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지잉-


-...응?


휴대폰에 울린 알림을 확인했다.


-oprjkjd님이 당신의 글을 좋아합니다!


문득, 나는 빙글에 들어갔다. 언제 썼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내 글. 그 글에 좋아요가 달렸다.

몇 달 전 확인했을 때보다 조회수는 훨씬 올라가 있었고, 나를 팔로워해주는 사람들은 내가 없는 사이에도 몇백명이 늘어나 있었다.


빙글에 들어오지 않았던 몇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이는 이제 보행기를 타고 온 집안을 누비기 시작했고 나는 쓰리잡에서 투잡으로 일을 줄였고, 새로운 직장에서는 이름뿐이지만 과장 타이틀과 함께 실무자가 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빙글에도 열심히 글을 올려야겠다.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열심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재가 없다...


그 동안 굳어버렸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뽀로로 주제가랑 아기상어밖에 생각이 안난다.


내가 추구했던 이야기, 무섭고도 오싹하고, 소설같은 실화. 혹은 실화같은 소설...


소재를 찾기 위해 담배를 챙겨들고 집 밖으로 향했다. 늦은 새벽. 아이와 아내가 잠들어있는 새벽.


아무 생각 없이 근처 뒷산으로 걸어갔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벤치에 앉아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목격했다. 작은 가로등 불빛을 조명삼아 술에 많이 취한 듯,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반쯤 벗겨진 옷을 걸친 채 열심히 서로를 탐구하고 있었다.


-아...시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한참 서로의 입술을 부딪히던 커플 중 여자가 눈을 뜨고 내 쪽을 바라봤다.


-꺄아악! 뭐야 씨발!


여자는 남자를 밀어내며 나를 향해 거칠게 욕설을 쏘아댔고, 남자는 잠시 상황파악을 하더니 나를 보며 일어났다.


-야. 뭐야? 뭔데 쳐다봐. 변태야? 시발 변태냐고. 어?


-오빠. 저 새끼 성희롱으로 신고해. 나 계속 훑어봤어. 개 더럽네 진짜. 아.


나는 내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그들을 봤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자신들의 추태가 들킨 것에 대한 민망함을 내게 풀겠다는 듯, 옅은 비웃음이 걸린 입으로 다가왔다.


-툭- -툭-

-야. 뒤질래? 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밀던 남자는.


-퍽-


내 가슴을 발로 찼다.


-크하하! 그러게 좆밥새끼가 어디서 나대 나대기를.


-오빠. 이제 신고하자. 저 새끼 보내버리게.


볼썽사납게 흙바닥에 나뒹구는 나를 보며 저급한 대화를 이어가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많은 것들이 보였다. 서류를 집어던지던 회사 상사, 정강이를 발로 까던 거래처 박차장, 살려달라며 돈을 빌려가서 연락이 없던 내 친구 준상이... 내가 싫어하던, 분노하던 많은 얼굴들이 얼굴에서 보였다.


그리고, 어느 새 내 손에는 큼지막한 돌이 들려 있었다.


-퍼억-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움푹 들어간 관자놀이와 옆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그.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는 듯한 눈. 모든 것이 서서히 내 시야에서 밑으로 무너져내렸다.


-퍼억-

-퍽-

-퍽-


나는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내 손은 내 손이 아닌 듯, 그의 얼굴을 몇 번이고 돌로 짓이겼다.

그 순간 예전에 돈까스 만들 고기를 내리치던 때가 생각났다. 내 온 몸에 피가 여름 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만 빼면.


-히..히익...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미동도 없어진 남자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득 빨갛게 물든 내 손이 보였다. 내 몸의 피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거 같지만, 그 남자의 몸에서 내 손으로 옮겨 온 피들은 아직 온기를 담고 있었다.


-퍽-


아무 생각 없이 몸뚱이 두 개를 산 밑으로 굴려버린 후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뜨겁게 그들이 사랑을 나누던 이 벤치도, 지금은 산 중턱에 걸려있는 그들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담배를 한 대 피워올렸다.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뱃불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르게 휴대폰을 켰다.


내가 없는 동안 꾸준히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 팔로우해준 사람들.

아직 손이 빨갛게 물들었을 때, 얼굴에 튄 무언가가 굳어버리기 전에.

이 생생함을 빨리 써내려가야한다.


-게시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담았다.


-다음엔 비옷 같은거라도 챙겨서 나와야겠다.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릴 방법. 실화같은 소설, 소설같은 실화.


소설인 척 하는 실화.

실화인 척 하는 소설.


이제 소재를 찾았다.

공포미스테리
안녕하세요! 이것저것 글 쓰는 사람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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