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한 번 더 보다

줄곧 마블보다 DC 취향이라 이야기해온 이유는 세계관 자체보다 작품으로서의 개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마니아와 팬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일과 그 문화의 현장 앞에서는 단지 한 사람의 관객으로 뭉클해지고 만다. 줄을 서서 입장해 객석이 가득 찬 상영관에 자리를 잡고, 상영 전 광고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영화의 시작 후 온전히 집중한 채로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 스태프 롤까지 확인하는 일. 이 영화에서 설명하지 않았거나 설명되지 않은 대목은 대부분 MCU의 전작들을 통해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그러니까, 그간의 영화들을 보면서 개별 작품으로서의 개성이 약하다 느꼈던 부분들은 오히려 여기에 와서 퍼즐의 조각들로 다시 끼워 맞춰진다. 11년간의 스물두 편의 영화가 결국은 하나의 영화이고 하나의 경험인 셈이다. 누군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이라 하겠지만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아주 대단한 이야기만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며 신뢰를 품는 일과, 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일과, 어둠 속에서도 빛을 꿈꾸고 나아가 직접 빛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일. 결국은 타인과 연대하고 가족을 끌어안으며 가족을 잃은 자와 다시 가족이 되는 일들에 대해 일관되게 말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세계를 만든다. 그간의 아쉬움과 단점을 마치 반칙처럼 모두 극복해버리는 180분 57초. 아마도 지금까지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이라 해야겠다. 유니버스를 만든 모두의 얼굴과 이름을 잊지 않으면서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서명으로 새긴.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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