도 너를 만나면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거나 그런 적이 없다고는 말은 했어.

그래도 너는 당연히 복잡한 심경이었을테고 표정이 좋지 않았었지.

하지만 너는 곧 "그래도 그런 고민 생각 말해줘서 고맙다고.. 숨기지 않고 잘 말했다." 하며 나를 장난스럽게 때렸어.

물리적인 통증은 없었지만 마음을 세게 때린 것 같아서 아프긴 했어. 내가 준 충격이 더 컸겠지만..


그렇게 나는 집에 가는 기차를 타러 갔고 너도 너의 집으로 돌아갔어.


한동안 서로 통화하면서 암묵적으로 폴리아모리에 대한 아야기는 하지 않다가 내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우리 관계를 예전처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서로 공부해보자고 말은 했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음을 직감했어.


헤어지자는 말을 그 누구도 서로에게 하지는 않았어.

다만 그저 서로 자신의 생활에 좀 더 집중하자고, 서로의 마음이 다시 조화를 이루고 결정을 할 수 있을때까지 시간을 갖자는 말로 그동안의 우리 관계는 일단 정리가 되었어.


헤어질 생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결국 헤어진 우리.

또 나로인해 너와의 결말을 이렇게 짓게 되어버렸네.


나는 네가 종종 생각나. 지금도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뿐이야.


앞으로 너와의 소중했던 시간과 같은 연애를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와의 추억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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