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다 : 10. 부담스럽게 하지마시오


작년 12월에, 다시 혼자가 된 지 좀 지났을때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정말.

대학원 입학전부터 미리 들어가서 연구실 생활을 하기도 했고 당장 내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깊은 관계는 부담스러웠다.

그저 가끔 만나 밥먹고 이야기하고 카페가고 영화보고 일상적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찾고 싶었다.

이런 부류의 친구들은 항상 있지만 의도치 않게 항상 멀어지고 떠나가고 잊혀지므로 다시 혼자라고 느낄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플을 다시 깔고 친구 탐색에 나섰다.

번개 쪽지는 가볍게 거절하고 인사엔 인사로 답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내 결국 서로의 목적이 다르면 대화는 순식간에 끊긴다.

예전만큼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 이렇게까지 굳이 어렵게 친구를 찾아야할까 의문이 시작될 무렵이면 신기하게 하나 둘은 연락이 이어진다.


나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게 하나 있다면 한국사람도 좋지만 외국인도 친구로 참 좋더라.

어차피 살아온 환경과 상황이 다르다면 외국인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다만 관계가 깊어지면 안된다.

깊은 관계일수록 심도있는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의 경우 무너뜨릴 수 없는 장벽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연애로까지의 발전은 한국인에 국한되는게 나의 특징(?)이다.


12월 말에 연락하고 지내게 된 사람이 바로 미국인이다.

흑인이기도 하고.

흑인 친구는 처음이라 그저 설레긴 했다.

친구로 지내기에 나쁜 사람은 많지 않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 좋은 사람이었다.

생각만큼 어쩌면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었고, 한국어도 꽤나 잘 구사하는 사람이라 더 좋았다.


애초에 나는 연애가 목적이 아니었고(연락을 시작한 목적이 처음에 연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연애 관계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친구가 필요했기에 충분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처음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사람이 보기에 외국인들은 다 똑같다고 느낄때가 많고, 그들의 입장에서도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나 구분 못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리라.


나도 그를 처음 보았을때 그냥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비주얼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느낀바를 말했다.

영화배우같다고.


그냥 평범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고

분명한 것은 이 사람도 굳이 한국사람이랑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것.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게 너무 좋았다.

진짜 카페에서 3시간 정도 이야기한 듯 했다.

그 사람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굳이 저녁을 사겠다고.. 아마 그래서 도미노 피자인지 피자헛인지 미스터피자인지 미스터피자 같다.

미스터 피자에서 피자를 10분만에 먹고 나왔다.

나의 버스 막차 시간이 그랬고.. 가게 영업시간이 그랬다.

급하게 먹고 나와서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줬다.

뭐랄까 외국인과 작별하는 인사는 포옹이 좋을까 하여 가볍게 포옹하고 나중에 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 날부터 그와의 카톡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카톡 빈도가 높아지고

연구실때문에 내가 답장을 못해도 카톡은 쌓이고

이런 질문했다가 내가 답하기도 전에 다른 질문을 던져놓고... 엄청난 관심을 받다보니, 더 가까워지기 전에 꺼리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물론 나는 대전에 살고 솔로여서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는 없었고 그 날도 연구실을 가야했고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그와 만났다.

선물을 줬다. 무언가를 정성스레 만드는 것을 좋아하서 뭘 좀 만들어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줘서 기쁘긴 했다.


그 후로도 여러번 만나 식사를 함께했고

영화도 봤다.


어느날 갑작스레 나에게 무슨 말을 했다.

이 말을 시작하기 전에 풍기는 느낌과 뉘앙스에서 바로 나는 무슨 말을 하려나보다 알았지만 아니길 바라며 이야기를 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고백해버렸다.

분명히 예전에 한국인이랑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왜 이러는건지..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자꾸 대답을 강요한다.

한국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느끼는대로 솔직하게 답했다.


나는 그냥 좋은 친구사이면 좋겠다고.

난 아직 어쨌거나 학생이고, 내가 자리잡을때까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돌아온 답변은 날 더 당황하게 했다.

기다리겠다고, 지금처럼 일단 지내자고.


부담스러웠지만 더 이상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주는 애정만큼 되돌려줄 수도 없고 의도적으로 그만큼 되돌려줄 생각도 없기에 내가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억지로 좋아하려고 해본 적도 없긴하다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난 그저 친구가 필요했고 그 이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날아오는 카카오톡 메세지에 답장을 하기는 하지만 나의 대답은 점점 짧아지고 1차원적으로 변해간다.

내가 그럴수록 그도 섭섭해하리란걸 잘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 한 쪽의 마음이 균형에 맞지 않을만큼 커져버리면 다른 한 쪽은 당황하게 되고 마음이 붕 떠버린다.

내가 지금 그렇게 떠버린 상태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걸..


친구로 만난 이 만남은 친구로 지낼때 오래토록 지속될 수 있지만 일방향적으로 은근한 부담이 시작되었기에 그 끝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고

나도 또한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정말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며 만난다는게 얼마아 어려운 일인지,

연인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 만족스러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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