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 년의 사랑 / 정윤천

십만 년의 사랑 / 정윤천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십만 년의 해가 오르고 

십만 년의 달이 이울고 

십만 년의 강물이 흘러갔다 

 

사람의 손과 머리를 빌려서는 

아무래도 잘 헤아려지지 않을 지독한

고독의 시간 

십만 년의 노을이 스러져야 했다 

 

어쩌면, 십만 년 전에 함께 출발했을지 모를 

산정의 별빛 아래  

너와 나는 이제서야 도착하여 숨을 고른다 

지상의 사람들이 

하나둘 어두움 속으로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우리는 이런 비탈진 저녁 산기슭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는가  

여기까지 오는 데 십만 년이 걸렸다 

 

잠들어 가는 지상의 일처럼 우리는 그만 잠기어도 된다  

더이상의 빛을 따라나서야 할 모든 까닭이 사라졌다 

 

천 번쯤 나는 매미로 울다왔고 

천 번쯤 나는 뱀으로 허물을 벗고   

천 번쯤 개의 발바닥으로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으리라


한번은 소나기로 태어났다가 

한번은 무지개로 저물기도 하였으리라 

 

물방울들이 모여 물결을 이루는 

멀고도 반짝이는 여정을 우리는 왔다


태어난 자리에서 그대로 난다는 의미의

이름으로 불려지던 나비처럼

날고 또 날아올라서 여기까지 왔다


바다인들 거슬러오르려는 거꾸로 붙은 비늘처럼

금빛의 역린같이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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