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원 메르켈

https://www.faz.net/-hf2-9nv8e?premium=0x8e4b4cd13d3cc889701e0d0ceea8d7b7


동독에 비공식협력자(Inoffizieller Mitarbeiter)라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IM 이름", 이렇게 붙이면 동독 슈타지의 (비공식) 비밀요원이 된다. 최근 독일에 뜨는 소문 중에 "IM Erika"가 있는데... 이게 메르켈을 의미한다나? 결론부터 내리겠다.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음모론이 나온 이유가 있기는 하다. 슈타지 문서는 열람이 당연히 가능하다. 그렇지만 비공식협력자에 대한 문서 열람은, 해당 인물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없다면 없는 것이고 있다고 해도 설마 메르켈이 동의를 하겠나? 게다가 통독 당시 슈타지가 문서를 대량으로 소각하지 않았던가?


사실 1978년 당시 문서에 따르면 슈타지는 그녀를 고용하려 노오오력했었다고 한다. 당시 원생(...) 메르켈은 서독 여행이 두 번 허용됐었고, 소련이나 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폴란드 여행도 했었다. 슈타지는 당연히 메르켈의 모든 행적을 기록해 놓았다. 감시 "대상"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가짜 뉴스가 퍼질까?


이 FAZ 기사는 2005년 당시 한 다큐멘터리를 지목하고 있다. 2005년이면 메르켈이 총리가 되는 해이며, 당시 메르켈은 사생활 및 공정한 취급 등을 이유로 다큐멘터리 측에 사진 제공을 거절한다. 그래서 1980년대 초, 당시 동독 체제를 비판하던 화학자 Havemann 집을 "감시"하기 위해 메르켈을 슈타지가 동원한 것 아니냐는 대목이 다큐멘터리에 나온다.


애석하게도(?) 당시 슈타지는 감시 역할을 아무나에게나 맡기지 않고 숙련된(!) 요원들에게 맡겼었다. 정말로 메르켈을 어떻게든 이용했다면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집 앞에서 찍혔다는 메르켈 사진도 나오지만, 이 사진은 실제로 찍힌 것이 아니라 집에서 발견됐다는 메르켈의 면허증 사진 합성이었다.


서독 여행 두 건(1986년, 1989년)은 당시 동독인들에게 상당한 특권이기는 한데, 정말 슈타지의 비밀 요원이었다면 더 자유롭게 서독 여행을 갔을 것이다. 다만 폴란드 여행이 좀 재밌었는데, 메르켈이 자유노조(Solidarność) 문건을 갖고 귀국했다가 세관에서 걸렸다. 자기는 폴란드어를 읽을 줄 모르며, 이게 금지된 문건인지 몰랐다고 해명하는 메르켈. 그냥 풀려난다. 아마 이 사건이 가짜뉴스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슈타지 문서 중 메르켈 관련 문건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감시 대상"으로서의 문건 뿐일 듯 하다. 독일 특성 상, 메르켈이 슈타지 문서의 파쇄를 명령했을 것 같지는 않다(실제로도 총리실의 관여는 불가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에리카"는 어디에서 나온 별명일까?


박사 과정의 원생 메르켈을 모델로 한 소설이 하나 있다. "로베어트의 여행(Roberts Reise, 메르켈의 동창이 쓴 소설이다)"이라 하는 이 소설에 비공식 협력요원이 등장하기에 저런 가짜 뉴스가 나왔겠거니 하는데, 문제는 이 소설이 통일 한참 후인 2000년에 나왔으며, 메르켈을 본딴 캐릭터의 극중 이름은 "레나테"이지 에리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론, 에리카가 왜 나왔는지는 정말 모르겠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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