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그가 미안하다며 비싼 점심값을 지불했다. 그는 여름휴가에 나와 함께 부산행 계획을 다 짜놓고, 일 때문에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한 그 사람이다. 성수역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어디를 갈까 고민했고, 마침 이 근처에 작년에 우연히 들린 예쁜 카페가 생각나, 나는 그곳에 가자고 제안했다. 말 그대로 그곳은 순전히 우연히 들린 카페였고, 예뻐서 들어갔던 카페였다. 그러나 카페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고, 어디쯤인지는 알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그는 나를 믿고 길을 따라나섰다. 겨우 그 부근의 골목에 진입했고, 우리는 길을 뒤졌다. 나는 최대한 기억을 더듬고 있다고 했고, 그는 그것은 추행이니, 적당히 더듬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는 껄껄 웃으며, 다시 길을 뒤졌다. 그리고 결국 맞닥뜨렸다. 그 카페의 이름은 <트와블루>였다. 세상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카페는 문을 닫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그 카페는 정원이 딸린 곳인데, 정원에는 사람 키에 버금가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방문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은 곳이 이렇게 빠르게 황폐해질 수 있는가, 하고 생각했다. 동행한 그는 사실 이곳은 꽤 오래전부터 이런 상태였고, 당신은 작년에 이곳을 같이 온 일행에게 홀려 또 다른 차원을 경험한 것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갑자기 오싹해지지는 않았다. 인터넷 창을 켜고, 검색하니 불과 석 달 전에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있었다. 대체 이 광경의 정체가 무엇인지 내내 궁금해졌다. 이 카페는 정원과 더불어 화장실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화장실에 들어서서 세면대 앞에 서면 예쁜 비누들이 종류별로 대여섯 가지 정도가 놓여 있어, 마음에 드는 비누를 골라 손을 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골라 씻는 재미가 있었고, 손을 씻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손을 씻기 위해 오늘 그곳에 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아쉬운 대로 근처에 있는 <장미맨숀>이라는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홀림’이라는 말에 끌려 그에게 아주 예전에 갔던 경양식 집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학교 뒤편 구석진 곳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들어가니 사람도 없고, 백발의 주인 할아버지만 있더란 말이야. 기분 탓인지 그의 말투는 친절하면서도 꽤 기묘했지. 당시 내 여자 친구와 나는 그곳에서 돈가스를 썰어 먹으면서 말했어. ‘이곳을 나가면 세상이 한 50년 정도가 흘러있을 것 같지 않니?’” 우리는 카페를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고, 한강에 가기 위해 무작정 걸었다. 해가 시들 줄 몰랐고, 우리는 각자의 양산을 쓴 채로 천변을 걸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양산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앞에서 킥보드를 탄 아이와 함께, 한 여자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로 보였다. 그녀는 우리에게 걸어오면서 혹시 킥보드를 타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보지 못 했냐고 물었다. 우리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해줄 만한 기억이 없었다. 그녀는 울먹이며, 혹시 보게 되면 연락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의 목에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가 걸려있다고. 나는 그 모습이 몹시도 안쓰러워 어서 가서 찾아보시라고 했고, 반대쪽은 우리가 찾아보겠다고 했다.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주변을 살폈지만, 그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걸어간 방향으로 다시 걸어 가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이들을 찾아 그 아이들을 혼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하고 상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아이들도 그녀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약 없이 걸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을 찾았다. 한강으로 가는 것은 결국 포기했다. 목에 연락처가 있으니, 어떻게든 누군가 연락을 취했거나, 결국 그녀가 아이들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갔기를 바란다. 우리는 곧 아무렇지 않게 다른 길로 나가 잠시 앉았고, 2층짜리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우리도 날이 추워지기 전에 저것을 타보자고, 서울을 재발견해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찾았을까. 찾았겠지? 찾았을 거야. 결국, 우리는 이런 말을 하며 헤어졌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