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의 언어

일요일은 역시 공부지. 서유럽 언어들, 특히 로망스 언어 계열은 올리브 기름을 당연히 olive oil과 같은 표현을 각자에게 맞게 사용한다. 여기서 로망스 언어 계열은 로마 제국/라틴어의 후예들을 의미하는데, 대체로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카탈루니아어, 갈리시아어 등등을 말함이다.


그래서 같은, 혹은 같아 보이는, 뿌리가 하나로 보이는 단어들을 상당히 많이 공유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이 여러가지 언어를 한꺼번에 하는 건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한국어와 일본어의 관계보다 더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리가 다른 게르만 어족이나 슬라브 어족의 언어까지 다 한다면 그건 신기한 게 맞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언어들이 다른 로망스 계열 언어와 다른 점이 있다. 기본적인 단어들이 전혀 다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위에 사례로 든 올리브 오일을 포르투갈어에서는 azeite, 스페인어와 갈리시아어에서는 aceite라 부른다. (카탈루니아어는 그렇지 않지만 이건…)


범인은 하나, 아랍어입니다요.


아랍어에서 올리브를 어디서 많이 들어 보셨을 자이툰(زيتون), 올리브유를 자이트(زيت)라고 한다. 이제 올리브를 스페인과 포르투갈, 갈리시아가 어째서 저렇게 부르는지 아셨을 것이다. 이베리아 반도가 아랍의 지배를 거의 750년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랍식 어휘가 대량으로 들어온 것이 오늘날의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이다.


다만 또 한 가지. 미묘하게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그리고 갈리시아어까지)에 차이점이 있다. 아랍어의 영향이 포르투갈어보다는 스페인어에 더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가령 스페인어의 /ㅎ/ 발음이 나는 자음은 g와 j, 그리고 x이다. 아랍어 철자의 ح와 خ, ه와 같다. 두 번째로 아랍인들이 이베리아/안달루시아에서 주로 다스리던 지역이 아무래도 까스떼야 지방이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세 번째 이유, 까스떼야 지방보다 비교적 일찍 크리스트교 세력의 레콩키스타가 진전됐었다. 지금의 갈리시아 지방과 지도에서 보이는 스페인 북부가 중심인데, 그때문에 갈리시아가 지금도 독자적인 언어를 보존하고 있기도 하고, 포르투갈어가 갈리시아어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봐도 좋은 이유 중 하나다(똑같은 이치로, 카탈루니아어는 프랑스어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 갈리시아-레온 왕국에서 싸우라고 보낸 기사들이 대체로 남프랑스, 프로방스였다 이거다. 게다가 남프랑스로부터 이민도 많이 내려왔었고, 그 영향이 포르투갈에 남았다. 그 결과 포트투갈어에서는 여러 어휘가 아랍어에서 다시 로망스어 계열로 바뀐다. 스페인어는 아랍식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R 그리고 J발음이 그토록 차이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어에서 市長을 의미하는 alcalde, 포르투갈어에서는 prefeito이다. 카페트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의 alfombra(al이 있다!)는 포르투갈어에서 tapete, 옥상을 의미하는 azotea가 포르투갈어에서는 terraço. 테라스다.


그러니까 스페인어를 공부하실 때는 아랍어와 함께, 포르투갈어를 공부하실 때는 프랑스어와 함께 공부하시면 능률이 더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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