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씨 뿌려준 선물 덕분에
나는 살려지고 있음을
- 박노해 ‘덕분에 나는’
Peru, 2010. 사진 박노해
무언가를 바랄 때면 생각한다
간절한 것은 하늘에서가 아니라
내가 딛고 선 땅에서 내 손으로
울며 씨 뿌릴 때 구해진다는 것을
무언가를 갖게 되면 생각한다
주어진 것은 내 힘으로가 아니라
내가 알 수 없는 저 하늘에서
누군가 씨 뿌려준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나는 다시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살려지고 있음을
나 또한 누군가 웃으며 걸어올 길에
울며 씨 뿌려가고 있음을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덕분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