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아파트 전 세입자가 생존수칙을 남겼는데, 오늘 드디어 그 사람을 만났어_3

날씨 아무리 생각해도 개처돌;

역시 침대밖은 ㅈㄴ 위험한듯... 그죠?

근데 이 레딧 진짜 졸잼 아닙니까?

올리면서 다시 읽는데 진짜 ㅋㅋㅋㅋㅋ

나만 재밌으면 ㅈㅅ ^^*


자 3편도 알림 태그 ㄱㄱ

@kym0108584@eunji0321@thgus1475@tomato7910

앞으로도 알림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다음편에 또 태그 해드리겠음





어젯밤에도 잠을 잘 못잤어.

계속 잘 못자니까 이게 다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뭔지 모르겠더라.

근데 그 개같은 쪽지가 눈에 띌 때마다 이게 현실이라는걸 깨닫게돼.


어젯밤엔 몇 시간동안 프루덴스 헤밍스란 사람에 대해 알아봤어.

소름끼치는 멘션에 살았었다면 찾기 쉬울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 고층건물에 사는 우리들도 제대로 기록되어있지 않았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이상하든지 아무도 신경 안쓰는거지.


난 사라진 라일라 헤밍스에 대한 기사를 찾았어.

기사에는 라일라가 이른 아침에 할머니랑 같이 우리 아파트 맞은편 공원에서 놀다가 실종됐다고 써 있었어. 라일라 부모님과의 인터뷰에선 둘 다 프루와 연락이 끊겼다고 쓰여 있었어. 


라일라의 죽음(혹은 실종)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라일라의 부모님은 프루를 용서한 것 같지 않았어.

둘의 SNS계정에도 언급이 없었고 그 이후에 낳은 새 아이도 프루에 대해선 모르는 것 처럼 보였어.


동네에서 헤밍스 가족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일은 막다른 길에 다다랐어.

링크에서 링크로, 간절히 뭔가를 찾기 위해 뒤졌지만 전부 애매했어, 내가 이 정보를 찾기 전까진 말이야.


신문에 버나드 "버니" 헤밍스의 부고 소식이 실려 있었어.

버니는 치매를 진단받고 몇달 후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대. 이 소식이 더 크게 보도되지 않은게 신기했어.

일 년 정도밖에 안됐는데 말이야.

어디에서 장례식을 진행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장례에 관한 정보를 알고싶으면 부인 프루덴스와 그 동생 브리짓에게 연락하라고 연락처가 남겨져있었어.


요즘은 인터넷으로 못 하는게 없으니 참 무섭지. 그래도 이 연락처 덕에 '온라인 전화번호부'를 통해 브리짓과 토니 비숍의 집 주소를 찾을 수 있었어.

프루는 아마 동생 브리짓과 매부인 토니와 함께 살고 있을거야. 



새벽 네시 쯤, 난 간신히 눈을 좀 붙일 수 있었어.

충분히 잔 건 아니었어, 아침 7시쯤 다시 눈을 떴거든.

일어나서 계획을 짜고 하루를 대체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했어.

조지아의 친척이 올린 SNS글을 봤는데 조지아의 상태가 안정됐다더라고. 이 사실을 알게 되니까 찬장에서 쪽지를 발견한 후 부터 명치를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좀 풀리는 것 같았어. 


아침 8시 50분에 이안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우리 집 현관문을 열었어.

4분 후, 웬 나이든 아저씨가 이안 대신 복도에 나타났어.

그 아저씨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상냥한 눈빛을 하고 있었어. 반대쪽 손으로는 작은 비닐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안에는 신문과 우유가 들어있었어.

아저씨는 나를 지나치며 "좋은 아침이예요" 하고 인사했어.


나도 아저씨를 보며 웃었어.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나더라.

할아버지는 항상 콜라맛 젤리를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엄마아빠가 안 볼때 우리한테 몰래 주곤 하셨거든. 아저씨는 복도를 좀 더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뒤를 돌았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날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어.


"일요일엔 우편물이 안 온답니다. 혹시 기다릴까봐서요."


아저씨는 다 안다는듯 웃으며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어.

들어가고 나서 닫힌 문을 보니, 외시경 위에 48호 라고 쓰여 있었어. 이제야 프루가 한 말을 이해하겠더라.

프렌티스씨는 정말 사랑스러운 분이시네.


난 다시 집으로 들어와 앉았어.

한숨이 나오더라.

노트북에 열려있는 페이지들을 응시했어.

9시 15분쯤, 발코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창문닦이가 또 온거야.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은 거의 없었어.

남은 감정이 있다면, 분노였지.

저 사람을 무시하는데 나한테 남은 모든 인내심을 싹싹 긁어모아서 쓰고 있었어. 진짜 제발 꺼지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그 사람이 하는 가증스러운 부탁이 날 더짜증나게 만들었어.

한 20분정도 지나니까 노크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더라.

그냥 가방을 들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어.


지금이 브리짓 부부를 찾아가 당신 언니가 살던 소름끼치는 아파트에 살게 돼서 당신 언니를 좀 만나야겠다고 말할 완벽한 타이밍인 것 같았어.

만약 며칠 후에 찾아갔는데 주소가 옛날 주소라면, 혹은 브리짓 부부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난 괜히 며칠을 날려 버린 멍청이가 되는거잖아.


더 이상 창문닦이의 시선을 참기 힘들기도 하고.

그 창문닦이들한텐 뭔가가 있어, 진짜 사람이 문을 열고싶게만든다니까.


난 공동 복도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그냥 계단으로 가기로 했어. 내 애인이 고통스럽게 죽었을지도 모르는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어.

쳐다보기만 해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어.


계단도 엘리베이터 만큼이나 상태가 안좋았어.

이사오던 날에 몇 번이나 계단을 이용했지만 그때랑 지금은 많은게 달라졌지. 이 빌딩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 그리고 생존 수칙들이 자꾸 떠올랐거든.

아래로 내려가며 벽에 대충 페인트로 쓰인 층 숫자들을 봤어.


하여간 이 빌딩엔 평범한거라곤 없어.


페인트로 쓰인 층 안내 숫자들을 보는데

7 ,6 ,5 , ... 5 ,4 ,3 ,  4 ,2 ,1.

뭐지,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

근데 숫자 뿐만 아니라 다리도 방금 6층이 넘는 계단을 내려 온 듯한 느낌이었어. 뭔가 이상해.


난 맨 아래에서 먼지쌓인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려다봤어.

아파트 출입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도 계단은 깜깜했어. 쪽지에 계단에 대한 얘긴 없었는데..., 내가 진짜로 미쳐가나봐.


내가 빌딩을 나가려 할 때, 어떤 여자가 빌딩 안으로 들어왔어.

그 여자는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쯤 되어 보였고, 두 아이를 데리고 있었어.

남자애 하나와 여자애 하나였는데, 아마 쌍둥이인 것 같았어.

둘 다 완전 금발이고 강아지같은 갈색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있었어. 6-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이었는데, 성별이 다른데도 저렇게 닮은 걸 보면 분명 일란성 쌍둥이 인 것 같더라.

내가 딱히 애들을 좋아하거나 하진 않지만, 얘네는 정말 귀여웠어.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여자는 짧은 보브컷을 하고 있었는데, 전부 고르게 적갈색으로 염색 되어 있었어. 염색이라는걸 안 이유는 뿌리쪽에 아이들과 같은 금발머리가 보였기 때문이야.

여자는 정말 피곤해 보였는데도 날 보더니 정신을 좀 차리더라.

아침 일찍 나오느라 손질못한 뻗친 머리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더라고.


"안녕하세요~ 누구 지인이라도 만나러 오신거예요?"

말을 트려는 듯 나한테 인사를 건넸어.


"아뇨, 7층 42호에 얼마전에 이사왔어요. 지금 막 어디 좀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그쪽분은 몇 호에 사세요?"


프루를 만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긴 싫었어.

그렇다고 저 여자분한테 무례하게 굴 수도 없었지.


"저는 26호에 살아요. 제 이름은 테리고 이쪽은 에디랑 엘리예요."

테리는 부끄러워서 치마 뒤에 숨어 있는 두 아이를 가리켰어.

"우리 동네에 오신 걸 환영해요. 혹시 뭐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말해요."


"전 케이티예요, 친구들은 켓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필요한게 있으면 말씀 드릴게요.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아, 근데 혹시 계단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자세한 얘기를 하기 전에 난 잠시 말을 멈췄어.


"아뇨, 아무 문제 없어요. 그냥 가끔씩 층이 왔다갔다 하곤 해요."

테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어.


"여기 서서 더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제가 이제 가봐야해서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테리."

아직도 계단에 대해서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인사하고 가면서 테리 아이들한테는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다시 한 번 쳐다봤어.


"아, 그건 그렇고 우리 아파트에 주민 위원회가 있어요. 언제 한 번 회의에 와요. 입주민들끼리 차례를 정해서 매주 화요일에 집집마다 돌아가며 진행하거든요. 이번 화요일은 31호 몰리 제퍼슨씨 집에서 하니까 시간 되면 오세요. 오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테리가 나한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말했어. 


테리와의 짧은 대화를 뒤로 하고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는데 구역질이 올라오더라.

이 망할 공간에 있으면 있을수록 프루의 쪽지 내용이 점점 피부로 와닿아.

쪽지에 쓰여진 단어 하나하나가 전부 내 눈앞에 펼쳐져서 제이미가 아직 살아있을거라고 믿기가 점점 힘들어지네.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어.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교외 지역까지 영원같은 시간을 견뎠어.

버스에서 내려서 오 분 정도 걷자 브리짓 부부의 고풍스러운 작은 방갈로가 보였어.


나는 방갈로에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어.

어떤 여자가 문을 열어 줬는데, 불안정하게 비틀거리며 서 있었어.

70대쯤 돼 보였고, 얇은 흰머리를 잘 빗어넘겨 틀어올리고 있었는데 두 가닥의 얇은 머리카락이 내려와 얼굴 근처에서 흩날리며 그 여자의 인상을 부드럽게 해주고 있었어.

입고 있는 탁한 장미색 드레스는 무릎 부근에서 나풀거리고 있었고 묵은 담배냄새가 났어.


"뭐 용건이라도 있어요?" 여자가 불친절하게 물었어.


"아, 제 이름은 켓이예요. 음, 저는,... 프루덴스 헤밍스 씨를 찾는데요..."

내가 약간 더듬거리며 대답했어.


여자의 눈이 살짝 커졌어.


"왜죠?" 이상하다는 듯 나한테 물었어.


"여기 계신거 맞나요? 개인적인 일이예요."


그 여자는 나를 집으로 안내했고,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어.

몇 분 후에는 차를 내왔지.

우린 한동안 아무말도 안하면서 서로를 쳐다봤어. 그러다가 여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어.


"날 찾아봐주려나 궁금했어요. 그 쪽지를 남기기까지 생각이 많았는데, 당신에게 가이드를 주는게 좋겠다 싶었어요. 가이드가 있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니까."


그 여자가 프루덴스 헤밍스였어.

내 머릿속에서 그렸던 프루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어.

거칠고 차가워보였고 좀 재수없는 말투로 얘기했어.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프루는 다시 입을 열었어.


"테리가 나한테 좀 아까 전화했어요. 새로운 세입자를 만났는데, 떨고 있는 것 같았고 내 쪽지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난 당연히 쪽지에 모든 것을 적을 순 없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계단 얘기는 별로 중요한건 아닌 것 같네요. 아파트 입주자 모임에서는 당신이 이사 온 날 회의를 하자고 했는데, 내가 너무 눈치주는 것 같다고 했죠. 뭐, 그 사람들 하는게 내 눈엔 항상 과해보이지만."

프루는 이 모든게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어.


"제게 눈치주는 것 처럼 보였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누군가는 우리한테 경고 해 줬어야 하잖아요. 제가 그쪽이 남긴 쪽지를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요! 제 남친은 그 전에 이미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서 새벽 3시 15분에 그 엘리베이터에 올랐고요... 걔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상황을 설명하려니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프루는 고개를 푹 숙였고, 제이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내 희망 또한 심연으로 가라앉았지.


"정말 유감이예요...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제시간에 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어요."

프루는 중얼거렸어.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보지 않으려는 듯 프루는 바닥만 쳐다봤어.


"걔 죽었죠, 맞죠? 인정하기 싫었는데 이안과 나눈 대화를 곱씹어 보고, 지금 당신의 얼굴 표정을 보니 인정할 때가 왔나봐요. 근데 이안은 어쩌면 내가 제이미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나는 충격으로 감정이 과해져서 프루에게 쏘아붙였어.


"그래요. 그 사람은 죽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이안의 말 뜻은 죽은 사람을 되살릴수 있다는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구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거예요. 물론 원래 모습대로는 불가능하죠. 진짜예요, 나도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알아낸거니까. 하지만 일단 구출하고 나면 무를 수 없어요. 당신 남자친구에 대해선 유감이지만, 그 사람은 죽은게 맞아요.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말아요, 죽는게 차라리 나은거니까."

프루는 아직도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어.


"그게 무슨..."


"여기에 대해선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요. 쪽지에도 써놨던 것 처럼요. 이걸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당신과 더 이상 할 얘기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럼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묻고 싶은걸 물어봐요."


"테리의 아이들은 뭐가 문제죠? 평범하게 착해 보이던데요."


"그 악마같은것들은 평범이랑은 거리가 멀죠."

걔네를 떠올리기만 해도 고통스러운지 말하는 프루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어.


"진통이 왔을 때, 테리가 병원까지 못 갔거든요. 걔네들이 그 아파트에서 태어난 첫 애들이예요. 그래서인지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개네랑 연관돼있는 것 처럼 느껴져요. 낮에는 그냥 평범한 애들이예요, 근데 잠을 안자죠. 아예, 단 한번도 잔 적이 없어요. 불쌍한 테리는 그것들이 태어난 이후로 단 순간도 쉬지 못했죠. 걔네 취미가 고양이들이 갖고노는 새나 쥐를 뺏어와서 학대하는거예요. 고양이들을 아주 귀찮게 하죠."


프루가 말을 마칠 때 쯤, 털이 없는 작은 고양이가 소파 뒤에서 나와 거실 한 가운데를 당당히 가로질러 오며 작게 야옹거렸어.

고양이는 프루의 맨다리에 머리를 연신 비벼댔고, 고양이와 닿은 프루의 살은 데인 것 처럼 붉게 변했어.

프루는 아무 반응 없이 손을 뻗어 고양이를 쓰다듬고는 그르렁 거리는 고양이를 보며 웃더라고.



"그럼 이 고양이들은요?"

화상자국으로 변한 프루의 다리에 시선을 고정하고 물었어.


프루는 작게 웃더니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어. 그리고 자기 앞에 있는 작은 은색 접시에 재를 털며 나한테도 한 대 피겠냐고 권하기에 좋다고 했지.


"이 아이들은 항상 내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그 집을 나올 때, 거기서 무언가를 가져오지 않고는 나올 수가 없더라구요. 얘 이름은 데이먼이예요, 얘도 거기서 지내면서 본게 좀 있죠."

프루는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영혼없는 칭찬을 했어.


"아니, 얘네는 어디서 와서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거예요?"

프루의 다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어.

방금 생긴 화상자국이 다 나아가고 있었거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말도 안되잖아. 근데 어젯밤에 고양이를 안아올려서 내 팔에 났던 화상자국을 확인하려니까 사라져있더라.

화상자국은 고사하고 햇볕에 탄 것 같지도 않았어. 아주 깨끗했지.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화재가 일어난 후에 갑자기 나타났거든요. 제가 입주하고 몇 년 지나서였어요. 화재사고로 죽은 입주자들의 애완동물이라는 루머도 돌았어요, 그래서 털이 없는 거라면서. 사실인지는 모르죠, 뭐."


내가 끼어들었어.


"그 죽은 입주자들 중 한 명을 어젯밤에 만났어요. 나탈리아란 사람이었는데, 제 베프를 거의 죽일 뻔 했다고요! 만약에 당신이 남긴 쪽지로 우리가 모든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진짜 정신나간 사람이예요, 알아요?!"

화가 너무 나서 되는대로 소리를 질러댔어.


"이봐요, 아가씨. 내가 이 생존수칙을 춤이랑 노래로 만들어서 당신한테 알려줬다면, 그럼 난 정신나간 사람이지. 맞아요. 근데 그랬으면 당신은 그게 뭔지 알아내려고 하다가 이미 죽었을걸? 내가 뭐라도 남긴걸 고맙게 생각해요. 난 아무것도 몰랐고, 내가 스스로 전부 알아내야 했으니까. 하여간 요즘 사람들은 생각이란게 없는건지 뭔지."

프루는 나에게 실망했다는 듯 혀를 찼어.

너무 열받았지만 틀린말은 아니더라. 웬 할머니가 나한테 쥐같이 생긴 괴물이 내 남자친구를 엘리베이터에서 죽였을거라고 말하는걸 며칠 전에 들었다면 분명히 어이없어 웃었겠지.

난 조용히 프루가 진정하길 기다렸어.

시간이 좀 지나자 프루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내 생각에 고양이들은 화재로 죽은 그 사람들 인 것 같아요. 누구에도 해를 끼치지 않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본인의 복제품을 마주치면 하악질 하며 도망치죠. 게다가, 한 층에서 그렇게 많은 고양이들을 키웠을 리가 없잖아요.


복제품들은 죽은 사람들이랑 전혀 달라요. 비슷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이름도 다 다르죠. 그냥 거기에 산다고 말만 하고 다니는거예요. 나탈리아는 나도 전에 만났는데, 일이 좀 생겨서 버니의 다리에 큰 흉터를 남겼어요. 그 망할 기집애.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cctv가 있었는데, 화재가 발생하기 30분 쯤 전 15명의 사람들이 화재가 발생 한 그 층으로 올라간 모습이 찍혔어요. 그게 우리가 발견한 유일한 증거였어요.

그 땐 카메라 성능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찍힌 사람들이 누군지 확인 할 수는 없었어요. 그리고 화재 때문에 카메라가 전부 녹아 버려서 어떤 증거도 확보 못했죠.


내 생각엔 그날밤에 카메라에 찍힌 그 사람들이 설탕을 달라고 집집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랑 같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 이상은 나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말 한 것처럼 그 사람들을 잘 피해만 다니면 어차피 그 이상은 알 필요도 없을거예요. 그 사람들은 고양이를 싫어하니까. 당신 친구가 살아남길 바랄게요, 근데 그 사람들이 무슨짓을 했을지 상상 해 보면 살아남는게 좋은 것 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프루가 데이먼을 안아올려 쓰다듬으며 말했어.

프루의 손가락이 데이먼을 만질 때 마다, 녹아내리며 뒤틀리는게 보였어.


"남편한테 생긴 일은 뭐예요?"


다음 질문을 빠르게 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이게 프루가 말하기 싫어했던 주제라는걸 잊었어. 하지만 난 답을 들어야 했거든.


프루가 정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어.

"거기에 대해선 말하기 싫다고 분명히 말했을텐데요." 화 난 목소리로 대답했어.


"전 제 평생의 반쪽을 얼마 전에 잃었어요. 설명이 필요하다구요." 내가 간청했어.


"버니한테 일어난 일을 알려준다고해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진 않을거예요. 아파트 내에서 죽은 사람들이 다 아파트의 기이한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예요. 버니의 경우 그 기이한 일들과는 관련이 없었죠. 그니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이예요.


우리가 거기에 35년간 살았었다는걸 잊지 말아요. 생존수칙에 대해서라면 나도 버니도 잘 알고 있었고, 우린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지냈어요. 거긴 우리 집이었으니까요."


"그 점을 의심한건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헤밍스 씨." 프루의 말을 끊고 내가 사과했어.


"버니는 치매가 있었어요. 죽기 6개월쯤 전에 진단을 받았고, 치매는 빠르게 진행됐어요. 결론으로 넘어가면, 치매가 심해지니 버니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의사 말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던데, 우리가 놓인 상황에서는 상당히 위험했죠. 버니를 아슬아슬하게 엘리베이터에서 구한 게 대체 몇 번인지 이제 기억도 안나요.


헤매고 다니는 것도 문제였지만, 버니가 생존수칙들을 잊어간다는 것도 큰 문제였죠.

아첨꾼 창문닦이들을 세 번이나 집에 들였다니까요.

큰 쇠막대기를 베란다 문 근처에 구비해 둔 게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그걸로 그 놈들을 매번 쫓아냈어요. 그렇다고 다시 찾아오는 것 까지 막을 순 없었죠. 뭐, 창문닦이들은 이미 만나서 알고있죠?


내가 위험한 상황에서 버니를 전부 구해냈는데, 결국에 버니는 아주 사소하지만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했어요.


오전 10시에 데이먼 먹으라고 복도에 음식을 놔뒀죠. 난 테리랑 위원회 여자애들 몇명 데리고 쇼핑을 하는 중이었어요. 나중에 돌아와보니 그 끔찍한 괴물이...."


프루는 울기 시작했어.

난 프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정시키려고 했어, 저게 무슨 기분인지 너무 잘 아니까.


"...그 괴물이 버니를 먹고 있었어요."

프루는 훌쩍거리다가 정신 차린 듯 어깨에서 내 손을 치우며 계속 말을 이어갔어.


"그놈을 창문닦이 쫓을 때 썼던 그 쇠파이프로 쫓아냈어요. 그리고 버니를 베란다로 데려가 아래로 던졌죠. 무거웠지만,..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알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 괴물의 이빨이..." 프루는 떨고 있었어.


"...이빨이 끔찍한 소리를 냈어요. 그 소리를 들으면 나는 아직도-"


"라일라가 생각나는군요."

내가 말을 받았어.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에 너무 집중해서 어쩔 수 없었어.


"이안이랑 이미 얘기를 했나보네요."

프루는 모든걸 내려놓은 듯 했어.

"그 작은 아이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난 라일라를 정말, 너무 사랑했어요."

프루의 주름진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 이제 아예 프루 옆에 자리잡고 앉은 데이먼이 프루를 안아주듯이 자기 몸을 치댔어.


"라일라 데려 올 방법에 대해 알아보신 적은 없어요?"

내가 물었어. 내 관심사는 다시 프루와 이안이 말했던 '엘리베이터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으로 돌아갔어.


"제이미가 너무 보고싶어요. 제이미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프루의 얼굴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서렸어.

"당연히 알아봤죠." 프루가 대답했어.


"내가 다 알아봤기 때문에 아까 당신한테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한거예요."


아무리 프루가 저렇게 말해도 그냥 포기할 순 없었어.


"뭐가됐든 평생 제이슨을 보지 못하는 것 보단 낫지 않겠어요?"

계속해서 프루를 쪼았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프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일어서서 나한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어.

프루는 나를 방갈로 뒤쪽 정원으로 이끌었어. 거기엔 나무로 된 별채가 있었어. 사람들이 아지트나 여름나기용으로 쓸 법한 건물이었어.

상당히 예뻤고, 구석에 있는 거미줄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어.


프루는 별채의 문을 열기 전에 신중하게 이웃집 정원을 살피며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어.

확인을 마친 후, 우리는 별채 안으로 들어갔지.

바닥에 피 웅덩이가 있었거든.


별채 문이 다시 잠기는걸 보면서 난 피 웅덩이의 근원을 눈으로 쫓았어.

바닥에 널부러진 동물 뼈를 지나쳐 시선을 옮기자, 마침내 피가 어디서 시작됐는지가 보였어.


이안이 설명했던 것과 똑같더라.


'그들'중 하나가 날 쳐다보고 있더라.

감옥은 상당히 튼튼해 보였지만 창살에 잇자국이 나 있었어.

저렇게 두꺼운 쇠창살에 잇자국을 내려면 턱이 얼마나 튼튼한걸까.


'그것'의 설치류같은 코와 반짝이는 눈은 별로 놀랍지 않았어. 근데 그 반짝거리는 눈이 너무 사람처럼 느껴져서, 입 안에 두 줄로 늘어서있는 날카로운 이빨과는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 몸집이 작은데도 정말 무서웠어.


프루는 반대쪽 벽의 먼지쌓인 찬장을 열어서 개밥 한 캔을 꺼냈어.

캔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그릇에 담더니 먹이 급여구를 통해 '그것'에게 밥을 줬어.

케이지에는 안전장치가 되어 있어서 우리가 별채 밖으로 나가 문을 잠그기 전 까지는 동물이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더라. 이런 안전장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프루는 뒤를 돌아 나를 봤어.

얼굴 근처에서 흩날리던 얇은 머리 두가닥을 귀 뒤로 넘겼어.

손으로 그 끔찍한 괴물을 가리키며 하는말이,


"캣, 이쪽은 내 손녀인 라일라예요."






1차 ㅊㅊ: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ci94do/the_previous_tenant_of_my_new_flat_left_a
2차 ㅊㅊ : https://blog.naver.com/dair_line/221610278417


??????????? 살릴 수 있다는게 괴물의 모습으로 살려낸다는 뜻????????????

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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