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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동수단이었는데 그것이 비행기인지 기차인지 버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말인즉슨 비행기 같지도 기차 같지도 버스 같지도 않았다는 거다. 현직 대통령 옆자리에는 웬일인지 아무도 앉지 않아서, 내가 그 옆에 착석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수군댔고, 나는 영문을 몰랐다. 대통령은 멀미를 하는 건지 심하게 앓고 있었고, 나는 왜 대통령의 옆자리가 비어있었던 건지 발밑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내 신발에는 모르고 밟은 붉은 토사물이 잔뜩 묻어 있었고, 그것은 옆에서 앓고 있는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며칠 뒤 나는 잠수교를 건너 한강 반포지구 부근을 지나고 있었는데, 한 사내가 어딘가를 향해 “죽여 버린다.” “목을 따버린다.” 등의 대사를 목이 터져라 질러대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내의 시선을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으며, 아무리 봐도 그와 시비가 붙은 듯한 사람도 없었다. 제정신이 아닌가 보군, 하고 생각하며 길을 가는데 그가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아주 격분한 감정으로 질러댔다. 이번에는 그 대상의 이름을 붙여가며. 그 대상은 현직 대통령이었다. 나의 백일몽과 격분한 한 사내를 엮어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한 번의 백일몽에서 나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정확히는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며, 억울하게도 공범으로 몰릴 만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인데,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는 꿈이었고, 쫓기는 자의 불안감이 너무나 생생해서, 그것은 악몽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백일몽은 해몽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꿈다운 꿈은 대개 낮잠에 있다. 한 시사주간지에서 배순탁이 뮤지션을 추천하는 코너를 즐겨 읽는데, 그의 안목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생각보다 글에 통찰력이 있어, 우선은 그가 소개하는 뮤지션들을 적어놓고 시간이 지난 뒤에 들어보는 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고, 찾아서 들어 보기는 하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편인데, 최근에야 뒤늦게 접한 한 밴드의 음악을 듣고는, 실로 오랜만에 강한 전율에 사로잡혀, 한 시간가량의 한 앨범 전체를 멈추지 않고 들었다. 배순탁이 뭐라고 소개했었는지는 잊은 지 오래지만, 그들의 밴드 이름을 적어놓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고, 그 이름은 바로 ‘잠비나이’다. 그래, 퓨전은 이런 것이다. 국악이 양념 정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양악과 동일 선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의 음악을 듣는데, 흡사 20년 전 신해철이 발표했던 모노크롬 앨범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음악 전공자라고 소개하며, 모노크롬 앨범을 ‘향후 백 년 안에 대중음악사에 이런 음반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장담한다.’ 식의 말을 했는데, 나도 어느 정도는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나, 이번 잠비나이의 음악을 듣고 나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것은 모노크롬 앨범이 그만큼 이제는 퇴색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잠비나이의 음악을 어떻게 평가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시 수업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의 축하 박수 소리 가운데 그는 수줍어했지만, 감추지 못하는 기쁨을 보았고,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이면서도, 시인의 종잡을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해졌다. 아니, 그것에 관해서라면 늘 그렇다. 그의 앞길에 문운이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브르통 개새끼, 목을 따버리겠다, 마음속으로 격분하며 외쳤다. 결국 8킬로그램짜리 케틀벨 두 개를 구매했고, 커피 광고를 찍는 남자 배우의 셔츠가 마음에 들어 찾아본 결과 생로랑 제품이었고, 12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그것참 너무 하는군, 하고 생각한다. 좋은 날씨다. 흐리다. 선명하다. 흐리고 선명한 날. 이 날씨는 얼마일까 생각한다. 이 날씨를 생로랑에서 만들었다면, 꽤 비싸겠지 생각한다. 너무 비싼 옷은 소설 인물에게나 입혀야겠다고 생각한다. 근데 게네들한테 그런 비싼 옷이 과연 어울릴까, 생각하기도 한다. 늘 글이 늘어지는 이유는 분량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글의 분량은 정해놓는 게 아니다. 시를 두 편 써야하는데, 당최 무슨 시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시 같은 거 개나 줘버리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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