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비밀(L'ordre du jour)


La vérité est dispersée dans toute sorte de poussière. / 진실은 온갖 종류의 먼지 속에 흩어져 있다. (p. 117)


정말 그렇다. 진실은 어디에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다. 나치가 정권을 잡은 직후 오스트리아를 점령(Anschluss, 참조 1)하기까지, 그리고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장면 장면을 이 소설이 그리고 있어서, 분량은 매우 짧다. 수요일은 역시 독서지. 그런데 이 책,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그렇다. 표지사진은 지금도 유명한 기업, 크루프 기업의 Gustav Krupp von Bohlen und Halbach 사진이다(구스타프 빼고는 모두 다 성씨이며 von 앞의 “크루프”는 카이저가 내려준 성씨다, 지금은 대가 끊겼음). 사진 속의 아재가 크루프에서 온갖 병기를 다 제조하도록 지휘했었다.


그리고 그는 전범 재판에서 (노령을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크루프만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독일 재벌들 대부분 다 재판을 받지 않았고, 전쟁 이후 그대로 명맥을 이어갔다. 비행기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 한 것 뿐?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작가가 슬그머니 제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현재”의 이야기다.


그래서 역사 속에 뭔가 한 가닥 했을 법한 인물들이 벌이는 대화와 행위도 뭔가 코메디에나 어울릴 듯한 촌극스러움을 보여준다. 뢰벤토르프는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에 맞춰서 체임벌린, 처칠과 함께 밥을 먹었었다. 그의 임무는 시간 끌기. 능청스럽게 계속 되도 않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이 정말 코메디였고, 일부러 정보부 엿들으라고 괴링과 통화하는 장면 또한 코메디였다.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연기’한다고 말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정에서 그 대화록이 나왔을 때에도 그들은 웃어제꼈다. 이토록 평범한 이들이 그렇게 엄중한 범죄를 저질렀다. 앞서 기업가들 또한 “늘상” 하던 일을 할 뿐이었다. 절대로 긴축하지 않는, 정당 지원금 말이다.


오스트리아 병합도 마찬가지. “전격전의 신화”라는 책도 있기는 하지만, 독일군에 대한 뭔가 경외감같은 것이 당시 오스트리아에 있었다. 지금 보면 만약의 경우 오스트리아가 적극적으로 항전했을 때, 독일이 점령을 못했을 수준으로 당시 독일군은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나치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쓴 것이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좀 있을 텐데(내가 그렇다), 그녀가 퍼뜨린(최초인지는 모르겠다) 개념 중에 'Feschist'라고 있다. 독일어 단어 'fesch'가 친절하다, 상냥하다의 의미가 있는데, 이 단어에 '파시스트'를 결합함으로써, 오스트리아 특유의 '상냥한 나치'를 의미하고 비꼬는 단어다." (참조 2)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아주 작은 단신으로 자살한 사람들 기사를 작가는 들춰낸다. 오스트리아에, 이를테면 “민영환”은 없었다. 그저 자살한 소시민들이 좀 있었을 뿐이며, 그들이 역사를 바꾸지는 못 했지만 아마 부끄러움이 뻔뻔함보다 더 컸던 사람들일 것이다. “소시민”이라 부르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악의 평범성만이 주목해야 할 일은 아니다. 어지간한 사건들도 다 평범하게, 평범한 이들을 통해 일어나고 지금도 어쩌면 평범하고 성실한 이들이 뭔가 사고를 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역사가 어느 정도는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할 것이다.


p.s. 여담이지만 1958년 크루프는 강제노동에 대한 재판과 협상 끝에 1958년 미국 브루클린의 유대인들에게 배상을 했다고 한다. 이 사례에 대한 연구도 좀 있어야 하잖을까 싶다.


p.s. 이스라엘 하아레츠가 작가 뷔야르와의 재밌는 인터뷰를 올렸다(참조 3). “이스라엘은 티센크루프로부터 핵무장이 가능한 잠수함을 도입한답니다. 들어보셨죠?”


“그건 자세한 걸 제가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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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나처럼 예전 독일어를 배운 이들이라면 Anschluß로 알고 있을 스펠링이다.


2. 블루는 가장 따뜻한 색(2016년 4월 28일): https://www.vingle.net/posts/1556111


3. The Holocaust Is Still Relevant to French Literature: An Interview With Eric Vuillard(2018년 1월 7일): https://www.haaretz.com/life/books/.premium-the-holocaust-is-still-relevant-to-french-literature-an-interview-with-eric-vuillard-1.572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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