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일기 / 김인숙

그릇의 일기 / 김인숙



나는 오래된 작은 그릇이다

흠집도 생기고 빛도 잃어

겉모습이 보잘것없다


맛있고 달고 좋은 향기 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쓰고 짜고 매운맛을 피할 길이 없었다


아직 깨지지 않고

쓸모 있는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떠날 날이 가까워져 옴을 생각하면

때로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의

새 식구가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귀히 다루는

주인의 손길이 부러웠다


뒷전에서 새카맣게 눌어붙은

나를 보더니

거친 수세미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고

때가 잘 안 지고 갈수록 볼품없다

그만 버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빛나는 외모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찌그러졌을까


이집 여주인은 시를 쓴다는데

나를 위한 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 모습 비록 보잘것없지만

시 쓰는 주인님의

따스한 손길과 눈빛에 이끌려

귀히 쓰임 받는 꼭 필요한 존재로

자긍심과 긍지의 멋진 모습으로

나는 다시 새로워지고 싶다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