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세개

완전 어렸을적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겼던 얘기를 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들은대로 적기는 하겠지만 약간의 과장과 재구성이 되어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들은얘기를 재구성했으니, 더이상의 사실여부를 묻지마시오. ㅎㅎㅎ)




원래 개인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려고 했는데ㅠㅠ 시간이 좀 안되고있네요



일단 우리 가족은 불교 신자 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은 제주도이고 여기서 나고 자라서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이 엄마아빠때부터 다녔던 절이 있는데 그곳 이름이 [석굴암] 입니다.

경주에 있는 석굴암이 아니고 그냥 제주도 오름 위에 지어진 작은 암자 이름이 석굴암 입니다.

그 절은 1100도로를 따라 가면 있[천왕사]라는 절 옆에 있습니다. 그러나 석굴암은 산입구에서 한시간 정도 올라가야만 나오는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틈이 나는 대로 절에 다니셨던 시절인데, 그때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여서 가는 버스도 한정되어 있었고 버스 시간조차도 매우 드물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 절을 다녔을때에 생겼던 부모님이 겪으신 에피소드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어린 언니들을 할아버지댁에 맡기고 그 절을 방문 하게 되었습니다. 오후에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는 버스도 드물고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습니다. 오후에 출발했는데 산입구에 도착해보니 이미 시간이 늦어진 상태였고, 깜깜해진 곳을 올라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올라가자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산이라 그런지 저녁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주변은 엄청 칠흑같이 어두웠고 가로등도 설치가 되지 않아서 랜턴 하나에 의지한채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석굴암은 산입구에다가 등산객이 올라가면서 절까지 전달해줄수있도록 식수와 생필품등이 놓여져있을때가 있고 보통 올라가는 신자들이 그것을 대신 절까지 운반해고는 합니다.


그때도 산입구에서 생필품 가방이 놓여져 있었고 아빠는 그것을 등에 메고 엄마와 함께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몇분을 가다가 먼저 올라가고 있는 한 스님을 발견하게 되셨고 그 분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답니다. (그 때는 스님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기도터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속 스님이 아니여도 모르는 스님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발목까지 올라온 풀을 헤치며 걷는일은 쉽지 않았고, 거리는 1시간이 채 되지않는 거리지만 주변이 하도 깜깜해서 도무지 잘 가고 있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랜턴마저 불이 깜빡거려 어쩔수없이 스님과 잠깐 자리에 앉아 상의를 하게 되었죠.


스님, 어떵 더 올라가야 할거 닮은디 깜깡행 찾을수가 어수다스님, 어떵 더 올라가야 할거 닮은디 깜깡행 찾을수가 어수다

( 제주도 사투리라 좀 번역하겠습니다

스님 좀 더 올라가야 할거 같은데 깜깜해서 길을 찾을수가 없네요 )


기지예, 겅하믄 저기 쉬는데까지만 올라강 쉬당 가게 마씸 기지예, 겅하믄 저기 쉬는데까지만 올라강 쉬당 가게 마씸

(그렇죠? 그러면 저기 쉴까지만 올라가서 잠깐 쉬고 올라가시죠 )


다행히 5분정도 더 올라가면 산장 비슷한 곳이 있었고, 산장이라기보다는 짐을 좀 쌓아둘수 있는 한평남짓한 창고 같은 곳이 있었습니다. 얼마 멀지 않은곳에 도착한 창고에서 잠깐 가방을 풀고 셋은 좁은 공간에서 잠을 청하긴 쉽지 않아 문만 겨우 닫고 봇짐에 머리를 기대셨다고 합니다.


스님, 밖이 하도 깜깜행 안보이난 새벽에 동트민 가게마씸 스님, 밖이 하도 깜깜행 안보이난 새벽에 동트민 가게마씸

(스님, 밖이 너무 깜깜해서 보이질 않으니 새벽에 동이트면 가시지요 "


겅하게 마씸. 그래도 헤끔 지나면 앞은 어떵 보일거우다 겅하게 마씸. 그래도 헤끔 지나면 앞은 어떵 보일거우다

(그렇시죠. 그래도 조금 지나면 앞은 보일거 같습니다 )


그렇게 세분은 짐을 안고 벽에 딱 붙어 기대셨고, 다리를 펼 공간 조차 없이 날이 조금 밝을때까지 기다렸다고합니다. 거리가 짧아도 갈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옆이 절벽이었기 때문에 생사를 걸고 올라갈순 없었던 것이지요. 세분은 벽에 기대서 잠이 드셨고 시간은 한참 지나고 있었습니다.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산짐승 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을때,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쾅쾅 '


무엇인가 밖에 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 쾅쾅'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 엄마는 게슴츠레 눈을 떠 밖을 보았지만, 이상하게 아무소리는 들리지 않고 문만 두드리고 있어 바람소린가 하셨답니다.


그 순간 너무 정확하게


'쾅쾅쾅쾅'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희 아빠. 일어나보십서. 밖에 이상한 소리 남수다 . 누가 문 두드리는거 닮은디선희 아빠. 일어나보십서. 밖에 이상한 소리 남수다 . 누가 문 두드리는거 닮은디

(선희 아빠. 일어나보세요. 밖에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거 같은데...)



누가 문을 두드려말이냐게, 이 새벽에 산에 올 사람이 누가있댄 누가 문을 두드려말이냐게, 이 새벽에 산에 올 사람이 누가있댄

( 누가 문을 두드리는다는거야. 이 새벽에 산에 올사람이 누가있다고 )



겅하난말이우다. 근데 누가 막 문을 두드렴신디겅하난말이우다. 근데 누가 막 문을 두드렴신디

(그러게 말이에요. 근데 누가 자꾸 문을 두드리는데 ... )



엄마는 겁에 잔뜩 질려 울먹거리고 있었고 스님또 인기척에 눈을 뜨셨다고 합니다. 두려움에 웅크리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려고 잠깐 나가셨고 창고 문에 열려 손을 갖다 대는 순간.


보살님. 열지 마십서보살님. 열지 마십서

(보살님. 열지 마세요 )


무사마씸. 우리 각시 막 무섭댄 허난 밖에 확인해줘사 될거 닮은디무사마씸. 우리 각시 막 무섭댄 허난 밖에 확인해줘사 될거 닮은디

(왜그러세요? 제 와이프가 너무 무서워해서 밖에 확인해줘야 할거 같은데 )



새벽에 문두드리는 사람이 누가 이시쿠가게, 밖에 누가 있든 사람은 아니우다 새벽에 문두드리는 사람이 누가 이시쿠가게, 밖에 누가 있든 사람은 아니우다

(새벽에 문두드리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밖에 누가 있든 사람은 아닙니다 )



아빠는 문을 열려다가 잠시 멈칫했고,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누가 있는건가 소리를 들어보셨다고 합니다.


그순간 또


'쾅쾅쾅쾅 . 경찬아..... 문열어 주라 ''쾅쾅쾅쾅 . 경찬아..... 문열어 주라 '


이런 희미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습니다.


경찬이라는 이름은 참고로 저희 아버지의 어릴적 예명입니다. 가족들 이외에는 그 이름을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퍼뜩 놀란 아빠가 뒤로 주춤하며 발을 떼셨고 문밖에서는 문고리를 돌리며 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경찬아... 문열어주라. 어멍이여 경찬아... 문열어주라. 어멍이여

(경찬아 문열어줘라 엄마야 )



아빠는 갑자기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며 문을 열려고 하셨고 그 순간 스님이 부리나케 아빠의 손을 잡아채며 말리셨습니다. 할머니는 아빠가 군대에 있었을때 돌아가셨는데 부고 소식을 알리면 탈영을 할까봐 위독하셨다고 말도 듣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를 하고 나서야 할머니의 죽음을 아셨는데, 아빠는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로 평생을 죄책감에 살아야 했습니다.


쾅쾅쾅. 경찬아 어멍 춥다게 . 문좀 열어주라 쾅쾅쾅. 경찬아 어멍 춥다게 . 문좀 열어주라

(경찬아 엄마 춥다. 문좀 열어줘라)


아빠는 눈물이 흘러나오는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문을 열려고 다급하게 다가섰고 스님은 아빠의 허리를 잡아채며 문을 못열게 막았습니다.


보살님. 밖에 이신거 사람 아니우다게 . 정신촐리십서보살님. 밖에 이신거 사람 아니우다게 . 정신촐리십서

(보살님. 밖에 있는거 사람 아닙니다. 정신 차리세요 )


스님. 우리 어멍 밖에서 춥댄 햄수다. 문열어줘야되마씸. 우리 어멍 추웡 떨고 이수께스님. 우리 어멍 밖에서 춥댄 햄수다. 문열어줘야되마씸. 우리 어멍 추웡 떨고 이수께

(스님. 우리 어머니 밖에서 춥다고 하세요. 문열어줘야 합니다. 우리 엄마가 추워서 떨고 계세요 )






'쾅쾅쾅. 경찬아 여기 잘도 춥다... 문좀 열어주라게. 어멍 목소리 모르크냐?'쾅쾅쾅. 경찬아 여기 잘도 춥다... 문좀 열어주라게. 어멍 목소리 모르크냐?

(경찬아 여기 너무 춥다. 문좀 열어줘라. 엄마 목소리 모르겠니? )



나강으네 확인해봐야 되쿠다 스님. 어멍 아닌지 확인해사되쿠다 나강으네 확인해봐야 되쿠다 스님. 어멍 아닌지 확인해사되쿠다

(나가서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스님 . 어머니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셨지예 ? 돌아가신 사람이 어떵 여기 이시쿠가. 사람아니우다 어머니 돌아가셨지예 ? 돌아가신 사람이 어떵 여기 이시쿠가. 사람아니우다

(어머님 돌아가셨죠? 돌아가신 사람이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사람아닙니다 )


아빠는 스님의 말을 듣고서야 납득은 하셨지만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문고리를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엄마는 아빠의 등을 토닥거리며 같이 눈물을 흘리셨고 스님은 문고리를 붙잡고 경을 외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밖에서는 계속해서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빠는 그 소리가 끝날때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울다가 잠드신 아빠가 문득 눈을떠보니 새벽이 좀 걷고 빛이 들어오는거 같았고 시계를 보니 6시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말라붙은 눈물을 닦고나서 엄마를 조심스럽게 깨우셨고 벽에 기대어 계신 스님을 부축해 문을 열었습니다.


밖을 보니 어둠이 조금 걷힌 상태로 해가 뜰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언제 그랬냐는듯 밖은 또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


흙바닥에는 어제 보지 못한 발자국 세개가 창고 입구 여기저기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발자국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움푹패인 발자국은 한개의 네모 반듯하게 찍힌 무엇이 같이 찍혀있었습니다.


보살님. 여기 바로 옆에 충혼묘지 이수께. 거기에 다리 잘린 병사들 이시카부댄 관속에 목발 하나씩 넣어줬댄 햄수다. 어제 거기 있던 구신들 올라왔던 모양인게 마씸 보살님. 여기 바로 옆에 충혼묘지 이수께. 거기에 다리 잘린 병사들 이시카부댄 관속에 목발 하나씩 넣어줬댄 햄수다. 어제 거기 있던 구신들 올라왔던 모양인게 마씸


(보살님. 여기 바로 옆에 충혼묘지 있잖아요. 거기에 다리 잘린 병사들 있을까봐 관속에 목발 하나씩 넣고 묻어줬다고 합니다. 어제 거기 있던 귀신들이 올라왔던 모양이에요 )




세개의 발자국는 창고입구에서부터 절벽을 향해 찍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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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첨부했지만 사투리 해석이 더오래걸렸네요 ^^;

매일 눈팅만 하다가 적어본 실화썰입니다.

너무 길어진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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