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와 늑대

6~7살 때 이 동화를 알게된 후로 한동안 늑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었다. 동화에서 늑대가 소녀와 할머니를 잡아먹은 것과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는 것들의 내용도 그로테스크했지만, 그 내용에 충격을 받았었다기보다는 정말 단지 동화의 분위기와 동화책 그림의 늑대가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에 어릴 적 나는 동화책이 있는 방에 혼자 들어가지도 못했었다.

그리고 조금 전, 야심한 새벽에 머리 속을 스쳐가는 이 동화가 정말 뜬금없이 생각이 났고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에 젖어 구글링을 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추억에 젖어서 검색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성인이 된 내가 더 이상은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자위하는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 트라우마는 어렸을 적 거대했던 내 공포심에 기생하여 지금은 작아진 그 곳에서 여전히 내 한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고, 그 늑대의 눈을 닮은 어두운 살벌한 빛이 내 피부를 타고 올라와 목을 옥죄어왔다. 그리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곤 그 깊은 어둠으로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 후 바로 페이지를 닫아버렸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은 성인이 된 나의 반발일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나와 같이 어릴적 트라우마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정말 뜬금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충분히 마음을 다잡고 그 문을 열길 권한다.

오늘 나의 꿈속에 그 늑대가 나타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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