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왜 파워포인트(PPT)를 없앴을까?

아마존, 링크드인, 도요타의 '공통점'은 뭘까요?
모두 PPT의 프레젠테이션을 없앤 회사들입니다
텍스트(글쓰기) 부재의 폐단을 극복한 것이죠


'기업 보고 문화의 꽃’이라는 프레젠테이션. 그 프레젠테이션의 도구인 파워포인트(PPT)가 개발된 건 1987년(마이크로소프트사)이다. 그 이후 파워포인트는 ‘회의용 필수 아이템’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그런 프레젠테이션의 생명은 ‘간결함’과 ‘신속성’에 있다. 이를 대변하는 용어가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진 이 말은 엘리베이터(elevator) 안에서 투자자를 만났을 경우, 짧은 시간 동안 비즈니스의 핵심, 아이디어, 사업계획 방향 등을 간결하고 신속하게 선전해야(pitch) 한다는 걸 의미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대개 사내 프레젠테이션과 외부 프레젠테이션으로 나뉘는데, ‘엘리베이터 피치’는 후자에 속한다. 사내용 프레젠테이션은 ‘내용 검토와 공유’가 주목적이고, 외부용 프레젠테이션은 홍보나 광고와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미적인 구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당연히 외부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내용이다. 대부분의 작성자들이 며칠 밤을 새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른바 목을 매는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그 특성상 상대방에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화, 추상화 시키려다 보니 화려한 치장과 ‘분칠’에 중점을 두는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핵심 내용은 빠지고 알맹이 없는 자료가 되고 만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마존,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미국 글로벌 기업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없애거나, 그 도구인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부터 파워포인트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카드가 2016년 가장 먼저 PPT를 퇴출했고, 지난해는 두산그룹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미국(링크드인, 아마존), 일본(도요타, 무인양품), 한국(전문가 멘트)의 다섯 사례로 본 프레젠테이션의 실상이다. <편집자주>





#링크드인, 프레젠테이션을 없애다


①링크드인(LinkedIn)의 제프 웨이너(Jeff Weiner) 최고경영자는 2013년 7월 프레젠테이션을 폐지했다. 그 대신 24시간 전에 회의 자료를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했다. 제프 웨이너가 당시 링크드에 올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ᐅ아래는 영어 원문

At LinkedIn, we have essentially eliminated the presentation. In lieu of that, we ask that materials that would typically have been presented during a meeting be sent out to participants at least 24 hours in advance so people can familiarize themselves with the content.





#아마존, 파워포인트 대신 A4 6장 의견서


②2014년 1월, 일본에서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번역 출간됐다. 제목은 ‘제프 베조스의 끝없는 야망’(ジェフ・ベゾス 果てしなき野望). 저자 브래드 스톤은 이 책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아마존의 문화는 독특하다. 회의에서 파워포인트나 슬라이드에 의한 프레젠테이션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여섯 페이지의 의견서로 요점을 설명한다.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는 산문 형식의 글이 좋다’고 베조스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ᐅ아래는 일본어 원문

「アマゾンの文化は独特だ。会議で、パワーポイントやスライドによるプレゼンテーションは行われない。そのかわり、6ページの意見書で要点を説明する。クリティカルシンキングを育むには散文形式のほうがいいとベゾスが信じているからだ。


아마존의 회의에는 시작 무렵 ‘15분간의 침묵’이 흐른다고 한다. 이 15분은 참석자 전원이 A4 6장의 의견서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6장에 달하는 의견서 작성이 파워포인트 그 이상의 ‘고역’이라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아마존이 ‘글쓰기 학교’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PPT 금지


③일본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인 ‘파와포 하나레’(パワポ離れ: 파워포인트 이탈)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도요타에 파워포인트 금지가 내려진 건 2008년 5월이다.


당시 와타나베 가쓰아키(渡辺捷昭) 사장은 결산 발표 자리에서 쓴소리를 했다.(2008년 5월 20일자 주간다이아몬드 기사 ‘도요타그룹이 파워포인트 자숙령’(トヨタグループが「パワーポイント」自粛令!?)


와타나베 사장은 “올해 영업 이익은 엔고, 원재료 가격 상승, 미국시장 부진이라는 ‘삼중고’의 영향을 받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이익 30% 감소가 예상됐던 것. 그는 이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원가 절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워포인트 관련 멘트를 날렸다.


“옛날에는 종이 한 장에(용건을) 기승전결의 내용을 제대로 정리했지만, 지금은 뭐든 파워포인트로 한다. 종이 매수도 많다. 총천연색 컬러 복사를 많이 사용해 낭비를 하고 있다.”


ᐅ아래는 일본어 원문

「昔は1枚の紙に (用件を) 起承転結で内容をきちんとまとめたものだが、今は何でもパワーポイント。枚数も多いし、総天然色でカラーコピーも多用して無駄だ」と苦言を呈したのである。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은 이런 말로 사내 낭비 의식을 질타했다. 사실, 도요타의 프레젠테이션 금지는 파워포인트 자체의 폐단 보다는 원가 절감 차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장이 이런 엄명을 내렸으니, 사내의 보고문화를 바꿀 수밖에.


도요타는 이후 사내 프리젠테이션에서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하고 ‘텍스트 프레젠테이션’을 권장했다. 텍스트로 작성하면 발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다듬을 수 있고, 보다 논리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양품 회장 “파워포인트 불필요”


④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양품계획’(良品計劃)도 파워포인트 보다는 ‘A4용지 한 장’의 제안서를 권고하고 있다. ‘양품계획’의 당시 회장 마쓰이 타다미쓰(松井忠三)는 “파워포인트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라는 책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에서 보면 파워포인트를 통해 화상 이미지나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사용하거나 복잡한 그림을 그려 넣는 등 기획서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의 본질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일입니다.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는 기업도 있지만 무인양품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 한국, 텍스트 프레젠테이션 접목해야 한다


파워포인트는 앞으로 프레젠테이션 문화에서 어떻게 변화해 갈까.


⑤기업과 대학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한 전문가(컨설팅 박사)는 재팬올에 “한국기업들이 파워포인트를 없애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파워포인트 없는 ‘보고문화’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한국의 프레젠테이션 보고문화도 거품이나 분칠을 걷어낼 필요는 있다”며 “파워포인트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도요타 같은 ‘텍스트 프레젠테이션’을 적절하게 접목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요즘 직장인들은 PPT는 잘 만들지만 텍스트용 글쓰기 실력은 형편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PPT 탓에 창의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재우 기자, 재팬올 발행인>


<재팬올 기사 http://www.japano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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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재팬올(http://www.japano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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