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나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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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건전한 주말 특집.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Das parfum, 1985)”의 주인공 그르누이(Grenouille) 기억하시는가? 그르누이가 소설에서 향하는 곳은, 조향을 배울 수 있는 곳 그라스였다. 그라스가 어디인가, 불어권에서는 꼬뜨다쥐르, 여러분 모두 잘 하시는 영어로 하자면 리비에라, 프랑스 남동쪽, 이탈리아 접경 지대다.


여기서, 그러니까 프랑스의 그라스(참조 1)에서 조향을 배운 남자이어야(!) 이름난 조향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고 하는데, 남자도 아니고, 그라스에서 향수를 배우지도 않았으며, 프랑스인도 아닌 인물(그녀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것이 1980년대였다)이 2016년부터 에르메스 향수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 나젤, 스위스 아버지와 이탈리아 어머니(참조 2)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스위스/이탈리아 이중국적이면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학교를 다녔다. 원래는 그냥 화학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연구실 창밖을 바라봤다…


창 밖에 한 조향사가 한 부인과 함께 향을 맡아보고 있었다. 부인의 얼굴에서 행복감이 눈에 보였다고 한다. 그래. 조향사가 되어야겠어(참조 3).


그래서 그녀는 스위스의 Firmenich에 지원한다. 향수실에서 일하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회사는 그녀의 지원을 사양하고 대신 그녀의 전공대로 화학실에 배치한다. 여기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녀는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패션 산업의 고장인 프랑스에서 조향사가 못 된다면 2인자(…)라 할 수 있을 이탈리아에서 운을 시험해 보자!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조향사로서 성공한다. 펜디와 베르사체 등등, 한때 기업들 계약의 60%를 그녀가 차지했다고 한다(참조 3). 덕분에 그녀는 프랑스로 진출할 수 있었으며, 이 단락에서 아실 수 있으실 텐데, 조향사들이 보통 큰 회사에 속하지 않는다. 거의 프리랜서처럼 개별 계약을 따는 식이다. 이탈리아에서 10년, 프랑스에서 10년을 승승장구하자 에르메스에서 컨택이 온다.


회사 내의 조향사를 맡으라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여기서부터가 더 중요하다. 기사(참조 2)에 따르면 그녀는 여느 조향사들과는 달리 분명한 아이디어를 갖고 분명하게 “기록”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녀의 능력일 것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에르메스 경영진의 안목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시장 조사 따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여러분은 분명 이 대목에서 애플이 떠오를 것이다). 첫 번째, 경영진은 그녀에게 실수해도 좋으니 막나가 보라고 독려하고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두 번째, 나젤, 그리고 에르메스의 향수총괄, 디자인 총괄, 이렇게 3명이서만 최종 제품을 정한다. 가끔 남성/여성실장이 포함되지만 말이다. 세 번째, 작명과 홍보는 그녀가 의견만 제출, 그녀가 간여하지 않는다.


즉, 그녀의 일에 압박을 주는 것은 그녀 스스로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유능한 조향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흔치 않아서일 것이다. 그녀 말에 따르면 그 수가 우주 비행사들보다도 더 적으며 전세계에 500여 명도 안 된다고. 게다가 자신처럼 기업에 소속된 조향사는 훨씬 그 수가 더 적다고 한다. 명칭도 따로 있다. 르 네(Le Nez).


그래서 그녀는 거리낌 없이 경쟁사 제품도 좋아하고 그걸 또 스스로 밝힌다(응?). 립스틱은 아르마니를 좋아하고, 립밤은 한국 라네즈 제품을 사용한다고(참조 3). 심지어 좋아하는 향수는 샤넬(!!)의 Bois des Iles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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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그라스가 중세 시대 때부터 향수의 고장이 된 이유가 있다. 원래 가죽업으로 성한 지역이 그라스였는데, 가죽 냄새를 없애려고 노오오오력하다보니 향수 산업이 발전된 것이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재료들도 많고 해서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그라스는 세계 향수의 중심지역이 됐다.


2. Christine Nagel, le nouveau nez d’Hermès, libre et hédoniste(2016년 2월 15일): http://madame.lefigaro.fr/beaute/christine-nagel-la-facette-hedoniste-dhermes-150216-112591


3. Hermès’s First Female Perfumer on T-Shirts, Flowers, and the Perfect Gift(2017년 2월 11일): https://www.thecut.com/2017/12/hermes-first-female-perfumer-christine-nage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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