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리뷰, 그 중 <모래로 지은 집>

복잡한 널 사랑한 복잡한 나.


<내게 무해한 사람> 중 <모래로 지은 집>

관계에서는 도무지 명확한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 내 마음의 경계로써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 놓는다고 했을 때, 타인들은 깔끔하게 원 밖이나 원 안에 위치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에 한 발씩 걸치고 있다든가, 또는 원으로 들어왔다가 튕겨져 나가는 식으로 애매하게 자리 잡는다. 그러한 모호함에 개인은 곧잘 불안함을 느낀다. 작품 속 ‘나비’는 자신이 그려놓은 경계를 넘나드는 공무와 모래를 보며 갖가지의 감정을 모두 통과하는 인물이다. 나비와 공무 그리고 모래가 느끼는 감정의 덩어리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각 인물의 사이를 부유한다. 그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상황들에 대해 쉽게 규정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무방비하게 느낄 뿐. 쌓여가는 감정들을 버텨내지 못한 사람은 가장 단순할 것 같았던 모래였다. ​

“왜 이해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공무가 한 말을 듣고 나비는 자신을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해를 하려는 노력’은 사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을 똑바로 대면하지 않고 애써 묻어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비극은 자신이 남에게 준 상처는 애써 묻어두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그토록 나비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과 자신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나비는 공무, 그리고 모래와의 관계를 쌓아간다. 나비가 공무에게 느꼈던 것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또는 그 중간의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관계의 줄다리기와 감정의 저울질 속에서 나비는 모래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모래를 때론 답답해하기도 하고,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얄밉게 느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이는 진정으로 모래 그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나비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

비평가 신형철이 ‘우리는 타인을 단순하고 나쁜 사람으로, 자신은 복잡하고 좋은 사람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은 복잡하고 나쁘다.’고 했다.


나만 복잡한 사람이라고 단언하다가 다른 이의 복잡한 내면을 보았을 때 느끼는 일말의 불쾌감. 우리는 그 불쾌감이라는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오만함의 실체를 짐작한다. 나비는 그 막연했던 관계의 막을 내리는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오만함의 실상을 마주한다. 그들 모두는 복잡한 사람이었고, 그 복잡함 가운데에서 모래와 나비는 서로 사랑을 하기도 했다. 다만 주체하기 어려운 열망과 결핍 속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어느 누구도 잘못은 하지 않았지만 상처가 나기도 한다. 그 상흔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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