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가 내려오는 '갈릴리 농원'


2주전인가 암튼 주말, 딱히 뭐 할 것도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야 몸보신 하러가자 오빠가 쏜다."



죽을 날이 가까워 진건지 갑자기 몸보신을 시켜준다며 집 앞까지 픽업을 오신 멋쟁이의 차를 얻어탔습니다. 핳핳핳 이 사람을 알게되고 이토록 멋져 보였던 날이 없었는데...

정말 그 자리에서 무릎꿇고 고백할 뻔 했는데 아직 제 이성은 끈을 잘 잡고 있었습니다.

고맙다 나의 이성아. 앞으로도 힘 좀 써라.


집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갑자기 한 명 더 같이 갈거라고 선포했고, 저는 당연히 오빠와 내가 같이 알고있는 지인이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ㅇㅋㅇㅋ를 외쳤죠.


난생 처음보는 오빠의 20년지기 친구가 등장합니다.

원래 두 분이서 같이 가기로 했던건데 제 생각이 불현듯 나서 데려왔다고 합니다. (어리둥절 2)


숨막히게 어색한 인사를 뒤로하고 미칠듯한 숙연함을 유지한 채 알 수 없는 조합의 몸보신 원정대는 파주로 향했습니다.

갈릴리 농원

'이태원 > 신림 > 이태원 > 파주' 라는 알 수 없는 동선으로 이동해서 그런지 파주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와 있었습니다.

애초에 같은 동네에 살고이쓴 두 분이서 같이 출발하면 됐을 텐데.. 왜 굳이 저를 데리고 다시 이태원에 들렸다 파주로 향했을까요? (어리둥절 3)


원래 뒤에 정원이 아주 예쁘다고 하는데 그런 거 1도 못보고 오로지 장어만 먹음.


가성비 대비 훌륭한 컨디션의 장어를 맛볼 수 있기로 유명한 '갈릴리 농원'

신기한 점은 가게에서 오로지 장어와 주류만 판매하고 기본 셋팅은 쌈채소와 소스가 끝입니다.

김치나 밥은 바로 옆 편의점에서 각자 구매해서 먹으면 됨.

뭐 고구마, 소세지 이런 것도 사서 구워먹어도 노터치입니다.

캠핑을 온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웸지췤!


공간도 엄청나게 넓어서 가족모임하기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진짜 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라 넓어요. 다른 손님들도 거의 가족단위.


키로당 62,000원


굉장히 배고팠던 우리는 우선 2kg를 주문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들어오는 숯. 여기 숯이 엄청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금방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의 자태를 보세요.

크 때깔 오지게 좋지요잉?

두툼-한 장어의 비주얼에 혼절 직전까지 다녀왔습니다.



치잌 치잌 아름다운 색으로 구워지는 장어.

운전도 하고 고기도 직접 다 구워주고 진짜 곧 죽을 날이 다가온건가..

암튼 2kg를 셋이서 순.삭. 하고 1kg를 더 주문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사이다도 안마시고 그냥 장어만 죽어라고 먹었습니다.


느끼하지 않냐고요?


즈.언.혀

상추 위에 송송 썰은 고추 하나 올리고, 두툼한 장어 하나 올리고 채썬 생강을 소스에 푹- 찍어서 올린 뒤 쌈 싸먹으면 진짜 뒤지거든요.

진짜 걸신 들린 사람들 처럼 말도 안하고 쳐먹음.


추가 주문한 장어를 반쯤 먹으니 슬슬 배도 부르고 입 속에 장어 양식장을 차린 듯한 느낌이 나길래 서둘러서 사이다를 주문했습니다.

톡톡 튀는 사이다로 기름진 입과 목구녕을 싹 씻어 내리니 또 아주 개운하더군요.


아우 다시 시작할 수 있겠어


그리고 다시 우리는 결연한 의지로 장어와의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음.. 아주 좋은 장어다...

쌈 싸먹고 그냥 먹고 밥이랑 먹고 소스만 찍어먹고 생강이랑 먹고 우적우적



그렇게 근사한 식사를 마쳤네요.

저희가 가게를 나올 쯤엔 남아 있는 테이블이 별로 없더군요.. 치열한 싸움이였다.


인당 1kg씩 먹은 걸 보니 미친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는 장어를 먹기 시작한지 1년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장어 특유의 맛과 자잘한 가시가 너무 싫어서 피했는데, 지난 겨울 어쩌다 먹어본 장어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장어는 먹을 기회가 될 때 무조건 뒤지게 먹어두자.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그동안 피해왔던 수 많은 장어가 아깝고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눈물이 흘렀습니다.

암튼 이 날 장어 회동은 오빠의 20년지기 친구분께서 쏘셨습니다.

처음 본 사이에 장어도 얻어 먹고.. 다신 볼 일이 없겠지만.. 정말 압도적인 감사..


알 수 없는 조합의 장어 원정대는 다시 차에 올랐고, 한 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가시면서 드시라고 커피 한 잔씩 사드리고 작별을 하니 이 모든게 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앞까지 태워주신 이태원 보안관님과 귀한 장어를 사주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형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모쪼록 두 분의 우정 오래 가시길 바라고 만수무강 무병장수 수복강녕 만사형통 수산복해 만사여의 기체후일향만강 하시고 그냥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들숨에 건강과 날숨에 재력을 얻기를...



이것저것 다 해보고 기록으로 남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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