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나물 대작전 1편 - 방풍나물 장아찌

지난 주말... 그러니까 엊그제가 되겠네요.

친구들과 글램핑을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모처럼의 연휴인데 간만에 만나서 어디 놀러가자는 제안에 거지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용문역으로 떠났습니다. 어차피 술만 마실거면서...

처음 글램핑을 해본 소감으로는

'자연 흉내를 내고픈 비싼 펜션'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붕이 천막인 걸 제외하면(사진 속 저 곳은 자는 곳이 아님) 보일러 따땃하고 침대도 있고... 목재 벽에...주방과 목욕시설이 공용인걸 제외하면 넓고 쾌적했습니다.

전혀 캠핑느낌 안들고...자연친화적이지도 않고... 그러나 술은 맛있었따 흑흑흑...


문제는 돌아오는 길 용문역으로 가면서 발견한 가판이었습니다.

"능이/송이/표고/고로쇠수액/방풍나물 등 판매"


어차피 기차 시간도 남겠다 애들하고 구경이나 하고 있었는데

거기 아주머니가 아주 매섭게 호객행위를 하셨습니다.

능이나 송이는 뭐 쳐다도 못보지만... 방풍나물같은 건 싸길래 약간 건강이나 챙길까 해서 한 봉투 사려했습니다.


"아주머니 요거 방풍은 한 근에 얼마에요?"

"아 이거 삼천원밖에 안해~ 하나 줘??"

"네네 많이 주세요~"


"아이 근데 그러지말고 싸니까 요거 고로쇠수액도 하나 사가~물 대신 마시면은 아주 좋아~"

"아아... 네...(떨떠름)"


그래서 뭐... 좀 관심 없는 척 좀 하다가

원채 강력하게 권하시는 바람에 못이기고 한 병 샀습니다. 이 나이에 고로쇠 수액을 챙겨먹다니...

심지어 졸라 큼... 들고 오는데 귀찮아서 주글 뻔

고로쇠 수액은 처음 먹어보는데 친구 말로는 약간 달달한 맛이 도는 물이라고 합디다

그 말만 믿고 먹어봤는데, 확실히 친구 설명이 틀리진 않습니다.


다만...아주 익숙한 단맛이 났습니다. 정확하게 설명 가능한 경험적인 맛.

소주를 따라 먹었던 컵에 물을 따라 먹으면 나는 그 묘하게 메스꺼운 맛과 똑같았습니다.



안머거 씨바

일단 집에 와서 방풍나물을 좀 어떻게 해보려고 채반에 담아봤습니다.

표고는 서비스로 얹어주셨습니다. 갓에 갈라짐이 없는 걸로 봐선 정말 서비스용인듯.

이게 양이 그닥 안 많아보일 수도 있는데 진짜 저 채반 엄청 큽니다. 저기에도 꽉 찰 정도면 후...

일단 사실 방풍나물을 한 두번 먹어본 기억밖에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번엔 네이버의 힘을 빌려봤습니다.

와우!!! 방풍나물의 이름은 '풍'을 예'방'한다는 뜻이었어요!

저같이 주지육림을 인생모토로 삼는 이들에게는 이것만한 건강 관리 식품이 없겠군요!

게다가 미세먼지에도 좋다고 합니다! 요즘 같이 모택동 후예들이 깽판치는 날씨꼬라지엔 아주 제격인 식품 아닌가요??

아니 중금속도 해독해준다니?? 진시황도 이것만 있었음 몇 십년은 더 살았을거에요~ㅠㅠ

울 빙글러 님들두 이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는 여태껏 중금속은 쉽게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방풍나물이 이걸 해독해주는군요ㅠㅠ 바보같았네요...

이제 맘놓고 중금속에 노출되어도 되겠어요~

빙글러 이웃 님들두 올해 봄 방풍나물로 건강 챙겨보세요~~~







물론 도토리, 미나리, 마늘들로 중금속이 배출되고 해독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실효성은 미미합니다. 그냥 기분좋게 먹으면서 플라시보 효과를 노립시다.

쨌든 양이 너무 많아서 방풍나물로 장아찌를 담가볼까 했습니다.

근데 장아찌는 처음인지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복잡하네요

뭐 미림에 매실청에... 유리병은 열탕소독을 해야되고... 개지랄 마라! 내 꼴리는 대로 할그다!

일단 검색해본 레시피마다 육수를 내네 마네 하는 글들이 있어서 마침 표고도 있겠다 표고로 간단하게 육수를 더했습니다.

원래 육수용에는 생표고보다는 건표고가 풍미가 더 뛰어나지만, 건표고는 비싸니까... 서비스 표고 투척했습니다.

그리고 한 컵 가득 진간장을 쫘아악 부워줍니다.

이후로 정확한 계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원하는 맛이 날 때까지 이것 저것 쪼금씩 더 넣었습니다.

요리란 것은 그저 [느낌]과 [나의 T.O.N.G.U.E]를 믿는 것....!

계량화된 레시피는 양식의 전유물... 한식은 내 대로 비비는 데에서 오히려 원하는 맛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냥 개소리니까 여러분은 레시피 꼭 참고하세요.)

그리고 식초도 아마 반 컵 정도 부어주고

설탕도 1 백종원 부어줍니다.

이렇게 쏴아아아 쏟아버리니까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몰아칩니다.

백종원 선생님도 사실 설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 설탕 쏟는 쾌감을 좋아하시는 건 아닐까요.

마치 무자비하게 요리를 학살하는 미친 광기의 요리사가 된 느낌

그리고 미림을 좀 넣으라는 얘기가 있던데 저는 당췌 미림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읍니다.

미림을 먹어본적도 없어서 뭔 풍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연육작용을 돕는다는데 고기는 씹는 맛이 있어야 좋지...

그리고 자취생한테 쓸 데 없이 조미료가 늘어나는 건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쨌든 넣으라는데 굳이 먹지도 못할 술을 사는 건 아까워서

대장부 콸콸 했습니다.

이거면 이따 밥먹으면서 반주도 할 수 있지.

그리고 매실 청도 넣으라고 하네요. 아니 뭔 넣으라는게 이렇게 많아 ㅅㅂ

자취생한테 매실청이 어딨습니까... 하지만 뭔가 넣어야 하긴 할 것 같아서

얘 사왔지롱

https://youtu.be/vmrOHLMTJZY


성모형...! 보고 있어...?

난 형을 믿으니까 매실청대신 초록매실 넣어볼께!

그리고 진작에 뺏어야 됐는데 사진찍느라 깜빡한 표고들...

뜨끈한 표고에서 새콤짭짤한 장아찌맛이 나니까 감당하기 힘드네요.

미안하다. 두 개 다 먹지는 못하겠다...

이 외에도 간이 안 맞아서 식초와 국간장 조금을 더 넣었구요.

마늘과 생강도 더 넣고 한 십분정도 팔팔끓여서 짭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졸인뒤 좀 식혀주는 동안 유리병도, 마땅한 밀폐용기도 없는 마당에 어떻게 장아찌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해봤습니다.

그 결과 밀봉에 가장 효과적인 건 크린백 위생비닐봉투라는 놀라운...결론이 도출됐습니다

그래서 배달음식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 씌워서 방풍나물 잔뜩 담은 채 간장을 부어줬습니다.

맘이 좀 급해서 상당히 뜨끈한 상태일 때 부어주긴 했지만 다른 레시피에서는 한 번 데친 뒤에 장아찌를 담그는 레시피도 있었으니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간장을 다 부어주고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보시면 간장이 부족해보이지만 숨이 덜 죽어서 그런지라 크게 영향은 없엇습니다. 삼십분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잠겨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비교적 낮은 온도의 기름이나 시럽에서 오랜시간 조리하는 콩피(Confit)기법도 정석대로라면 잔뜩 부어놓은 기름 안에서 조리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재료를 적당량의 오일과 같이 랩핑한 후에 수비드하는 방식으로 조리하기도 하니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이렇게 해서 실온에 둔 뒤 이틀 후에 간장만 따라내어 다시 한 번 끓여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마치 간장게장을 만드는 것 같네요.

며칠 뒤에 시식해보고 후기 알려드리겠습니다!

근데 아직도 이만큼 남음....

그래서 결심한 것은 방풍 부침개와 방풍나물 된장 무침...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도비는 자유를 원한다. 더러운 자본주의 돼지들에게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은 직장을 때려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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