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레티와 죄어링

http://shr.gs/Gbo8TOE

아무래도 유럽에 있다 보니 그들의 사랑 얘기가 주말 특집이 될 수밖에 없겠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서도 사랑은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랑은 영화화 될만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된 적은 없었다. 당시 톱 수준의 영화배우와 독일 장교 간의 사랑이다.


예명은 아를레티(Arletty, 본명은 Léonie Bathiat), 그녀는 당시 42세였지만 여러 고전 영화에서 두각을 보인 톱 스타였다. 1941년 점령한 독일에게 조금씩 적응해 나가던 프랑스 파리, 피에르 라발(!)의 딸, 조제 라발은 아를레티에게 독일 장교 한 명을 소개시켜준다. 불어가 매우 유창했던 한스 위르겐 죄어링(Hans Jürgen Soehring)은 공군 헌병단 군 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것도 괴링이 신임하는 장교 중 하나였다. 그의 나이는 32세.


어깨가 넓고 하관이 좋으며 빛나는 눈빛과 완벽한 형태의 귀. 역시 남자는 외모다. 아를레티는 그를 가리켜 짐승(Faune)이라 불렀고, 그는 아를레티를 가리켜 암사슴(biche)이라 불렀다. 그들은 1941년 9월부터 데이트를 시작한다. 다만 그들의 데이트가, 독일 군부가 보기에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1942년 최전선으로 계급 강등(!)과 함께 전근 명령을 받았고(참조 1), 1944년에는 아예 이탈리아에 배치된다. 그들은 서신을 나눴다. 죄어링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립군요, 암사슴. 물처럼, 공기처럼 당신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파리에 있던 아를레티는 그에게 에르메스 스카프같은 선물도 줬던 모양이다. 다만 아를레티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히틀러가 죽은 다음에나 할 것이라면서 말이다(참조 2). 그러다가 1944년 8월, 파리 해방이 닥쳤다. 아를레티는 다시금 그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정말 강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긴꼬리 원숭이처럼 당신 목을 휘감고 있을 거예요. 떠나지 말아요, 당신의 암사슴.”


해방 직후 파리에서 독일에서 전달되는 서한은 모두 검열을 받고 있었다. 아를레티는 체포된다. 이때 아를레티는 유명한 말을 하나 했다고 전해진다.


“Mon cœur est français, mais mon cul est international. / 내 가슴은 프랑스이지만, 내 엉덩이는 나라를 초월합니다.”(참조 3)


그녀는 수평적 친독 협력(collaboration horizontale)으로 가택 연금 상태가 된다. 연금이 풀리자마자 아를레티는 독일로 간다. 이때도 죄어링은 그녀에게 청혼을 했지만 그녀는 사양한다. 자신의 독립이 뭣보다 먼저였기 때문이다. 다만 브르타뉴에 같이 살 집을 하나 사기는 했으나… 둘이 그 집을 들어갈 일은 없었다.


결국 죄어링이 다른 여자를 사귀어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둘의 연락은 끊이지는 않았고, 서독 외교관이 되어 부임해 나가는 그에게 그녀가 신발도 사서 보내고 했었다. 그러나 비극은 콩고에서 일어났다. 주콩고 서독 대사였던 그가 1960년 10월, 아들과 함께 수영을 하다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를레티는 다이어리의 10월 9일에 커다란 빨간 십자가를 그려놓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왕년의 스타, 아를레티와 그의 관계를 기사에 싣지 않았고, 아를레티는 죄어링 이후로 연인을 사귀지 않은 채 여생을 보낸다.


--------------


참조


1. Eine Liebesgeschichte zwischen den Fronten(2011년 5월 8일): https://www.deutschlandfunk.de/eine-liebesgeschichte-zwischen-den-fronten.700.de.html?dram:article_id=85049


2. Arletty, confidences à son secrétaire (Michel Souvais, Publibook 2006) p135


3. Le beau nazi d'Arletty(2015년 3월 5일): http://po.st/DNv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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