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면식수햏 - 낙지볶음과 소면

토요일 아침.

그날따라 침삼키는 목도 아프고 가래도 누런 것이 불안했습니다만...

전날 두통과 컨디션 난조의 여파일 것이라 생각했고, 증상도 가벼운 정도였기에 무시합니다.

이때 약을 먹었더라면 월요일의 나는 힘들지 않았을텐데.





여자친구분께서 행차하기로 하셨습니다.

낙지볶음이 먹고프다 하십니다.

찌는 햇빛을 이겨내고 묵묵히 장을 봐옵니다

.

대륙의 낙지입니다.

꽤 큼지막한 사이즈에 세마리가 들었습니다.

애초에 2마리(4천원 가량)+2마리해서 팔천원어치를 사올까 했지만

아직 월급이 나오지 않은 관계로 세마리 짜리로 타협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굉장히 후회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OH. IT'S NASTY.


오징어가 됐든 쭈꾸미가 됐든

항상 손질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거지같은 생물입니다.

미끄덩거리고 비린내는 쌉오지고

손질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낙지의 머리를 뒤집어 까주면 이렇게 내장이 나옵니다.

손으로 뜯어낼 수 있으니 먹물이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뜯어냅니다.

물론 그 후에 머리통 밑에 있는 눈깔도 잘라내줍니다.

그리고 빼먹지 말고 낙지 다리 중앙의 똥꾸멍(사실 입)도 쭉 빼줍니다.

입을 빼는 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동작입니다.

여드름을 짜주듯이 양 엄지로 꾸우욱 눌러주면 툭 하고 터져나오듯이 이빨을 뱉어냅니다.

쾌감...

이렇게 손질한 낙지는

밀가루와 소금을 잔뜩 뿌려준 후

오지게 빨래질을 해줍니다.

주의할 점은 생각보다 아주 쎄게 치대야 한다는 겁니다.

낙지의 점액질과 빨판의 불순물, 비린내 등이 단번에 씻겨내려갈 수 있도록 아주 온 힘을 다해서 혹 뭉게져버리진 않을까 할 정도로 꾸젹꾸젹꾸젹 문대줍니다.

그리고 끓는 물에 아주 짧은 시간 데쳐줍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백종원 선생께서 그리 하는 것이 좋다고 일러주셨기 때문입니다.

요리를 잘하는 첫 번째 방법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비단 요리가 아닌 모든 분야가 그렇겠습니다. 창의성은 일단 기초를 토대로 발휘하는 것...

잠깐 데쳤더니 양이 형편없어졌습니다.

마치 나의 학창시절처럼 급속도로 쭈그라들었습니다.

아아...

오늘 들어갈 야채들

풍성풍성

한끼에 하나씩 양배추

이걸 한끼에 하나씩 먹는다고?

토끼도 이만큼은 못먹겠습니다.

아마 똥이 푸르르게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야채손질 끝.

문제가 생겼습니다.

낙지의 양이 형편없이 적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티가 별로 안 나는데 실물은 정말 한 주먹에 다 담깁니다.

...

밖에서 먹는 낙지볶음이 왜 비싼지 이해가 가는 순간입니다.

양념장도 싹 만들어둡니다.

물론 흔하게 예상 가능한 재료들만 넣었습니다.

굴소스, 진간장, 국간장, 다진마늘, 다진생강, 설탕, 후추, 고춧가루, 고추장...

뻔하디 뻔한 매콤 한식 요리 양념. 이걸로 제육이든 닭도리탕이든 모두 커버 가능...


근데 많은 레시피에 무슨 요리가 됐든 맛술을 꼭 넣던데

솔직히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먹어본 적도 없고 돈도 아까워서 사보질 않았습니다

혹시 맛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분 계신가요?


그리고 맛술은 정말 '술'인가요? 알코올이 들어간???

그랬다면 학창시절에 괜히 민증검사 안하는 가게를 전전하며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을텐데...

맛술에 새우깡이나 집어먹으면 그만이었을텐데...

매콤함과 풍미를 위해 대파&페페론치노 기름을 내줍니다.

그리고 부족한 양을 채워주기 위한 닭목살 긴급수혈

이제부터 요리이름은 낙지닭갈비입니다.


이후 급하게 요리하느라 과정샷이 조금 빠졌지만

닭이 어느정도 익었을 때쯤 가장 센 불로 올려주고

야채를 태우듯이 볶아줍니다.

그리고 낙지 투하

아주 짧은 시간동안 센 불에서 같이 볶아준 뒤

양념장 투하

낙지/오징어/쭈꾸미 볶음은 조리 과정에서 최대한 물이 안나오게 뻑뻑한 느낌을 주는게 포인트이므로 쭈우우욱 쎈 불로 달달달 볶아 줍니다.

는 실패


가정용 가스렌지의 한계입니다.

업장은 좋겠다. 화력 쎄서.

양념이 졸아들 때까지 재빠르게 소면을 삶아줍니다

삶아줍니다

헹궈줍니다.

담아줍니다.

역시 뭔가 허전.

역시 뭔가 부족할때는 깨를 뿌려주는게 답이었습니다.

파 모양이 거지같아서 약간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이 정도면 뭐...

나름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면도 퍼지지 않게 잘 삶겼고 같이 드신 여친분도 꽤 만족하셨고...이런게 소소한 행복이지요...


그래도 낙지볶음이니까 여름철에 힘도 나고 좀 기운도 차리고 그럴 줄 알았는데

주말동안 조금조금씩 몸이 병들어가더니

지금은 아주 죽을 맛...정신이 몽롱하다...

슈렉색깔 콧물....죽을거같아...


여러분도 냉방병 조심하세요 진짜 밖은 덥고 안은 춥고 미친

데쳤다가 얼음물에 씻궈지는 느낌이빈다 꼬들꼬들해지고 있어요

도비는 자유를 원한다. 더러운 자본주의 돼지들에게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은 직장을 때려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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