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적 소비는 진화 심리학의 핸디캡 이론과 닮았다!? 19세기 경제학 명저 《유한계급론》으로 보는 소비 이야기_알쓸신잡 소개 도서

정설을 깬 새로운 이론

‘베블런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이란 19세기 경제학자의 이론으로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더 좋아하고, 더 잘 사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이 이론이 나오기 전에는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학계의 정설이었죠. 다만, 이 논리는 소비자가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는 ‘합리적 소리’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베블런이 본 유한(有閑)계급, 즉 노동하지 않고도 한가롭게 여가를 가질 수 있는 돈 많은 계급의 소비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으니까요.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와

진화 심리학의 핸디캡 이론

왜 돈을 가진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를 하는 걸까요? 1만 원짜리 식사가 100만 원짜리 식사보다 100배 이상 배부른 것도 아닌데요. 베블런은 이런 소비의 이유를 먹고 먹히는 경쟁 사회에서 남과 차별화되고 싶은 인간의 심리에서 찾았습니다.


이는 진화 심리학에서 말하는 핸디캡 이론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공작과 같은 수컷 동물들은 포식자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암컷에게 자신의 화려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경쟁자보다 더 위험에 노출되어도,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 과시이죠.


오래 사는 것에 있어 화려함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핸디캡’이지만, 짝짓기 경쟁에서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됩니다. 그리고 돈을 통한 인간의 과시도 어떤 경쟁에서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기도 하죠.


새로운 이론이 나온 지도 100년 이상,

그런데 베블런의 이론은 왜 읽힐까.

노력이란 핸디캡 VS 과시의 모방

사실 베블런의 이론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과시하는 사람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말이죠. 과시보다는 노력이 이 사회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핸디캡’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여전히 베블런의 이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력이 성공을 위한 ‘핸디캡’이 되기 위해선 경쟁이 공정해야 하니까요. 경쟁이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선 노력은 성공을 위한 ‘핸디캡’의 필요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베블런은 이런 이유로 하위 계급의 사람이 상위 계급의 삶을 모방한다고 말합니다. 공정한 사회를 꿈꾸며 ‘노력’하는 것보다 ‘과시’를 모방하는 것이 더 쉽게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거든요. 일에 지친 하위 계급에게 사회 변화는 과시보다 더 큰 사치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베블런은 사회 변화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상위 계급은 변화할 필요가 없고, 지친 하위 계급은 변화를 위해 무언가 할 에너지가 없으니까요.


비록 해법은 없지만,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을 위해 쓰인 책.


비록 이 책이 소비하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구조를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지만, 계급과 소득에 대한 해법은 제안하여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베블런이 저술한 이 책이 오늘날까지 읽히는 것은 유타대학 명예교수 헌트(E. K. Hunt)의 말처럼 “‘기득권 집단’에 맞서서 ... 땀 흘려 건설적인 일을 즐겨 떠맡는 일꾼 근성을 근본적으로 옹호했던 정열적인 작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노력이 존중받는 사회죠. 노력이 성공을 위해 짊어져야 할 ‘핸디캡’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분에게 이 책이 작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차례


옮긴이 머리말

머리말


1. 서론

2. 재력 경쟁

3. 과시적 여가

4. 과시적 소비

5. 생활의 금전적 기준

6. 미적 감각의 금전적 기준

7. 금전 문화의 표현인 옷

8.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9. 고대적 특성의 보존

10. 용맹의 현대적 보존

11. 요행을 바라는 마음

12. 종교 의례

13. 차별화에 무관심한 기질의 보존

14. 금전 문화의 표현인 고등교육


옮긴이 후기

참고 문헌


▶ 지은이: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

1857년 미국 위스콘신 주 노르웨이 이민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베블런은 칼턴대학을 졸업하고 1881년 존스홉킨스대학과 예일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다. 예일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891년 코넬대학에서 다시 경제학을 공부한 베블런은, 1892년 시카고대학에 전임강사 fellow로 부임하며 사회주의를 강의하고 많은 글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899년 첫 책 《유한계급론》을 펴냈고, 이 책의 명성 덕분에 1900년 조교수로 임명되었다. 시카고대학을 사임한 베블런은 스탠퍼드대학 (1906년)과 미주리대학 (1911년)에서 강사로 지내며 《일하기 본능과 산업적 기술의 상태(The Instinct of the Workmanship and the State of Industrial Arts)》 (1914)와 《미국의 고등교육(The Higher Learning in America)》 (1918)을 집필했다. 미주리대학을 그만둔 베블런은 1919년 뉴욕의 사회과학원에서 다시 강사로 채용되었으나 오래 다니지 못했고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생활을 꾸렸다. 1923년 마지막 저서인 《부재 소유제와 최근의 기업(Absentee Ownership and Business Enterprise in Recent Times)》을 발표했다. 1924년 젊은 학자들이 베블런을 미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오두막에서 살다가 1929년 72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 옮긴이: 박홍규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사카대학, 고베대학, 리츠메이칸대학에서 강의했으며,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윌리엄 모리스 평전》, 《내 친구 빈센트》, 《자유인 루쉰》,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세상을 바꾼 자본》, 《리더의 철학》, 《인문학의 거짓말》,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간디 자서전》, 《간디, 비폭력 저항운동》, 《간디의 삶과 메시지》, 《자유론》, 《인간의 전환》,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등이 있다.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책으로 시작되는 교육과 문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_since 1966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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