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4화

나야

날씨 정말 미쳤다 그치

주말은 푹푹 찌다가 동남아마냥 스콜이 퍼붓고

그렇잖아도 기운 빠지는 월요일도 이렇게나 덥다니

더운 날 조금이나마 시원해지라고 점심시간에 가져와 봄!

밤에 올리면 나도 무섭기도 하고 ㅎㅎㅎ

그럼 계속 같이 읽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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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보니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4)


이상한 일들이 마을에 벌어지고 있어. 이 모든 일들이 곰팡이랑 관련이 있다고 꽤 확신하고는 있어. 물론 100프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불과 삼일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멍청하다고 느껴졌는데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겹쳐지고 있으니까.


우리 마을은 꽤나 작은 편이야. 전체 인구 한 4000명정도? Lizzy랑 나는 마을에서 한 3마일 정도 떨어진 모텔에서 머물고 있었어. 마을로 들어가는 일은 식료품 사러 갈 때뿐이었고. 그래서 그런 변화들을 한 이틀 동안은 전혀 감지를 못했어. 근데 이젠 분명히 알겠어.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내가 그걸 처음 알아차린 건 목요일 한 다섯 시 쯤이었나? 슈퍼마켓에 뭐 먹을 걸 사러 갔을 때였어. 인구가 얼마 없긴 하지만 보통 이 시간 대 슈퍼는 굉장히 붐비거든? 근데 사람이 진짜 한명도 없는거야. 나랑 계산원 한 명 빼고는. 진심 한 명도 없었어. 그 계산원은 나를 봐서 굉장히 반가운 눈치더라. 그 사람도 엄청 무서웠던 거지. 나보고 이 마을에 뭔가 바이러스 같은 게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다들 아프다고 집에서 절대 나오질 않는다는 거야.


그 사람 말이 맞았어. 밖은 무슨 버려진 도시 같았어. 원래는 내가 길을 따라서 내려가면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있거든? 근데 날 반겨주는 건 갈매기 몇 마리 뿐이었어. 대부분의 조그만 회사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고, 큰 프랜차이즈들은 최소 인원들만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어. 직장에 안 나오는 게 무슨 전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지선 전화는 아예 되지도 않았고 핸드폰도 잘 안 터졌어. 우리 마을이 숲 깊은 곳에 있긴 해서 가끔 전파가 잘 안터지는 때가 있기는 했지만.. 그냥 십 분쯤 그러다가 다시 잘 되곤 했거든. 이걸 그냥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이상했지.


나는 산소 호흡 마스크를 가져갔어. 강박증이라고 해도 좋아. (물론 너네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잖아. 곰팡이가 우리 마을 전체를 다 뒤덮었다고. 아직 밖에서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건물들 여기저기에 “보수를 위해 잠시 문을 닫습니다”라는 공지가 붙어 있는 걸 보면 확실하지.


내가 경찰서도 문이 잠겨 있다고 말 했었나? 무슨 흉가같았어. 어떤 창문은 심지어 깨져 있었고. 판자때기랑 폴리스 라인 같은 것들은 건물 한 켠에 버려져 있었어. 나는 FBI나 SWAT 팀 같은 게 우리 경찰서랑연락이 두절돼서 우리 마을로 투입되지 않을까 하고 반쯤은 기대하고 있어. 근데 뭐 그게 실제로 일어날지는 모르지. 너네가 주에서 우리 마을의 이상 현상을 알아차릴 거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렇게 버려진 마을이 된 지 불과 며칠도 안됐어. 우리 경찰서가 주에 얼마 간격으로 보고를 올리는지도 잘 모르겠고.


전화를 해도, 또 집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반응이 없었어. 확인을 좀 해보려고 이웃집들을 좀 돌아봤거든. 그러다가 이웃집 중에 어떤 집 창문에서 뭔가를 발견했어. 어떤 심술궂은 노인네 집이었지. 우리가 그 집 잔디를 밟을 때마다 우리한테 막 으르렁거리던 노친네였는데, 그 창문 너머에 그 사람이 있었어. 창문에 똑바로 서서 그냥 웃고 있었어. 그냥 졸라 엄청 크게 입을 벌리고. 난 그 인간이 웃는 걸 본 적이 없어. 근데 날 보고 웃고 있었던 거야.


그 노인네가 눈을 감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좀 걸렸어. 근데 내가 걸어가는 동안 내 쪽을 향해서 몸을 돌렸어. 나를 볼 수 없는 게 분명한데. 귀가 엄청좋으면 그런 게 가능하려나? 근데 그 인간은 거의 귀머거리나 마찬가지인데.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이 창문에서 한 걸음 물러났어. 그 움직임이 진짜… 너무 삐걱거려서 꼭 자기 몸을 움직이는 걸 잊어버린 사람같았어. 그러고 나서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짐.


어제는 파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봤어. 길 코너 쪽에 서 있었는데 나를 등지고 있었지. 밖에서 사람들을 하도 못 봐가지고 너무 반가웠어. 거의 환호하면서 이 여자한테 가까이 다가갔어. 원래는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까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서 나를 어깨 너머로 쳐다봤어. 움직이는 게 너무 부자연스러웠어. 너무 갑작스럽고 통제가 안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꼭 경련하는 것처럼. 난 그 여자가 미소 짓는 걸 보자마자 멈춰 섰어.


그 여자가 나를 향해서 돌아보기 시작했어. 천천히, 거의 기계적인 느낌으로. 한 쪽 어깨를 밑으로 내리고 다른 쪽 어깨는 위로 올리고, 팔을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어. 무슨 로봇 춤 같았음. 옆으로 돌면서 발 하나를 잘못 움직였는지 발목이 확 접혀지면서 소름끼치는 뚝 소리가 났는데 전혀 알아차린 눈치가 아니더군. 그 와중에도 꿈쩍도 않고 미소 짓고 있었으니까.


발을 다시 원래대로 하려는 노력조차 안 했어. 그냥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채로 못박힌 듯이 서 있었어. 발목이 분명 접질렸거나 부러졌을텐데. 인간 발목은 절대 그렇게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야.


그리고 그 여자가 내 쪽으로 완전히 돌아 섰을 때, 팔을 갑자기 축 늘어트렸어. 그러면서 머리를 내 쪽으로 기울이고 목을 쭉 늘이더니 활짝 웃었어. 진짜 문자 그대로 정신병자처럼. 그러더니 그 부러진 발목을 끌고 휘청휘청거리면서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어.


난 그 여자가 두 발자국 움직이기도 전에 도망갔어. 본능적으로 그 여자가 날 잡을 수 없을 거란 걸 알았지. 제자리에서 도는 데만 해도 2분은 족히 걸리는데 뭐. 난 아무런 식료품도 안 사고 모텔로 그냥 돌아왔어. 그 마을 경계에서 벗어나는 게 일단은 안전하게 느껴졌어. 


모텔의 직원들은 되게 친절했고 진짜 다행히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근데 차를 타고 “[수정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을 지나기만하면 이상한 분위기가 확 느껴져.


음… 너네한테 말하기가 좀 무서운 게 하나 있어. 나도 내가 멍청한 짓을 했다는 걸 잘 알아. 설교는 필요 없으니까 하지 말아줘.너희가 나한테 할 그 모든 욕들을 Liz한테 다 들었으니까. 나 스스로도 욕 엄청 했어.


이 일은 우리가 마을에 돌아온 다음 날 일어난 일이야. 내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기 이전의 일이지. 뭔가 분노와 공명심에 사로잡혀서 나는 자고 있는 Lizzy를 두고 내 아파트로 갔어.


그래, 다시 돌아갔어. 밤에. 난 내 산소 마스크를 쓰고, 성능 좋은 플래시를 가지고 장갑을 끼고 까만 옷을 입고 갔지. 내가 무슨 Splinter Cell(게임)에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상남자가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러 나가신다. 난 심지어 내가방에 그 라벤더도 챙겼어. 안전이 제일이니까. 지금은 진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미친 짓을 했다고 인정해. 내 생애 가장 큰 실수일 거야.


난 몇 겹으로 쳐진 폴리스 라인들을 넘어서 정문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내가 알아낸 건 내 출입증이 작동을 안 한다는 것 뿐이었어.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마찬가지로 문이 안 열렸지. 주차장 근처에 뒷문이 있는데 대부분 안 잠겨 있다는 걸 기억하고는 거기로가봤어. 마스크를 쓰고 안으로 들어갔어. 문이 엄청 삐걱거리더라고. 그건 예상 못했는데.


들어가니까 그 참혹한 현장이 고스란히 보이더라. 곰팡인지 뭔지가 진짜 온 벽이랑 천장을 죄다 뒤덮고 있었어. 심지어는 카페트에서도 자라기 시작했어. 벽에 곰팡이 때문에 군데군데 벽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거의 대부분의 전등은 땅에 떨어져서 박살이 나 있었어. 코너에서는 곰팡이가 3D로 자라나 있었어. 곰팡이가 자란 데에 또 자라고 자라고 해서 거대한 뭉테기를 이루고 있었다고. 난 최대한 코너에서 멀어졌어.


Jess가 사방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었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어. 난 그게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지 체감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던거야. 내가 천천히 복도나 로비를 둘러볼 때마다, 내 뒤에 분명 누가 있다고 확신하면서 돌아본 적이 한두 번이아니야. 그 때마다 뒤엔 아무도 없었어.


나는 위층으로도 아래층으로도 갈 수 없는, 아니 가기 싫은 상황에 마주쳤어. 여기 오기로 한 결정에 엄청 후회하기 시작했지. 거길 둘러보면서 계속 뭔가를질질 끄는 소리랑 발 구르는 소리? 같은 게 위쪽에서 들렸어. 그냥 누가 위 층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생활 소음들 있잖아. 근데 그건 말이 안되는거지. 이 아파트는 싸그리 비워져 있어야 되는데.


일단 둘러는 봐야 하니까 로비부터 시작하기로 했어. 좀 보니까 경찰 모자가 하나 땅에 떨어져 있었어. 곰팡이로 다 뒤덮어져 있는 상태로. 사실 그때까지는 별로 안 무서웠어. 근데 그걸 보고 있으니까 뭔가 말문이 막히는 거야. 이걸 떨어트린 경찰이 자기 의지에 따라서 이걸 여기 놓고 갔을 리는 없는 거잖아. 그때부터,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불안한거야. 나는 바로 몸을 돌려서 서둘러서 떠날 준비를 했어.


근데 그때 누가 나를 따라서 복도를 따라서 내려오고있었어. 반대편 끝에 있는 큰 방 쪽에서.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그 그림자의, 그 발작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고 있었어.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어. 나는 천천히 손전등 불빛을 그 쪽으로 비췄어. 뭐든간에 이게 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것은 나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어. 그냥 벽을 따라서쭉 걸어가고 있었어. 내쪽은 보지도 않은 채로. 

근데 나는 단박에 그게 Alex라는 걸 알아차렸어.


그것, 아니 그는 굉장히 말라 있었어. 옷이 그냥 뼈에 걸쳐져 있는 정도로. 머리카락의 대부분은 빠져 있어서 두개골의 골격이 듬성듬성 다 보일 정도였어. 근데 이것보다 더 끔찍했던 건… 이걸 도대체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난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줄 알았어.


Alex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 있었어. 90도로. 과장하거나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정말 자로 잰 듯한 90도였어. 등이 정말 꼿꼿하게 바닥이랑 평행을 이루는 90도. 그렇게 뒤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걷고 있었다고. 


다리를 땅에 단단하게 디디고 아주 천천히 삐걱삐걱 걸어나가고 있었어. 팔은 그냥 축 늘어트리고있었어. 땅에 질질 끌면서. 그건 진짜 절대 불가능한 움직임이야. 척추가 부러져 있지 않고서야. 그리고 척추가 부러지면 온 몸이 마비되거나 죽는다고.


그걸 본 순간, 진짜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소리가 난 순간 Alex의 머리가 휙 돌아서 나를 향했어. 엄청 환하게 웃고 있었어.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광대뼈가 한껏 올라가 있는 그런 웃음. 진짜 맹세하는데, 이빨이 더 길어져 있었고 더 많아져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환각을 경험하는 것 같았어.


그러더니 내 쪽을 향해서 오는거야. 존나 게처럼 옆으로 걸어서. 물론 미친놈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꽤 빠르기까지 했어. 진짜 오줌쌀 뻔 했다고. 다행히도 정문으로 도망나와서 나올 수 있었지. 뭔가가 유리문에 세게 부딪혀서 쾅 소리가 났는데 곰팡이로 다 뒤덮여 있어서 확인할 수는 없었어.


이게 일어난 일의 전부야. 집에 와서 그때 입었던 옷이랑 장갑이랑 다 태웠어. 그리고 Liz가 나한테 2시간 동안 욕하고 소리지르게 냅뒀지. Alex는 진짜 너무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고, 난 Jess랑 Lisa도 그렇게 됐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이 마을 전체는 감염됐어. 그러고 나서 이틀 정도가 지났는데 우리 호텔에는 아직까지 곰팡이가 침투한 흔적이 없어. 나도 아직까지는 괜찮고. Z한테 이메일 보내 봤는데 답장이 없네. Liz랑 나는 곧 이 좆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계획인데, 제발 이 모든 사건들이 좀 종결됐으면 좋겠어. Lisa가 진짜로 돌아올 수 없는 건지도 알아야겠고.


뭔가 더 일어나면 업데이트 할게. 



일어나보니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5)


안녕 여러분.Elizabeth야. Alan이 나한테 계정 비밀번호를 알려줬어. 더 이상 이 문제랑 씨름하기가 싫대. 근데 뭐라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야. 왜 그런지 너무 잘 이해하니까.


Alan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지 열흘 정도 지났지. 너희가 목 빠지게 기다리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너무 못 할 짓인 거 같아서 글을 올려. 죽은 건 아니고, 그 동안 별 일이 없어서.. 뭐 쓸 만 한 내용이 없어서 그랬어.


우리는 결국 우리 마을Veneta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어. 내가 처음부터 그러자고 했는데 Alan이 마을이랑 가까운 데 머무는 게 좋다고 고집을 부렸거든. 근데 그 Z라는 사람이 우리한테 다시 연락해서 더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고 그랬어. 그래서 우리는 지금Washington 안에 있는 작은 도시George에 있어.(George, Washington이라니. 이름참..)


여기다가 우리가 어딨는지 올리는 이유는 Z가 우리를 찾기 쉽도록 하려는 의도야. 우리는 요 다음으로Seattle 쪽으로 가 볼 생각이야.


Alan은 지금 잠깐 자고 있어. 자는 게 아무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상이지. 요즘에 둘 다 잠을 잘 못 잤거든. 서로 번갈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고 있으니잠 잘 시간이 많지 않을 수밖에. 맙소사, 진짜 악몽이야.


나 꼭 감염된 것 같은 기분이야. Alex가 변해버렸던 그런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우리 둘 다 전혀 정상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아. 가장 친했던 친구들을 잃어버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는 그런 슬픔 때문만이 아니야. 뒷통수가 끊임없이 근질거리고 소름이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 그런 기분 알아? 하루 종일 방 구석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방 안에 뭐가 있는지 계속 살피는 것 밖에는 못 하는 그런 압도적인 불안..


뭔가가 분명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곰팡이나 괴물 같은 건 없어. 난 지금 심지어 우리 엄마를 보러 가고 싶지도 않아. 그니까 내 말은 우리 엄마 진짜 너무 너무 보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게 느껴져. 편집증인가봐. 그것도 존나 중증 편집증.


그거 말고 나머지는 너네가 아는 게 전부야. 우리는 이유 없이 불안해 하는 게 아냐.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래.


Z가 이메일 상으로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지는 몰라도, 오프라인으로는 겁나 미스터리의 인물이야. 우리 질문에 그렇게 많이 답하지 않아. 그냥 계속 우리가 더 많이 알수록 더 나빠질 뿐이라고 말하고만 있어. 그래서 우리도 그냥 그거에 대해서 별로 생각 많이 안 하려고 노력 중이야. 


Z가 말하기를, 그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하나의 암묵적인 주술 중에 하나일 수 있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그것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고. 존나 뭔 소린지.


근데 나 좀 나댔어. 일주일 전에 Z가 Veneta 근처에 있었던 우리 모텔로 찾아왔었어. Alan이 그 사람에 대해서 나한테 말해주긴 했는데, 갑자기 180이 넘는 거구의 고트족 남자를 마주하게 되니까 되게 좀 그렇더라. 그 레게 머리도 엄청 특이했어.


그 사람이 들어와서 앉더니 우리한테 대뜸 “당신들 돌았어? 아니면 좀 모자라나?” 이러는거야. 내가 아마 되게 모욕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날 한번 힐끗 보더니 “그렇게 보지 마 이쁜아. 자기 옆에앉아 있는 이 친구가 몇 주 동안 나 진짜 못살게 굴었다고.”


그리고 Alan을 향해 돌아앉았어. “우리가 지금까지 당신 잡을라고 쌔빠지게 고생해서 결국 치료시켜주고 별 지랄을 다 했더니, 뭐 그 아파트로 다시 돌아가?”


Alan은 Z한테 설명하려고 시도했지만 Z는 변명에는관심이 없었어. 진짜 엄청 빡친 거 같았어. 우리보고 뭔가를 할 생각은 하지 말고 빨리 도망가라고 그랬어. 아니면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고. 그가 “[…]”라고 말했어. 더 자세하게 설명은 안 했고, 다시 한번 “더 적게 알수록 당신들한테 좋다”고 말하기만 했어.


그 사람이 우리 문제는[..>]라고 그랬어. 우리는 그 사람한테 우리 마을이랑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냐고 그랬더니 그냥 고개만 젓더라고. 우리는 어떻게 찾은 거냐고 그랬더니 인터넷 뒤져 보면 다 나온다고 했어. Nosleep에 계속 글을 올리는 게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우리 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언제 행동을 개시할 지 알 수 있다고 그러더라. 근데 아마 자기네들 말고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으스스하게 경고했어.


Z가 자기 이메일 주소를 바꿨대. 너희들이 하도 메시지를 보내대서. (우리 둘은 이게 너무 웃기다고 생각했음ㅋㅋ) 새로운 주소를 우리한테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nosleep에다가 계속 글을 올리라고는 했어. 왜 그 사람이 우리를 신경쓰는지 모르겠어. Alan이 그 크리쳐들한테 중요한 존재여서 Z네 단체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가?


나도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확실하진 않아. 난 Alan 옆에서 곁다리로 뒤집어 쓰게 된 것같긴 하지만, 뭐 그건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 수도 있어. 그래도 Alan을 떠나지는 않을 거야. 얘는 지금 나한테 있는 전부인걸.


음, 지금부터가 중요한 내용인데, Z, 혹시 읽고 있어? 당신 보라고 쓰는거야.


어젯밤에 난 진짜 끔찍한 악몽을 꾸고 일어났어. 내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뭐 그런 꿈이었어. 끈적끈적한 액체 속에서 걷는 거 같은 느낌으로 엄청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뭔가 창백한 게 날 따라오는 꿈. 계속 뒤를 흘끔흘끔 보면서 달아나고 있었어. 아,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다 꿈에서 갑자기 깬 거야. 난 뭐가 날 깨웠는지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지. 진짜 갑자기 뭐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깼는데, 꿈 때문에 깬 것 같지는 않았단 말이야. 내 몸의 모든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어. 진짜 열심히 귀를 기울였는데 옆 침대에서 Alan이 깊이 잠들어 있는 숨소리 밖에는 안 들렸어.


방에는 어둠이 너무 짙게 깔려 있어서 그냥 대략적인실루엣 밖에는 안 보였는데, 뭔가 손을 뻗어서 불을 켜고 싶지는 않았어. 왜 어렸을 때 자다가 깨면 그런 생각 하잖아. 만약에 침대에 숨도 안 쉬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괴물이 너가 거기 있는 줄 모르고 그냥 갈 거라고


난 그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어. 어둠 속에서 겁에 질려 있는 채로. 내가 거기 얼마 동안이나 긴장하면서 누워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쪼끄만 움직임에도 진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한 두번인가는 복도 쪽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진짜 그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면서 다시 잠들려고 무진 애를 썼단 말이야.


새벽 어스름이 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들어오면서 방도 점점 밝아졌어. 나도 슬슬 잠이 들려고 하는 참이었고. 웃으면서, 나는 침대에 몸을 깊숙히 파묻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 진짜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선 사이에 있었던 참이었어. 그 때 그 소리가 확실하게 들리기 시작한거야.


문 손잡이가 달각거리기 시작했어. 조용히, 너무 조용해서 내가 처음에는 거의 무시할 뻔 했지. 밖에 있는 누가 잠겨 있나 안 잠겨 있나 조심스럽게 시험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움직였어. 소리는 곧 멈췄지만, 내 눈은 크게 뜨여졌지. 천천히, 소리 없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문 쪽을 주시했어.


곧 그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좀 더 크게. 힘을 더 줘서 문고리를 돌리고 있는 거야. 내가 헉하는 소리를 내니까 Alan이 일어났어. 난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고 들어보라고 했어. 소리 없는 침묵이 길게 이어졌어. 그러다가


쿵, 달칵 달칵, 쿵 쿵 쿵


누가 어깨로 문을 받으면서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는것 같았어. 나는 Alan의 침대로 기어 올라가서 Alan에게 안겼어. 우리는 그 쿵쿵거리는 소리와 달칵이는소리가 계속되는 동안 계속 그렇게 숨죽여서 부둥켜 안고 있었어. 2,3분 남짓이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길게 느껴졌어. 


조금 있다가는 문을 박박 긁는 소리가 났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거의 애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시작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끝났어. 그 질질 끄는 발자국 소리가 문에서 멀어지는 게 들었어. 그 어색하고 불안정한 발소리. 한 쪽 발은 끌고 다른 쪽 발은 바닥에 쿵 내려찍는 소리.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Alan은 문에 난 구멍으로 밖을 살펴봤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문을 열었지. 문 밖 바닥에 귀걸이 한 개가 놓여 있었어. 무슨 협박장처럼. 우리 방 번호판도 없어져 있었어. 그게 가져간거야. 그냥 싸구려 나무 문에 못자국 4개만 나 있었어.


Alan은 그걸 집어서 사진을 찍었어. “후대를 위해서”라나. 이게 그 사진이야. 별 건 아닌데, 보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

이게 누구 귀걸이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 이게 걔 귀 위쪽 연골에 항상 있는 걸 내가 봐왔으니까. 걔는 13살 때부터 이걸 계속 하고 다녔어. 저 헐거운 연결고리랑 닳아빠진 은박을 보면 절대 착각할 리가 없지. 이건 Jess꺼야.


내가 자리에 앉아서 이걸 계속 노려보면서 이게 대체무슨 뜻일까 고민하는 동안 Lisa의 핸드폰이 울렸어. Alan이 그걸 아직까지도 가지고 다니거든. 반은 감수성에 젖어서, 반은 그걸 다시 주인한테 돌려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에. 문자는 알 수 없는 번호에서 온 거였어.


UNKNOWN

도망ㅇㄱ 너가 ㅀㅏㄹ 수 최대한 ㅂ빨리

그래봤ㅈ아 ㅇ아무 ㅅ오ㅗ용 없어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George를 떠나. 모텔도바꿨어. 뭔가에 끊임없이 쫓기는 기분이고 이게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어. 우린 지금 Seattle로 가고 있어. Z, 만약 뭔가 해답을 갖고 있다면,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면, 제발 우리를 찾아와 줘. 



일어나보니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6)


사랑하는 Alan과 Elizabeth에게


너네 Lisa 폰ㅇ을 Ellensburg 밖같 어딘ㄱㅇ에 버령놔더라. 고마워. Lisa가 만이 찾앗서. 아니, 많이 찾아엇어*. 근ㄷ에 주긴엔는 너무 늦어버룟넹. 직ㄴㅁ은 너무 깊ㅇ는 곳에 있어. 우리는 이걸ㅇㄴ 쓰려고 ㅍㅍㅇ노을 상용중이야. 난 이걸 쓰려고 폰ㅇ을 사용중ㅇ이야. 이 글을 ㅇ롤려서 너네가 볼 수 있겧ㅎ 할려고.


ㅈ러박함이 우리를 여긱ㄱㄱ까지 몰고 왔어. 그래도 울니은 이야기 할 ㄱ게 남아 있어. ㅇㄹ리 마음 속에ㅔ는 중ㄴ요한 일들이 아직 ㅁㄶ아. 왜 ㄴ라를 피하는겨야? 낵가 무서어? 뭇어워 하지ㅁ나. 넣희를 햋치 생각ㅇ느 없어.


나한테 돌아ㅗ아. 집으로 돌아와. 우리가 잇는 곳으로. 모두 널 그리워해. 몯두가 널 걱저ㅓ해. Z는 위험ㅎㅎㄴ 삭ㄱㅆ꾼이야.


[...} throat.

[rudesorryy]

[a..{y


(이건 해석 불가..ㅠ)


Elizabeth, Z가 ㄴ너를 글런ㅅㄱ으로보는일ㅇㅇㅎㅡㄴ 다시 업을거야. 우리가 그녀를 지킬걸랴 Alan, Z는 Lisa를 짘키는데 실패햇잔ㅇ하. 그냥 미끄러지겍 놔뒂지슬프게도. Lisa는 우링와의 샒ㅇ을 사랑했어. Alan ㄴ을 사랑한거보다더..,. 걘행ㅇ복하게죽엇ㅅ서


Alan, 나 너가 말하는 ㄱㄹㄹ 들었어 “시돟해보기전에는 모르는거야” 넌 이미 한ㅂ번 내가 삵고있ㄴ는 사ㅇㄹ을 살ㅇ앗지, 기억핮ㅏ지못할 뿐. 그리고 지금ㅇㄴ는 거부하고 있지. ㄸㅗㄱ 같은 거 아냐? 니가 맗한대로 살아,ALAn낵가 약속할게. 너됙게 즐거워햇잖아. 난 너무 즐겅워. 이 삶은 내가 원하던 귿래료야9 절ㄷ내 잊지 몰할거야. 영원히 웃ㅇ르면서 살 테니까


ㅊㅜㄱ축한 어둠속에서 울니는 널 ㅣ기다리고 있어. 너진짜 좋앟ㅆ었잔하, 기억나? 근얄 전화만 한 통ㅎ나면돼.


난긍냥 널 기쁜게해준고 싶어서 그래. 내 인ㅅ새을 통틀어서 이렇ㅎ게강렬항게 원한적이 없었어. 사랑해 Alan Ellizabethm Dean Samantha


찾도아와줘줘 ㄴㅇㅈ다ㅏㅎ; ㅈㅔ바ㅏㅏㅏㅏㅇㅇㄹㄹㄹ나ㅏㅇㅏ직여기ㅣ잇서리ㅣ지ㅣㅣ ㅡ너ㅔㅈㅈ…ㅈㄷ젼하ㅣㅁ낭수정해


-Jessica



수정:

Alan이야. 진짜, 진심 Alan이야. 우리 아직 우리 노트북 가지고 있거든. 누가 코멘트 달아서 확인해봤는데 이런 게 올라와있네.


우리가 Ellensburg에다가 Lisa 폰 버린 건 맞아. Lizzy가 그러자고 날 설득했거든. 누군가가 그걸 발견했을 수도 있어. 그렇든 아니든 지금 Jess가 우릴 쫓아오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 이 글에다가 지금 당장 코멘트 달기는 어려울 거 같아. 그냥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싶었어. 



일어나보니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완)


나 좆된 거 같아. 그냥… 그냥 진짜 좆됐어.


저번에 마지막으로 글 올리고 나서 2주나 지났지. 미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돈이 없어서 급전으로 노트북을 팔아야 됐었거든. 우리 둘 다 폰은 이제 없고. 지금 글 쓰고 있는 건 Liz야. 너희가 헷갈릴 것 같아서 Alan 계정으로 계속 글 쓰고 있어.


Jess가 저번에 우리한테 편지를 쓴 이후로 Alan이랑 나는 Seattle을 떠났어. 누가 우리를 끈질기게 쫓아서 거기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저번의 그 일을 통해서 우리도 느낀 바가 있어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기다가 말 안하려고.


Alan은 차 운전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어. 그냥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지. 예전에는 진짜 시시콜콜한 얘기 하나하나 죄다 얘기하고는 했었는데. 그냥어깨 한번 으쓱하고 자기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할 뿐이었어.


우리가 그때까지 해왔던 모든 일이 그냥 전부 다 어그러진 느낌? Lisa의 소식을 듣고 난 다음부터 Alan은 너무 지치고 우울해하는 느낌이었어. Jess가 Lisa가 죽었다고 한 다음부터는 그냥 모든 희망을 다 놓아버렸다고.


그 다음날 저녁부터는 조금 기운을 차린 느낌이었어. 호텔에 체크인하고 난 다음부터는 모든 게 좀 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지. Alan은 농담도 좀 했고 X-File을 보고 싶다고도 했어. 난 이 모든 상황에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


한 주가 지났어. 완전 평온하고 조용한 한 주였지. 이상한 문자도 없었고 곰팡이나 악몽 같은 것도 없었어. 우리는 관광도 좀 했어. 호텔 방 밖으로 나가니까 진짜 좋더라. 한 이틀 동안 진짜 좋았어. 누가 방문을 노크해도 움찔거리지 않아도 됐었고. 괴물은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보였어. Alan은 다시 안색을 되찾았고 내 다크서클도 점점 옅어졌어.


우리의 유일한 문제는 우리한테 돈이 점점 떨어져간다는 거였어. 그래서 내가 앞에서 얘기한 대로 노트북을 처분하고 나는 레스토랑에 취직을 했어. 난 우리가 여기에 완전 정착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Alan은 별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것’들이 우리를 거기까지 따라온다는 건 진짜 말이 안됐어. 우리는 전혀 자취를 남겨놓지 않고 이동했으니까. 우리는 안전했고, 나는 Alan한테 그걸 납득시키려고 엄청 애를 썼어.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 모든 게 다시 어그러지기 시작했어. 그날 밤 우리는 외식을 하러 시내에 나갔었고, 호텔에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아주 평온한 밤을보냈어. 나는 꽤 술에 취해 있었어. Alan이 나를 부축해주면서 호텔 방까지 비틀비틀 걸어올라갔지. 나는 불도 안 켜고 침대에 바로 다이빙했어. Alan이 내 뒤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어.


Alan은 문간에 서 있었어.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뭔가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그게 문고리에 걸려 있었다고 했어. 난 일어나서 그게 뭔지 보러 갔는데 내가 가까이 가니까 걔가 뒷걸음질치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손에 뭐가 들려있었는지 볼 수 있었어. Jess의 머리카락. 기다란 금발머리 뭉텅이. 뿌리까지 뽑혀 있었어. 누가 잡고 쥐어 뜯은 것처럼. 심지어 어떤 가닥에는 살점이 붙어있는 것 같았어… 끝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었고. 머리카락으로 감싸져있는 건 은 체인으로 된 다이아몬드 펜던트 목걸이였어. Alan은 바로 그 목걸이가 누구 건지 바로 알아차렸지. 걔가 첫번째 데이트 때 Lisa한테 선물로 준 거였으니까.


난 꽤 취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뭔지 바로 인지하지를 못했어. 근데 Alan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어. 뭔가를 마음 속으로 깊이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눈은 뭔가 아스라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안색은 굉장히 창백했어. 끔찍한 추위라도 타는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면서 등을 잔뜩 구부리고 이 섬뜩한 작은 선물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어.


난 한 삼십 초 정도 울고만 있다가, 반쯤은 술에 취한 채로 그걸 버려버리라고 했어. “돌았어? 그걸 만지면어떡해!!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Alan은 아무 대답도 없었어. 그냥 그 목걸이가 존나 무슨 Heart of the Ocean(역자 주: 타이타닉에 나오는 푸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라도 되는 것마냥 소중하게 쥐고 있었어.


내가 하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호텔 매니저가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하고 올라올 정도였지. 그게 마침내 Alan을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게 만들었어. 그는 머리카락 뭉텅이는 우리 호텔 방 5층 창문에서 던져버렸지만, 목걸이는 버리지 않았어. 그리고는 침대로 올라가서 그냥 잠들어버렸어.


Alan은 그날 밤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날 그냥 계속 무시했어. 내가 샤워를 하고 일하러 나갈 때 Alan은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 나는 걔한테 갔다오겠다고 말한 다음에 문을 나섰지만, Alan은 대답을 하지 않았어. 그때까지도 목걸이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 같아. Lisa의 마지막 기억의 조각이겠지.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꽤 늦은 시간이었어. 내가 취직한 레스토랑은 직원이 별로 없었던 데다가 나는 신입이었기 때문에 거의 두 배 이상 일을 해야 했거든. 불만은 없었어. 페이가 좋았고 팁을 많이 벌 수 있었으니까. Alan은 이미 자고 있었어. 아니면 자는 척 하고 있었던 거거나. 나는 울고 싶은 기분으로 침대에 올라가서 잠들었어.


방 안에서 뭔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어났어. 방 안은 엄청 어두웠는데 커튼이 진짜 두꺼웠거든.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Alan 쪽 침대를 올려다봤어. Alan은 이불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어. 처음에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때 걔가 갑자기 이불을 박차고 나왔어. 눈은 크게 뜨여진 채였어.


내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Alan은 어딘지 일어서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는데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 같았어. 등을 침대에 댄 채로 어깨를 열심히 움직여서 상체를 일으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어서 잘 되지 않았어.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뚝뚝 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의 머리는 경련하면서 내 쪽을 보려고 하고 있었어.


내 머릿속에는 오만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 지금 뭔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앰뷸런스를 불러야 할까? 내가 도와줘야 하나? 하지만 내 경험과 내 자제력이 그를 돕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있었어.


이불 아래 숨어서, 난 내가 소리를 한 번 내자마자 그가 일어서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어. Alan은 침대에서 스륵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나한테 등을 지고 일어나서 머리를 끌어올려서 날 어깨 너머도 바라봤어. 난 벌벌 떨면서 그가 손가락을 어색하게 움직이고, 손목을 삐걱삐걱 돌리는 걸 바라봤어. 뭔가가 한쪽 손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어. 빛을 받아서 반짝거리면서. Lisa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Alan은 뒷걸음질 쳐서 내 침대 쪽으로 세 발자국을 걸어왔어. 그리고 순식간에 뒤돌아서 내 쪽을 바라봤어. 난 거의 튀어오를 뻔 했지만 억지로 자는 척 했어.


그는 나를 한참동안 가만히 보고 있더니, 크게 미소지었어. 그러다가, 갑자기, 또 뒷걸음질 쳐서 창문 쪽으로 다가갔어. 그러고는 발로 창문을 억지로 열어젖히더니 내 쪽을 다시 한 번 보고 몸을 뒤로 젖혔어. 머리를 창틀 쪽으로 해서. 그리고 상체를 점점 더 창문 밖으로 내밀기 시작했어.


난 Alan이 몸을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으면서 상체가 점점 창문 밖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공포에 질린채로 바라만 보고 있었어. 그의 다리가 창문 틈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을 때에서야 나는 그를 잡으려고 침대 밖으로 뛰쳐나갔어. 우리 방은 5층에 있었단 말이야. 만약 그 높이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판이었어.


내가 창문 쪽으로 반절도 채 가기 전에, 그의 다리가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미끄러져 내렸어. 훙 하는 소리에 이어 콰직 하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내 귀에 들렸어. 아마도 머리부터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소리였겠지.. 내가 이걸 쓰기를 얼마나 망설였는지 이해하겠지.


나는 숨을 참으면서 창 밖을 내다봤어. Alan이 거기 있었어. 피를 철철 흘리면서. 하지만 그는 거의 떨어지자 마자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부러진 손가락으로, 박살이 난 정강이로, 아직까지도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는 머리로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어. 그러고 나서 그는 천천히 창문을 올려다봤어.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웅얼웅얼거린 후에, 그는 미친놈처럼 환하게 웃었어. 오른손에는 아직도 목걸이를 움켜쥔 채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Alan은 길 아래쪽으로 몸을 질질 끌고 사라졌어.


난 여기다가 내가 본 그대로 쓴 거야. 내 친구 Alan은죽었어. 이제 남은 건 그 몸을 차지한 ‘그것’ 뿐이야. Alan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절대 Alan을 연기할 수조차 없는 그 무언가. 그것은 이제 더 이상 Alan인 척하지도 않아. 그리고 나를 쫓아오고 있어.


난 다시 호텔을 옮겼어. 하지만 그것이 나를 다시 찾아오기까지는 시간 문제일거야. 지금까지는 난 일단 살아있어. Z나 아니면 그 단체 중의 한 사람이나, 제발, 아무나, 나 좀 살려줘. 난 지금 혼자 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이제 이 모든 것이 실제 상황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아.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좆 같은 건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거지. 씨발.



[reddit] 일어나보니까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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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Alan까지?

그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여친을 이렇게 이용하는건 너무한거 아니냐.

그 존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치졸하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가져올게.

같이 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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